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결합없이 동창회별 지역별 나눠먹기식 후유증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치협회장 선거가 지난 10일 신년교례회를 통해 막이 오른 느낌이 든다.
3년 임기중 1년 넘게 시간이 남았다지만 요즘 기자와 만나는 상당수 치과의사들마다 “내년 선거 누가 나오나” 묻기도 하고 “누구누구가 나온다면서…” 등등으로 답변도 한다. 어떻게 보면 선거철에 접어든 듯하다.
그만큼 선거에 관심이 높다는 측면에선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 요인이 될지는 차치하고, 치과계 발전방향엔 긍정적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회장 선거 이야기가 나오면 무조건 따라 붙는 것이 러닝메이트로 “바이스는 어떻게 되느냐”다. 회장 선거가 아니라 ‘회장단 선거’ 때문인가 보다.
회장과 부회장 즉 공동입후보제는 당초 안정적 능률적 회무의 팀워크를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70년 치협 역사와 경험을 되돌아볼 때 회장과 부회장단과의 충돌과 분쟁 사퇴 등 이전투구의 양상은 모두 공동입후보제가 커다란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워크를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갈등의 요소요 불씨가 되는 아이러니다. 왜 그럴까. 선거 때가 되면 급한 김에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간단한 생각으로, 동창회별 지역별 등을 감안, 나눠 먹기식을 하다보니 회장과는 신념이나 시각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처음부터 화학적 결합이 아니라 물리적 결합만 한 후 등록을 하다보니 뻔한 결과가 나타나게 되어있다. 특히 임기 1년이 지나고 나면 “다음 선거에 어떻게 할까” 등 생각과 처신이 제각각으로 자연스레 팀워크가 깨지고 딴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어느 집행부는 6개월도 되지 않아 회장과 부회장 또는 부회장끼리 치고받고 심지어 공식석상에서 물컵이 깨지는 사례도 있어왔다. 오로지 자기영역 확보나 유리한 고지의 쟁점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그렇다.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러닝메이트제의 폐해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현행 치협 정관엔 부회장의 직무에 대해 단순히 ‘회장을 보좌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다시말해 치협의 회무는 회장과 이사가 중심이 된다는 해석일 수도 있다.
82~84년 김동순집행부 당시 박윤수총무이사는 이사회 때 회장단회의에 참석한 부회장들의 발언을 제한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지금도 전해 오고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러닝메이트제가 상당부분 갈등의 씨앗이라는데는 많은 인사들이 동의한다. 그렇다면 순기능을 위해 만든 러닝메이트제가 오히려 역기능을 하고있는 현시점에서 이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 오랜 전통과 관습이라는 회장단 공동후보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러닝메이트제를 공론화하고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
부회장을 현재 이사선출과 같이 총회에서 회장에게 위임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때다.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약사회 등 의약단체는 러닝메이트제의 폐해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회장만 뽑고 있다.
아옹다옹 집행부 내부가 시끄러우면 피해는 고스란히 전국 치과의사들에게 돌아간다. 급변하는 시대, 치협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실리적 회무를 택하는 방향으로 나가야겠다.
<박종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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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선거인단제에 의한 제29대 치협 회장단 선거 모습. |
http://www.chihak.co.kr/news/1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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