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로서의 삶, 그 이상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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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9/27 치학신문

치과의사로서의 삶, 그 이상의 것
시론

박 영 섭

대한치과의사협회 전 부회장

치과의사들 대부분은 학창시절부터 공부 잘하는 최상위권에 속한 분들이다. 그러기에 남들보다 높은 자긍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나오면 어떤가. 요즈음 현실은 나의 자부심과 권위는 온 데 간 데 없고 쏟아지는 경영전략세미나와 환자 붙들기에 골몰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게 뭐지 하다가 세월은 지나고 자부심은 자괴감으로, 명예는 멍에로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회풍토를 개탄하기보다 우리 스스로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로서의 삶을 풍족하게 하게 하는 것은 남들이 인정해 주는 사회적인 권위나 명예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삶의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과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만 주위에서 찾는다면 자신의 삶이 풍족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군의관시절 만난 박정숙 타대오 수녀. 그분이 살아가는 모습은 당시 나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어려운 가정에서 치과대학을 나와 돈 잘버는 병원 개업을 포기한 채 자신의 삶을 음성 꽂동네에서 가장 최하계층의 어려운 분들을 위했고, 온전히 세계 오지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헌신하고 있다. 과연 이 분은 어떤 삶의 가치관을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내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록 박타대오 수녀님과 같이 길가에 있는 거지를 데려다가 씻기우고 함께 살면서 교육을 시키지는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를 시작한 것이다. 노숙자들을 찾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찾았다. 그리고 탈북자들도 찾아가 내가 가진 달란트로 재능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봉사진료였지만 사실 그 활동을 통해 그들에게 베푼다는 생각은 별로 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의 삶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들의 삶에 대한 애정을 통해 나의 삶의 소중함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린치과봉사회에 참여하면서 여러 선후배 동료들과 헌신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경험이었다. 여기서 다양한 봉사를 하면서 치과의사가 된 것에 대한 감사와 겸손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추구해 나가야 하는 삶의 지향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사회에 대한 봉사만이 전부는 아니다. 더 훌륭한 삶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유능한 치과의사들도 많다. 하지만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를 통해 치과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런 삶을 살다보면 동네아저씨라고 불리워도 즐겁기만 한 이유가 생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