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살아오며 형성된 신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본질 훼손 모독없이 작가 상상력 통해 감상과 재미 배가
송 재 경
서울 굿모닝치과 원장
하루하루 깊어가는 가을, 바야흐로 만추(晩秋)가 지척에 있는 시점에 연극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최고 연출가와 안무가의 초연작품을 선보이는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가 10월 7일 마지막 작품 <크리스천스>로 대학로에서 막을 내렸다. 미국 출신의 젊은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작품 <크리스천스>는 민새롬 연출로 국내 첫 선을 보였다. 지옥을 믿는 크리스천(부목사와 교인)과 지옥이라는 단어를 잘못된 번역이라 설명하는, 지옥을 믿지 않는, 크리스천(담임목사)과의 갈등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10년 만에 1000명이 넘는 신도와 시설을 갖춘 대형교회를 일군 담임 목사 ‘폴’이 교회 빚을 청산한 어느 날이 배경이다. 하지만 이 기쁨의 날부터 견고하던 교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들을 한 신념으로 뭉치게 만든, 믿음의 기반에 균열이 생겼다-작은 개척교회를 대형교회로 일궈낸 폴 목사는 이날 기존에 했던 설교와 다른 방향의 설교를 한다. 교단의 복음이 아닌 ‘자신’이 들었다고 믿는 ‘진실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한다-설교를 요약하면 ‘지옥이 없다는 것’. 하나님 나라, 즉 천국에서는 모든 이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를 통해 구원을 받고, 지옥이 아닌 천국에 간다고 굳건히 믿는 부목사 ‘조슈아’와 일부 신도는 이에 반발해 교회를 떠난다.
이 극에서 작가는 기독교의 본질인 ‘하나님과 예수님, 성령이 하나다’이며 하나님과의 관계의 시작과 지속성이 예수님(하나님)을 내 안에 받아들이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구원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사랑으로 맺으라는 선(善)한 삶을 살으라는 점에 대한 부정과 갈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말하는 ‘지옥’의 실존 여부를 두고 목사, 부목사, 교인 각자가 가진 신념의 충돌을 통해 우리가 살아오며 이미 형성된 여러 가지 신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드는데 있다라고 생각된다. 즉 기독교의 본질을 부정하거나 훼손시키지는 않으며 작가가 의도했던 것을 충분히 풀어내는 작품이었다.
다른 한 작품은 ‘땅에서 온 남자’(the Man from Earth)라는 제롬 빅스비 원작을 리차드 쉥크먼이 감독한 영화이다. 크로마뇽인이 살던 때부터 14,000여년을 지나 현시대를 살아왔다는 주인공의 삶은, 영화 속에서 언급되었던 호피(Hopi) 인디언들이 생각했던 시간개념-우리 앞 뒤에 펼쳐있는 배경처럼 어떤 특정한 사건의 스토리를 함축하는 의미를 지닌 시간개념-으로 그 배경을 한 칸, 한 칸 통과해온 주인공의 칸,칸의 이야기로 서술된다. 그의 삶의 경험과 그가 득한 지식, 지혜가 가득한 이야기에 반응하는 그의 동료, 친구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쌓아졌던 믿음의 체계가 서서히 무너지거나 재정립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호피 인디언의 시간의 개념을 사용하여 주인공이 살아온 역사와 고고학, 예술, 과학 등 세상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개하면서 점점 작품에 몰입을 시키더니, 급기야 14000년을 살아온 불사의 주인공이 붓다의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전하려 했으나 그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의 오해와 주장으로 자신이 예수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도 혼란에 빠지고 서로 논쟁이 시작된다.
성경 속의 이야기의 진리 여부를 논하는 것이 기독교의 삼위일체의 본질과 신앙을 흐리지는 않는다. 이 작품을 통해 한 종교의 본질을 역사의 진실성이라는 다른 잣대로 훼손하며 예술적 창작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모독하는 작가의 의도는 불손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저예산으로 잘 만들어진 주목할만한 영화였음에도 반기독교적이다라는 평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 끝에 펼쳐지는 극적인 반전의 전개로 작품이 주는 의미도 흥미롭긴 했지만,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삶의 지혜와 안식을 찾아내려는 필자임에도, 이 영화가 단순한 SF영화적 상상력이라는 것을 넘어 한 종교, 앞서 언급했던 기독교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생각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 작품의 종교적 왜곡이 주는 점과 대비해 한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2009년 쿠엔틴 타란티노 각본 감독 작품으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나치 장교들이 모인 극장을 폭파함으로 그곳에 참석했던 히틀러를 사고사로 죽이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 어떤 본질의 훼손과 모독없이도 기발하고도, 순전한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 보는 이의 감상과 재미가 배가 되었다. 예술적 창작에 있어서 그 자유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과 윤색의 범위가 아닌 한 종교의 본질의 훼손이냐 아니냐로 재고돼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이 다가오는 10월 25일(목)부터 28(일)일까지 4일간 서울 종로 5가에 위치한 연동교회 부설 열림홀에서 연극을 사랑하는 치과인 모임인 ‘덴탈씨어터’의 19회 정기공연 작품으로 연극무대에 올려진다. 반 기독교적인 내용이 다뤄지는 작품이 교회부속 무대에서 올려진다는 아이러니와 함께….
http://www.chihak.co.kr/news/12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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