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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30년 전, 우리가 외국에 나가기도 힘든 시절, 보건복지부에서 세계보건기구가 거액을 후원하는 보건 의료 선진국 장기간 교육 훈련 프로그램에 지원 응모 공고를 보게 되었다. 젊은 교수 시절이라 겁 없이 응모 신청을 해 보았다. 막상 시험 당일 가보니 세계보건기구 본부에서 나온 시험관들과 30분씩 일대일 면접으로, 어학 실력과 자신이 공부할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임을 알게 되었다. 외국 나가보려는 의욕만 앞섰지 영어 회화 실력이 짧았던 당시 필자는 포기할까 하다가 그냥 차라리 내가 먼저 물어보고 면접관에게 말을 많이 시키는 방법으로 시간을 떼웠다. 구강 보건이 잘된 선진국은 어디인가, 그 나라 어느 대학에서 훈련받기를 추천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그 대학과 접촉할 수 있는가, 등등 면접관이 잘 설명 해주기가 무섭게 알아듣건 말건 또 다음 질문을 해댔다. 순진하고 친절한 면접관들은 자세히 답변해주다가 30분 시험 시간을 다 보내버리게 되었다. 누가 누구에게 시험을 치르는지 모르겠기에 당연히 떨어질 걸 생각하고 1년 후에 가족들을 끌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런데 시험 본 지 1년반 후에 미국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세계보건기구 후원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각 한달 씩 장기 연수를 떠나라는 공문을 통고받았고 세계보건기구가 끊어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워싱턴, 시카고, LA와 남미의 포틀랜드 그리고 뉴질랜드를 거처 호주의 아델레이드로, 5번 환승의 32시간 비행티켓을 전달받았다. 긴 비행 끝에 호주의 아델레이드 시내에 지정되어 있던 힐튼 호텔에 도착하여 피로한 몸을 씻고 있는데 갑자기 방 전화벨 소리가 났다. 두려운 마음에 조심스레 받았더니 의외로 예쁜 목소리가 낭낭하게 들려왔다. “Hello Dr.Shin, This is who from Canberra” 짧은 영어 실력에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Who?, Canberra? 그래서 더듬대며 되물어 보았다. “Who? Who is Miss Canberra?” 그녀도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만 깔깔대고 웃었다.
“WHO는 세계보건기구의 약자이고 Canberra는 호주의 수도입니다. 여기는 호주의 수도 켄버라에 있는 세계보건기구라는 말입니다.” 아마 이 사람이 교수 맞는지, 세계보건기구 장학생 맞는지 의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교수 은퇴 후, 지난 추석 무렵, 어느 지방도시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그 호주를 다시 찾게 되었다. 멜버른 의과대학에 모인 아세아 태평양 각국의 보건 의료 관련 학술대회 관련자들을 상대로 우리나라 그 지방 도시를 홍보하고 학술대회를 유치하는 노력을 하는 일이다.
며칠을 그곳에서 보내며 친해진 호주의 의대 교수들에게 술좌석에서 한번 부탁하여 보았다. 어릴 때부터 아빠를 따라다니고 외국 유학도 했던 딸아이가 낳은 나의 손녀딸이 하나 있는데 그 꼬마가 또래 아이들 보다 영어는 우수하니까, 혹시 그 손녀딸을 얼마 기간 동안 이곳에 연수나 인턴으로 보내면 나중에 쓰신 의학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넣어 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아직 초딩이라서 안된다며 왜 그렇게 하려는가 물어왔다. 훗날 그 아이를 의학전문 대학원에 보낼 때 도움이 좀 될까하여 미리 준비 스펙을 쌓는거라 했더니, 한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그런 평등한 기회인지, 그 과정은 공정한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의로운지 묻는다. 그런 짓은 개천에서 난 용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냥 개천에 사는 붕어 가재 개구리들은 아무나 할 수 없음을 이역만리 호주에 와서야 깨달았으니 나도 참 한심하다는 자괴감도 들었다. 차라리 그간 오랫동안 동양에 있는 대학에서 실내건축 디자인 분야 강의를 나간 집사람에게 부탁하여 총장님 표창장이라도 하나 그럴듯하게 슬쩍 만드는 것이 더 빠르겠다.
30년 전 미국 교환교수 시절 치과대학 앞 시내 광고판에 “SAVE THE BOND!”라는 문구를 보고 왜 치과에서 쓰는 본드 재료를 아껴야 하는지를 그쪽 친한 교수에게 물었더니 그 본드가 치과재료가 아니고 돈, 즉 펀드라는 개념이라 알려 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펀드라는 개념이 부족한 필자에게 요즈음 들어 사모님들이 많이 한다는 사모펀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집사람에게 한번 권해 볼까 한다. 난 아무것도 몰라야만 되는 펀드라고 하니까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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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ihak.co.kr/news/1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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