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과거 어느 사립대학의 이야기이다. 대학의 출입문 입구에서 라이터를 리어카에 가득 싣고 대학생들에게 팔던 노점상 아저씨가 있었다. 그 아저씨는 연세 든 정문수위에게 선물도 하며 가까워져서 한가할 때면 수위실에 와서 점심도 같이 먹고 바둑도 두었단다. 어느 날 수위와 바둑을 두다가 순찰시간이 되어 수위장이 ‘수위실 좀 지켜 달라’고 부탁하며 나갔는데 얼마 후, 전화기 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았는데 “나 총장인데-” 라는 목소리가 방금 순찰 나간 수위장 목소리와 비슷했던 모양이다. 자기에게 장난치는 줄 알고 대뜸 “장난치지 말고 빨리 돌아 오슈”라고 맞받아 쳤는데, 깜짝 놀란 진짜 총장님은 “나 총장이라니까”라고 해도 “총장 좋아하네, 까불지 말고 빨리 오슈”라고만 했단다. 결국 그 아저씨는 당장 쫓겨났고, 노 수위장은 감봉처분 얼마 후에 퇴직을 하였다. 몇 달 후 총장님이 차를 타고 출근길에 문득 그 아저씨의 근황을 비서에게 물어 보았더니, 라이터 파는 일을 못해서 생계가 어렵다고 하기에, 한번 총장실로 찾아오라고 전갈을 보냈단다. 죄인 모습으로 찾아온 아저씨를 수위로 채용했으니 그 수위는 어찌 목숨 걸고 충성을 다하지 않겠는가. 당시 군부 시절로 매일 학생 데모가 한창일 때, 몸을 던지며 총장 지키기에 솔선수범 했던 일명 라이터 김씨는 후일 수위장으로 정년퇴직 하였다.
언젠가 사립대학 신입 교직원들을 뽑을 때 너무나 특정 사람들의 낙하산 인사라고 노조에서 말이 많았고 문제화 되어서, 노사가 함께 신입 교직원 뽑는 일에 참여하기로 하고 그 해에는 10여명의 신입 교직원을 엄정한 공채 시험을 거쳐서 투명하게 뽑게 되었다. 그랬더니 이제까지와는 달리 엄청 좋은 학벌에 토익 영어 점수도 만점에 가까운 수재들로만 모두 뽑혔다. 그런데 그들 거의 대다수가 한학기도 안 되어서 자진 퇴직하고 말았다. 잡무부터 시작하는 사립학교 신임 교직원 일들이 수재들에게는 안 맞는 일이었다. 각 부서의 귀찮은 문서 정리 업무부터 서무에서는 돈 세고 받고, 부속 병원 원무과 창구에 근무하며 환자로부터 진료비 수납 등, 두뇌를 쓰거나 창의적 기획을 하는 엘리트 층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아니하는 단순 잡무로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 그러나 윗분들의 인맥으로 낙하한 젊은이들은 그냥 그 일에 목숨 걸고 일하며 전혀 퇴직할 생각도 없다. 그러니 누구를 신입사원으로 더 선호하며 믿고 일을 맡길 것인가. 활 만드는 데는 믿고 활 잘 만들 사람이 필요하고 천하를 다스릴 때는 믿고 천하를 맡길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니 사람을 뽑을 때는 믿을 만한 사람이 우선인 것 같다. 실력만으로 고시에 합격한 엘리트 공무원이 부당 인사 간섭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 윗선에 반발과 항명도 하고, 믿었던 조직의 수사관이 원치 않은 인물을 수사하여 대사를 그르치고, 믿고 있던 여비서에게 위력은 있었으나 행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도 고발당해 구속당하고, 여론 좀 좋게 만들어 봐 달라고 은밀히 부탁했더니 불만 품고 다 까발려서 재판에서 낭패를 본 지방자치 단체장들도 있다. 하필이면 당시, 어느 여사가 국내 최초 철도였던 ‘경인선’을 외친 것이 언론에 보도되어서 뭔가 시끄럽다. 조카에게 큰돈을 주어가며 향후 뜰 문화거리에 건물을 사주고, 여관도 운영하게 해주며 주위 분들에게 수십 채 부동산을 사게 했는데, 동생이건 조카건 법인 대표인 남편마저 그곳에 가본적도 없다며 무서운 누나 이야기를 하고 정치 9단의 노련한 지역 정치인도 ‘걸리면 죽는다’고 무서워하는 정치 배신 집안도 있다. 전직 대통령과 실세들도, 끝나면 적폐 청산이라며 많은 절친 동료 부하들이 등 돌리는 배신의 전통도 보편화 된 것 같다. 최근엔 여행 가이드 잘 해주고는 보도로 뒤틀려 주먹질 당하고, 나체 춤추는 천국의 바엘 갔다는 등 각종 의원들을 제보한 배신의 가이드도 나왔다. 이젠 믿을 사람 없다.
설 연휴가 들어 있어 진료일수도 적은 2월, 상대적으로 수입은 적고, 직원들 근무 시간과 일 수가 법으로 제한되어, 인력 추가 채용 등으로 지출은 많아 초조한데, 터무니없는 방식의 진료 주장만 요구하는 치과 환자에게 말해 본다. “어머님, 저희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한 집 건너 치과인 요즘 시대의 어려움이다. 옛날 SKY 치과대학만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http://www.chihak.co.kr/news/1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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