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대 치과대학 명예교수
동유럽의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단체 관광단이 야밤에 조그만 유람선으로 관광을 하다가 대형 크루즈선에 추돌되어 침몰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희생되었다. 몇 년 전에 세월호 대형 침몰사고를 겪었던 국민들은 또다시 선박 침몰 사고로 놀랐다. 두 사고 다 국방이나 국가 업무를 위해 일하다가 희생 된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때는 국내 바다에서 수 백 명이 희생되었고 이번엔 해외의 강에서 수십 명이 희생된 것이 다를 뿐이다. 하기야 그때는 7시간 동안이나 대통령이 아무런 언급도 없었고 이번에는 대통령이 즉각 대책을 논의하고 활발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사람 목숨이 희생되어 애통한 것은 마찬가지다. 다뉴브 강은 노래나 전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낭만적이진 못하다. 강변에 건축된 화려한 헝가리 국회의사당 근처를 거닐다 보면 선착장 부근에 여러 형태의 철제 신발들 조각상을 발견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들에 학살되어 강으로 버려진 시신들을 추모하기 위한 신발 조각상이다. 바로 그 선착장 부근에서 이번에 한국인들 단체 관광객들이 희생 되었단다.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
대학에서 정년퇴직 후 여유가 생기니 가끔씩 집사람과 해외 단체 관광을 신청하여 다녀오기도 했다.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는 않아 주로 가격이 싼 여행 상품을 찾았는데 거기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선택 관광 품목이다. 미리 고지된 안내서에는 여행에서 필수로 제공되는 관광 내용이 명시되어 있고 각 여행지마다 여행객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참여할 분만 하게 되는 선택 관광 내용이 안내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여행 가이드가 거의 강압적으로 추천하여 모두가 또는 가급적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바로 매 현지에서 한 번 씩 채용되는 현지 가이드들의 인건비 문제인 것 같다. 한국에서부터 함께 가는 무급직원에 가까운 전담 가이드 수당은 하루당 10불이라든지 몇 유로라든지, 이미 고지를 해 놓고선 여행 첫날 거두어가지만 현지마다 한번 씩 채용되는 현지 가이드 비용은 여행 계약서 그 어디에도 없다. 현지에서 알아 받아서 일당을 챙기라는 뜻인 것 같다. 그 결과 행태는 뻔하다. 특정 가게에서 많은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액의 일부를 리베이트 받거나, 관심 있을 것 같은 내용의 선택 관광에 많이 참여시켜, 공식으로 정해놓은 그 나라 입장료나 탑승비의 몇 배에 해당되는 참여비를 여행객들로부터 받아내고, 가급적 저렴한 이용료의 배나 차량 사용을 계약함으로써 더 차익을 남기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악천후나 춥거나 더운 날씨로 선택 관광에 참여자들이 포기하면 수익이 저조하니까, 다소 무리한 선택도 권하게 되고 위험성이 있어도 해당 선택 관광을 감행하고픈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악천후로 비가 내리는 야밤에 조그맣고 70년 된 낡은 배를, 6살짜리 아이와 부모나 많은 노인들이 과연 원하면서 탔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차라리 처음부터 현지 가이드 인건비를 책정하여주고 선택 관광을 하나 안하나 현지 가이드가 가져가는 액수에는 별 영향이 없다면 무리한 선택 관광 권유는 없을 것이다. 유럽의 많은 현지 한국인 가이드들은 어릴 적 부유층 자녀로서 유학 후 귀국하여 대학이나 전문분야 취업이 힘들자 다시 유학했던 현지로 와서 가이드로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엘리트층들이 많다지만 더 이상 이런 방식은 안 된다.
지난번 파리에 단체관광으로 갔을 때 탑승권이 일인당 12유로인데도 여행객들에겐 비밀로 40유로씩 받으며 찬바람 속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 에펠탑 엘리베이터를 타게 하고, 세느 강 유람선 탑승권도 13유로였는데도 50유로씩 거두기에, 필자와 집사람만 선택 관광에 참여 안하고 근처에 구경하다가 버스로 가 있겠다고 하니, 안 된다며 우리가 돈 내서 택시타고 호텔에 먼저 가 있으라며, 신변 안전을 책임 안 진다는 각서도 써주었고, 필자도 후일 소송하겠다고 하니 그냥 버스 주차장으로 가 있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가이드는 내 신분을 모른 체 푸념조로 말했다. 단체 여행객 중 제일 말 안 듣고 골치 아픈 사람들이 의사나 교수들이란다. 필자는 둘 다에 해당되니 단체 여행사에서 제일 싫어할 직업군인가 보다.
http://www.chihak.co.kr/news/12968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