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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2/04  치학신문
시사칼럼 '망각'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새해가 되니 한 살 더 먹고 노령인지 잊어버린 것도 점차 많아진다. 수년 전 복부대동맥 파열 혈관질환으로 죽음문턱까지 갖다가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날 때, 의식을 확인하려고, 의료진들이 여러 질문을 물어왔는데,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숫자하나,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신상에 관한 명확한 답변을 해서 의료진들을 놀라게도 했었는데, 단 한 가지 문항만 대답하지 못했단다. 바로 “사모님 휴대폰 번호는?”이란 질문에 한참을 애쓰다가 결국 화를 벌컥 내더라고 했다. “요즘 세상에 그거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라고 말했단다. 담당 의사도 “이 분 확실히 깨어난 것 맞다”며 자신도 그건 못 외운다고, 앞으로는 그 질문 항목은 빼라고 했단다. 그런데 그 수술 받은 후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과거사 중 내가 곤란한 것은 모두 다 잊어버렸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게 되었다. 거짓말 같으시면 목숨 건 수술 한 번 받아 보시라.
 나이를 먹다보면 점차 깜빡깜빡 하기도 하나보다. 언젠가는 집사람과 모처럼 저녁 외식을 하고 왔는데 휴대폰을 테이블에 두고 왔단다. 급히 그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주워 놓았다며 내일 아침에 찾으러 오란다. 집사람의 깡짜로 할 수없이 오전 중 그 레스토랑으로 갔더니 카운터 앞에서 어느 젊은 아줌마가 휴대폰 전화로 수다를 떨며 카드 결제하고 있었는데, 종업원이 뒤에 서있던 나를 가리키길래 “아, 휴대폰 찾으러 왔는데요.” 말했더니 내 앞의 아줌마는 갑자기 생각 난 듯 큰소리로 “어머, 내 휴대폰”을 외치며 휴대폰을 귀에 댄 체 자기가 앉았던 테이블 쪽으로 뛰어나간다. 건망증은 나이를 초월하는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 알츠하이머 질환이 늘어난다. 무엇을 자꾸 잊어버리면 건망증이고, 무엇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면 치매라 하기도 한다. 근래에는 치매, 알츠하이머임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치며 점수 계산은 정확히 할 수 있다는 임상 사례 연구 같은 이야기도 있어 화제이기도하다. 어느 의사 대표는 ‘치매라 해도 골프 칠 수 있고 점수 계산 할 수도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평소에 치매를 내세우며 불출석하다가도 골프장에서 그만 치매인 걸 깜빡하고 열심히 점수 계산한 것을 보면 정말 치매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법정에서 이기려면 의사의 말 보다는 의원의 말이 훨씬 유리한 것 같다. 의원 부탁 한마디에 죄목도 가볍게 바뀌고 형량도 낮게 바뀌는 사회임을 잊은 것 같다.
 어느 여고 동창 친구 잘 둔 여성 국회의원은 아시아 게임에서 우승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감독을 공개 망신 주었고, 사회 고발성 폭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야당이었을 때는 ‘참 용기 있는 행위이며 내부 고발자 보호’를 주장했으나, 여당이 된 후에는 내부고발자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리를 숨기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한 것 이라며 비난하기도 하여서 내로남불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하필이면 국회 문화체육 분야 중요 직책 담당자로서 그녀는 근래에 어느 지방에서의 문화재 보존 거리 예상 지역에 20여 곳의 부동산을 주위 친 인척 명의로 자신의 돈을 주어가며 매입했다니, 불과 얼마 전, 남을 비난하던 자신의 모습을 다 잊어버린 것 같다. 그분이 만든 광고처럼 ‘처음처럼’ 되돌아갔으면 한다. 어느 동물 구조단체의 여성 대표도 열심히 구조한 동물들을 후원금 받고는 상당수 안락사 시켰다니 안락사 시키려고 구조했는지 비난의 여론이 많다. 구조할 때 생각을 금방 망각하고 새 친구들이 구조되어 들어오면 미리 구조 된 친구들은 인도적 사망과 망각 속으로 들어가는 운명의 구조적 케어이다. 운 좋은 한 마리는 단체의 선전용으로 대통령에게 보냈기에 망각되지 않고 축복받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새해 들어 어느 보건 단체 신년하례 모임서 이젠 젊은 할머니가 되신 과거 보건복지부의 구강보건과 초창기 여과장님을 뵙고 다시 부활된 구강정책과를 축하하며 인사를 드렸다. 성함이 당시 유명한 에로배우와 동명이인이라 멋모르고 내가 어느 모임에서 ‘애마부인’이라고 말해서 후일 백배 사죄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죄송한 마음으로 뵐 때마다 정중히 인사드렸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말은 못 잊으시겠단다. 사람들은 남의 잘못은 잘 잊지 못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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