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단백질 함유량과 오메가3 칼슘도 많이 내포”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잉어과(Cyprinidae) 잉어속(Cyprinus)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鯉魚로 표기하며 영명은 Common Carp이고 학명은 Cyprinus carpio Linnaeus, 1758 이다.
잉어는 큰 것은 몸의 길이가 2m 이상 자라고 약간 옆으로 납작하며, 대개 등은 검푸르고 배는 누르스름하다. 주둥이는 둔하고 입가에 두 쌍의 수염이 있다. 풀이나 살아있는 물고기 등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잡식인데다 몸집도 상당하여 대형 동물 외에는 천적이 없으며, 염분에도 상당 기간 생존할 수 있고 2급수 이하 더러운 물에서도 매우 잘 산다. 잉어는 수명이 대단히 긴 생물로 알려져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30년을 넘기기 어렵고 20년을 평균으로 보고 있다.
본래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서식하던 물고기였으나, 원래 서식하지 않았던 호주나 미국에서도 양식어종으로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들어온 잉어들이 야생으로 빠져나가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외래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잉어는 기원전 약 500년경의 중국 문헌인 양어경(養魚經)과 우리나라 문헌인 장경에 소개됐을 정도로 유래가 깊은 물고기다. 특히 조선시대에 귀한 보양식 중 하나였는데 궁궐에서는 왕의 수라상과 왕비의 임신, 왕세자의 건강을 위해 많이 달였다고 전한다.
잉어는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물고기 중에서 가장 약으로 많이 사용하는 어종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중국 ≪본초강목≫에는 이위어왕(鯉爲魚王)이라 하여 잉어를 민물고기의 왕으로 소개하였을 정도로 잉어의 영양성분과 효능이 뛰어났음을 엿볼 수 있다.
잉어에 대해서는 ≪동의보감≫, ≪난호어목지≫와 ≪전어지≫ 등에는 ‘리어(鯉魚)’로 표기되어 있으며, 또한 동양화의 어해도(魚蟹圖)에도 잉어를 소재로 하는 그림이 많은데 이는 이어가 출세 또는 다산과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꿈에 잉어가 나타나면 재물, 명예, 출세, 예술 작품 등으로 해몽하기도 하며 잉어의 서식지인 물을 왕에 비유하고 그 물에 살고 있는 잉어를 신하에 비유하기도 하여, 물속의 잉어는 왕과 신하의 관계로 군신유의(君臣有義)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조상들이 믿어 왔던 잉어의 상징성, 곧 다산·장수·남성·출세·신하 등은 잉어의 효능과 무관하지 않다. 즉 임산부의 건강 향상과 유즙(乳汁) 분비 촉진을 통한 다산, 성인병 예방과 치료를 통한 장수, 신하의 도리를 다하여 출세하는 남성으로 풀이한다면 무리는 아닐 듯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내려오던 신화의 물고기로 취급한다. 잉어는 민물용왕의 아들이자 대한민국 민물고기의 신화 및 전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파평 윤씨 본가와 분파에서는 시조 설화가 잉어와 관련되어 있고 위기에 처해 강가에 몰렸던 윤관을 잉어가 구해주었다는 설화가 전해 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잉어를 길한 생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잉어 깃발인 고이노보리(鯉のぼり)로 5월 5일 남자 어린이날인 단고노셋쿠(端午の節句)에 남자 아이의 출세와 건강을 위해 내걸리는 풍습이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잉어가 꽤 고급 식재료로 쓰이는 물고기로 예로부터 민물고기 중에서 최고로 쳐서 대량으로 양식되고 또 다양한 조리법으로 소비되는 대표적 어종이다. 임산부에게 좋은 식품으로 꼽히는 것들 중 하나로 공자가 아내의 출산 당시 잉어를 고아먹이고 아들 이름을 잉어라 지었다.
잉어는 원양 어업, 수입 어종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 아주 많이 먹던 생선이었으나 70년대 이후 근래에는 국내에서도 그리 즐겨 먹지는 않고 주로 보양식으로 먹는다. 맛을 중시하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약에 가깝다는 인식이 있어 주로 병자 보양식이나 임산부의 산후 조리용 음식으로 애용되었다. 잉어는 기생충 감염의 우려 때문에 회로 먹어서는 안 되고 고아 먹거나, 끓여서 매운탕으로 먹거나, 찜으로 해서 먹어야 한다.
고단백 식품으로 유명한 잉어는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의하면 장어보다 약 121%, 소고기보다 약 110% 높은 단백질 함유량을 갖추고 있다. 또한 오메가3가 많고 칼슘도 고등어보다 약 192% 높아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나이 많은 어르신, 갱년기 여성의 건강 선물로도 좋다.
1991년 교환 교수로 미국의 Ann Arbor에 다녀온 일이 있다. 미국 Michigan 주는 호수의 주로, Michigan주에만 크고 작은 호수가 거의 1만 개가 있다고 하며, 오대호 중 Michigan 호수만 해도 그 크기가 우리나라 면적보다 넓은 담수호이니 우리에게는 그 크기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초여름 금요일 오후 Michigan 대학 생물학과에 있던 송일 박사(연세대 생물학과 졸)의 제안으로 Ann Arbor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호수에서 낚시질을 하였는데, 그 곳 잉어가 멍청하기 그지없어서 식빵을 미끼로 조금 뜯어서 낚시 바늘에 끼워 담근 낚시에 잉어가 너무나 쉽게 줄줄이 낚여 나와서 진정한 낚시의 재미(?)는 느낄 수 없을 정도였었다. 우리나라에서의 잉어만을 생각하고 제법 큼직한 잉어를 한 마리 가지고 와서 필자가 묵던 Studio Apt에서 온갖 비린내를 풍기면서 매운탕을 끓였었는데 세상에 그리도 맛없는 잉어는 먹어본 일이 없어 처치에 곤욕을 치른 기억이 있다. 식재료조차도 ‘身土 不二’임을 절감하였다.
http://www.chihak.co.kr/news/1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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