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 방지법 유명무실 현실맞게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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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의-간호계가 의료기관내 폭행의 심각성에 공감해 지난달 8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치과의사가 법의 사각지대에 몰려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폭력에 대해 즉각 구속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2007년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버스운전기사나 지하철 직원 폭행에 엄격한 법적용을 하면서 이들의 폭행이 줄어들고 있으나 진료현장의 의료인은 이보다 못한게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를 양분한 것처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의료인 폭행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지만 클리닉에서 체감하는 공포의 크기는 오히려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매를 맞는 치과의사에 대해선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교통사고 특가법은 의료인 폭행방지법과 같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사고가 일어나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가중처벌해서 2차 3차 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치과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또한 심심찮게 잇따르면서 치과계의 불안감과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력한 법집행이 미흡한 상황에서 폭행 상황을 수차례 직·간접 경험한 바 있는 치과의사들의 분노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2월 충북 청주에서 진료에 앙심을 품은 한 환자가 진료 중인 치과의사의 옆구리를 뒤쪽에서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광주광역시에선 치과에 내원한 이후부터 우울증 증세가 시작됐다는 한 환자가 여성 치과의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에는 경기도 오산에서 진료에 불만을 가진 환자가 치과의사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져 치과계에 큰 충격을 줬었다.
이렇듯 극단적인 상황은 물론이고 환자들에 의한 언어·신체적 폭력은 이미 개원의들 대다수가 경험하고 있으나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마땅치않아 늘 불안감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위원회가 2016년 1,000여 명의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실 폭행 협박에 관한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치과의사 10명 중 7명은 진료실이나 대기실 등 치과에서 폭행 협박 등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92%는 과거에 비해 진료실 내 폭력의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상복 서울시치과의사회장은 “사법 당국이 엄격하게 사건을 처리하는게 급선무”라고 했다.
치협 고충위 관계자는 진료실 환자폭력 예방을 위한 Tip으로 △치과 내에서 심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치과는 공공장소이므로 주의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고지한다 △고지 후에도 환자가 계속 난동 시 실제로 경찰을 불러 환자를 제지한다 △환자에게 ‘채무 부존재 소송’을 제기해 민사적으로 배상할 것이 있다면 법원 판결에 의해서 배상하겠다고 고지한다 △실제 폭행이나 치과 시설물 집기를 파손한 경우 입증자료를 첨부해 ‘치과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 △치과의사 배상책임보험의 ‘일반시설 및 경호비용담보’ 특약 ‘폭행 및 악의적 파괴행위 담보’ 특약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설마 내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하고 강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발 빠른 예방적 대처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박종운기자>
http://www.chihak.co.kr/news/1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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