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대 치과대학 명예교수
몇 해 전 러시아에서 월드컵 축구 4강전이 열리던 경기 때 관중석 응원석에서 응원단과 함께 크로아티아 국가상징인 빨간색과 흰색의 바둑판무늬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열심히 응원하던 40대 후반의 어느 미녀 여성이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그녀는 바로 크로아티아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현직 대통령 클란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였다. 귀빈석을 마다하고 자국민 응원단속에 같이하다가 골을 넣으면 껑충껑충 뛰는 소박함도 보였고, 4강 진출 후에는 선수들을 한명씩 얼싸 안으며 엄마처럼 대하기도 했다. 네이버에서 크로아티아 대통령을 쳐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사진은 그녀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며 아들리아 해변의 해수욕장에서 뛰고 있는 모습이 여러 장면 나온다. 무슨 대통령이 체면 없이, 마치 야동에나 나올만한 사진이 찍혀 전 세계에 퍼져도 그녀는 물론 크로아티아 국민들은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역 미투에 걸릴 것 같은데 버젓이 게시되어 있다. 대통령 전용 해변도 없다. 나라가 가난한지 국가 안보의식 결여인지, 대통령도 비키니 차림으로 일반 피서객들과 해수욕장을 같이 쓴다. 모두가 다 벗고 수영복 차림이니 누가 대통령인지 누가 거지인지도 분간이 힘들겠다.
20여 년 전 세계보건기구의 일로 뉴질랜드 웰링턴에 있을 때이다. 그 곳 보건부 직원이 안내 해 준 여자 수상관저가 일반 부유층 동네 여러 집들 중 하나였다. 골목 밖에 경호원도 없었고 감시 카메라만 하나 보았다. 수상은 자신이 스스로 조그만 차를 몰고 정부청사로 출퇴근 한단다. 1999년부터 뉴질랜드 노동당을 이끌고 있는 헬렌 엘리자베스 클라크 여성 총리였다. 내가 암살의 위험이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뉴질랜드는 최소한의 정부와 국가기관의 민영화로 수상의 권한이 별로 크지 않단다. 그러니 누가 저 불쌍한 여자를 죽이려 하겠는가. 만약 암살 하더라도 뉴질랜드엔 수상 할 사람이 백만 명은 더 있다고 했다. 위험에 노출되어 20년간 잘 지내왔던 서민 수상이 있지만 최근에는 어느 정신 이상자 같은 사람들의 테러로 크라이스트처치 회교사원에서 49명이나 떼죽음을 당하는 참사를 당하여 세계가 애도와 분노를 하고 있다.
우리도 과거 군사 독재 시절,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서 자꾸 욕하니까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을 욕하면 잡아갔다. 독재국가들의 전형적 수법이다. 북한도 원수와 원쑤를 구분하여 원수님을 욕하는 원쑤들은 미제 뿐 아니라 자국 인민들이라도 처참히 처단하는 제도를 지금까지 갖고 있으니, 국가원수 모독죄는 정권 유지에 필수인가 보다. 우리는 그간 많은 민주화 정치인들이 투쟁하여 그 악법을 없애버렸다. 국민 누구나 국가 원수가 싫으면 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정권교체가 문제란다. 과거 투쟁하시던 분들이 정권을 잡고 보니 국가원수를 욕하거나, 앞잡이, 또는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거슬린다. 국가원수 모독죄를 없앤 마당에 법적 고발은 못하지만, 정계 제명을 할 수는 있다고 야단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그렇게 말한 잔다르크를 한 명 탄생시켰다고 한다. 대통령 지키기에 과민한 사람들이 제대로 미끼를 물었다고 웃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여전사 모습을 언론에 보였다.
어차피 정권도 자주 바뀌고 대통령직도 영구직이 아닌 임시직인 바, 정권 전 후에 일반 시민으로서 생활과 의식을 늘 가진 대통령이어야 할 것이다. 치과의사 단체장이나 치과계 단체장, 의료계 단체장들이 임기 전 후에는 일반 평 회원과 똑같이 생각하고 생활하며 권리와 의무를 다하듯이 대통령, 국가원수도 일반시민의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 이중직 인생이기 때문이다.
보헤미언 랩소디의 주인공들 보컬 팀 퀸의 공연 영화에서 관객 누적 수나 떼로 합창하는 떼창으로 유명세를 탄 싱어 프레디 머큐리처럼 사회 부적응자들로 시작했지만 그들 팀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본래 천체 물리학을 전공하고 우수 논문을 많이 발표한 과학자란다. 그는 현재도 영국의 유명 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본업이 치과의사란다. 모두들 이중직으로 사회 부적응자들을 위 아 더 챔피언으로 바꾸었다. 국가 원수도 이중직으로 여기자. 갑자기 해변에서 비키니 차람의 대통령을 만날지도 모르는 크로아티아로 떠나고 싶어진다.
http://www.chihak.co.kr/news/1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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