신 승 철
대한예방치과학회장
단국치대 명예교수
세계 스포츠의 총화 동계 올림픽도 끝났다. 평창인지 평양인지 평화인지, 이젠 평이란 소리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것 같다. 순수해야할, 오직 경기에만 최선을 다해야 할 스포츠 정신에 갖은 정치적 간섭이 더불어, 한반도니, 단일팀이니, 독재자의 누이동생과 굳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고 말할 수 없다던 김영철의 방한과 그 과분한 호위와 접대, 미녀라 말하면 성희롱에 들어갈지 모르지만, 미투 운동과 뉴스거리에 묻혀 북한응원단의 별 호기심과 성과 없는 응원과, 스포츠와는 생뚱맞은 70년대 식 공연 분위기를 모두 축하 환영하는 분위기 등, 오직 순수한 스포츠로 감동받은 것은 의성 마늘 처녀들의 “영미야~”를 외친 것만 남아 있다. 8년 전 유치를 했던 대통령은 일반석에서 홀로 앉았다가 곧 감옥으로 보내 진다하고, 유치 후 열심히 준비했던 대통령도 이미 학교에 가 있어, 어부지리로 맡아 독단적으로 기획 주최하였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이번 동계 평화올림픽의 핵심 기원으로 알고 있는 북한 핵 포기라는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모두 기대하고 있다.
치과대학 졸업 후 40주년이 되어서 동문들이, 부부동반으로 근래에 휴양지로 뜨고 있다는 베트남 중부 소도시 다낭으로 단체 여행을 갔다. 대다수가 오랜만에 평안한 해변이나 골프장에서, 금년도 특히 추웠던 겨울과, 우리네 정치 사회 분위기에 짜증나고, 변질된 동계 올림픽 소식에 지쳤던, 노년기 초입의 심신의 피로를 조용히 풀고자 하는 바람을 가졌지만, 최근에 인터넷 쇼핑 선전으로 급증된 다낭 여행상품으로 하루 30여 편의 한국기들이 엄청난 한국인들을 옮겨온 바람에, 조그만 해변 도시는 한국인들의 북새통이 되어, 한 끼 얻어먹고 이동하며 살아남는 경쟁을 또다시 맛보아야 할 정도였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여행 적자가 수조원에 해당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특히 필자는 부부뿐 아니라 개원해 있는 사위와 딸, 손녀까지 같이 쉬러 가자며 꼬득여 데리고 갔다가 유치원생 손녀만 스태미나 넘치게 여행 내내 활기차게 싸돌아다닐 뿐, 어른들은 모두가 한국인 인파에 지쳐서 다녔다. 그래도 오랜만에 모인 치과대학 동기 부부들의 만남과 여흥이 즐거웠다. 치과대학 졸업 전 6년과 졸업 후 40년을 함께 알고 사귀고 결혼한 부부들도 많이 눈에 보여서 서로들 축하와 경의와 위로를 표하기도 했다.
월남으로 알려진 베트남은 필자가 청소년 시절, 10여년 선배 연령층의 한국군이 미국의 요청으로 파병하여 월맹군과 10년 전쟁을 했던 적국이기도 했다. 라이따이한이라 불리는 당시 월남 처녀들과 한국인들, 주로 군인이라기보다 당시 진출했던 기업의 회사원들, 사이에 난 2세들은 전쟁 후 월남 국민들로부터 많은 멸시와 설움을 받았지만, 엄마들의 한국에 대한 동경과 학구열 그리고, 한국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오히려 이제는 그들이 월남 국민들 속에서도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잘살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근래에 자신들이 아빠 없이도 홀어머니 밑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잘 자랐음을 아빠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려고 한국의 아빠 찾아가기 운동을 해서 한국을 찾아왔지만 거의 모든 아빠들은 본부인의 눈치 땜에 외면하더라는 내용의 연속극이 한동안 유행했었단다. 이를 설명하는 월남 가이드 아가씨가 분해한다. 라이따이한들이 한국의 아빠 가정을 파괴하려는 것도 아니고, 지금 와서 보상해 달라는 것도 아니며, 단지 아빠의 후예가 홀어머니 밑에서 이렇게 잘 살아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한국인 2세임에 자부심을 느끼려 했음에도, 한국의 본부인들은 남편들에게 절대 아이를 못 만나게 뒤로 압력을 넣는 것 같다며, 한국 여인네들의 못된 성격을 꼬집기도 했다. 이제 그 아빠들도 70세가 넘었는데 웬만하면 서로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시켜주는 것이 어떨까 말했다가 동문들 부인네들한테 눈총을 받았다. 집 사람은 자꾸 까불면 독성이 서서히 퍼진다는 유도화 나뭇가지로 만든 베트남 나무젓가락을 사갖고 가서 나에게 사용하게 하겠단다. 옆구리가 확 터진 아오자이 옷이 예뻐 손녀에게 입혀 데리고 다니다가, 문득 수 십 년 전 한국에서 유행하던 편한 여성복 ‘월남치마’를 집사람에게 하나 사 주려했더니 월남에는 월남치마가 없단다. 한국인이 만든 것이란다.
http://www.chihak.co.kr/news/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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