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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12/29  치학신문
시사칼럽 '순진한 의료인'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한창 장난 잘 치던 고교 시절 이야기이다. 필자를 포함한 악동들 몇 명이 모여서 어느 순진한 반 친구에게 그의 초등학교 앨범에서 찾아낸 예쁘장한 여학생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서 ‘옛 초등 동창 이성 친구로 보고 싶으니 어느 날 몇 시에 무슨 빵집에서 기다리겠노라’라고 써 보냈다. 그 날짜에 그 빵집엘 몰려 가보니 정말로 그 순진한 친구가 혼자서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악동들은 박장대소하며 자기들이 놀린 것을 실토하고 어차피 두둑이 갖고 나온 빵 값은  소문 안내기로 약속하고 많은 빵을 얻어먹었던 기억이다. 그 순진한 친구는 후일 유명한 의료인이 되어 병원장과 후학 교육과 많은 활동을 했지만 참 순진한 성품의 친구였다고 기억한다. 의료인이 된 이들은 대체로 품성부터 다른 직업군 사람들에 비해 좀 순진한 것 같기도 하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막연한 불안감과 약점이 잠재적으로 있는 사람이다. ‘난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며 ‘그러니 일정 액수를 이 통장으로 송금하라‘고 엄포하고 그리 많지 않은 액수를 제안하는 문자를 무작위로 보냈더니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부쳐왔다는 어느 사기꾼의 고백이다. 아마 순진한 의료인들도 다수 송금 했을 것 같다.
 사기꾼들은 권력자가 자신의 배경에 있음을 강조하거나 은근히 비추기도 한다. 특히 권위적이거나 소통이 잘 안 되는 권력자일수록 그 이름을 들먹이면 확인이 힘들어 더 잘 통한다. 높은 권력자를 알면 출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공정 평등 사회를 지향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알게 모르게 권력의 배경이 작용할 것임은 역사를 통해,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 날 사건들을 봐도 요즈음도 그렇고, 이를 토대로 예견해 볼 때 앞으로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사기가 생겨 날 수밖에 없다.
 “나 영부인인데, 한 5억만 빌려줘요”라고 하는 중년 여자의 전화를 받고 급히 돈 마련하여 4억 5천을 사기꾼한테 송금했던 어느 광역시 전직 시장님은 의료인 출신이란다. 주위에서 보이스 피싱, 사기 같다고 극구 말렸는데도 “아니야 영부인이 맞아”라고하며 돈 부친 것은 물론 사기꾼이 부탁한 자녀들 취업도 솔선하여 알선해서 취업할 수 있게 봐주었단다. 시장님이 숭배하던 전직 대통령의 혼외 자식이라는 말에, 이건 자신만이 싸안고 가야 할 비밀정보라는 비장한 책임감도 느끼며 일을 추진해 주었다니, 누가 봐도 바보 시장에 불공정한 정치인이요 어리석은 의료인이 아닌가. 존경하는 대통령에 혼외자식이 있었다면 그것도 모르고 존경했으며 그게 사실이라면 그분을 재평가하든지 합당한 처리의 길로 제시해야지 은밀히 내가 뒤봐주며 은둔시키겠다는 처신부터 정의롭지 못하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돈 꿔달란다고 그냥 수억대를 대출받고 빌려서 갖다 바칠 정도라면 절대로 정치해서는 안 될 분이기도 하거니와, 인명을 다루며 인류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로 환자를 대하겠다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료인으로서도 권력이 부탁하면 우선적으로 진료나 대해줄 것 같은 생각도 들어 그 기본 자질이 의심스럽다.
 과거에 어느 추기경님은 도움이 필요해서 신도 분에게 전화해서 “나 추기경이요”했더니 설마 추기경님이 자기한테 전화 할 것을 생각도 못한 그 분은 사기로 알고 “당신이 추기경이면 난 교황이요”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약점 없는 자의 권력자에 대한 당당함이기도 하고 평소 권위주의 없이 권위 있는 분이기에 누구나 편하게 검증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기도하다.
 연말 방송에서는 베트남 국민의 염원이던 스즈키컵 축구시합을 우승으로 이끈 한국인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 감독에 대한 찬사가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그는 권위나 위엄 없이 선수의 발 마사지나, 비즈니스 항공석을 부상선수에게 양보하는 등 항상 낮은 자세의 리더로 선수들과 베트남 국민들을 대하였기에 영웅으로 칭송받는단다. 아무도 ‘박항서 감독의 부탁인데…’라며 사기 치질 못한다. 그의 성품상 항상 낮은 자세로 상대를 대하며 자신의 행동과 연봉, 축하금, 집 세 채 받은 것 등 모든 것이 공개되고 언제나 열려있으며 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스에는 개천 물을 흐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있다하니 아직도 순진한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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