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명 늘어날 때 치과의사 3만명 늘어 과잉 실감
모든 영역의 기본 구조와 사고방식까지 바뀌는 수축사회
김 봉 옥
비오케이김봉옥치과원장
필자는 70년대 말에 대학을 다녔는데 그때의 학창 시절은 미래에 대하여 희망이 컸다. 우리 부모 세대가 살던 환경보다 더 풍요롭고 밝고 좋은 삶을 기대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국의 치과대학은 5개뿐이었다. 치과대학 졸업생은 매년 300명이 안되었다. 필자의 면허번호는 3000번대였다. 그때의 총 인구는 대략 3812만명인데 그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과학기술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경제도 인구도 성장세가 뚜렷한 시기였다. 세상은 끝없이 발전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 같은 시절이었다. 이제 이 세대는 기성세대라고 불린다.
현재는 21세기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시절,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치과대학은 11개로 늘어났다. 전국의 치과대학 졸업생은 매년 750여명이라고 한다. 인구는 2019년 5150만여명으로 늘어났다. 40여년간 인구는 1338만명 정도가 늘어났는데, 현직에 있는 치과의사의 수는 30,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매년 750여명의 치과의사가 기존의 치과의사 수에 더 추가되는 양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증가한 인구의 적음에 놀라고 치과의사의 숫자가 많은 현실은 치과의사의 공급이 과잉이 아닌가 염려가 된다. 요즘 새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치과의사들은 지금의 상황에서 기성세대 때와 비슷한 미래의 전망을 가지고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필자는 통계학자도 아니고 감히 통계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지 않겠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통계청의 인구 통계를 잠깐 보았다. 2010년의 인구가 5050만명인데 2019년은 5148만여명이다. 10년동안 인구는 100만명이 안되게 늘어났다. 이 10년동안 신생아부터 20세 미만의 인구는 한번도 증가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신생아의 수가 엄청나게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50세 이상의 인구는 한번도 감소하지 않고 10년 내내 증가하고 있다. 늘어난 100만명이 노령 인구의 증가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젊은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성장률은 감소할 수 있어도 실제 인구가 감소한다는 사실은 정말 필자에게는 낯선 일이다.
필자가 셋째 아이를 출산하던 당시에는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두 자녀를 권유하였다. 그래서 세번째 자녀는 의료보험 혜택에서 제외시켜 분만시의 병원비 전액을 사비로 지불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인구의 분포가 이렇게 바뀌게 되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홍성국 씨가 쓴 ‘수축사회’라는 책을 보았다. 이 책에는 젊은이 인구의 감소와 저성장의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회 모든 영역의 기본 구조가 바뀌고 인간의 사고방식까지 바뀌게 되는 현상을 수축사회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이때까지 한번도 도래한 적 없는 이런 상황이 역사적인 필연임을 인식해야 그에 대한 대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이제 인구의 증가는 끝이 나고, 인구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시대가 되었다. 이는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지난 10년 동안 젊은이 인구는 늘지 않았는데 치과의사 수는 매년 증가했다. 수요가 줄어드는데 치과의사 수는 10배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시점에서 필자는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 돌아와서 이 시대에 대한 뚜렷한 이해도 없이, 대책도 없이, 새로 개업을 했다. 아직도 적응이 안되고 힘들게 헤맨다. 이러한 일이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길 바라면서 인구 성장이 끝난 시대를 두려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 점점 더 어려워져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될 것 같은 위기감도 온다. 좋은 미래 전략팀을 가지고 있는 큰 기업이나 국가는 어떤 방법을 찾아서라도 이 어려운 시기의 해법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치과계의 누군가가, 아니면 모두가 이 시대의 다른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의 치과대학 졸업생 수가 이 현실에 적당한 수준인지? 치과 개업시의 적당한 치과의 크기는 예전과 어떻게 다르게 접근해야 할까? 경비를 줄이기 위해 치과의 크기가 작을수록 유리한지? 공유 오피스의 개념을 치과에도 도입하여 치과 오피스의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은 어떻게 가능한지? 은퇴하는 치과의사는 어떻게 마지막 정리를 하는게 좋은지?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하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우리가 처한 이전과는 다른 오늘과 앞날을 좀 더 알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는게 오늘의 바람이요 희망이다.
http://www.chihak.co.kr/news/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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