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탐구 <98> - 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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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3/27 치학신문

음식탐구 <98>
갑오징어

지방 함량 낮으면서 단백질 함량 높고 타우린 성분 풍부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갑오징어는 갑오징어과에 속한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고 서해 중부에서 많이 잡히는 연체동물이다. 갑오징어는 아메리카대륙 연안의 바다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 몸통은 타원형으로 둥글고 갈색 줄무늬가 있다. 흔히 오징어라고 부르는 살오징어와는 달리 몸 안에 길쭉한 뼈와 같은 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무리를 지어 다니며 깊은 물에도 산다.
무척추동물인 오징어에 뼈가 있는 이유는 오징어가 조개에서 분화되어 나올 때 조개껍질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일부 종족은 조개 껍질부분을 몸속에 내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뼈라고는 하지만 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는 뼈와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가진다. 갑오징어는 몸 부피에 비해 뼈의 비중이 꽤 큰 편으로 회를 치면 거의 가죽만 남기 때문에 살의 양이 좀 적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오징어에 비해 두툼한 살과 쫄깃한 식감으로 인기가 높아 고급식재료로 취급되고 있다. 생물 분류상 오징어는 십완상목에 속해서 다리가 10개인 생물로, 오징어와 꼴뚜기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로는 살오징어, 흰오징어, 갑오징어, 화살오징어 등 10여 종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어획되는 살오징어는 70% 이상이 동해를 산지로 하고 있어 남해안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바다 수온의 변화로 오징어가 남해안에서도 잡히고 있다. 따라서 오징어 하면 으레 갑오징어만 보아온 남해안(신안군, 진도군, 완도군)지방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징어(살오징어)가 그리 친숙하지 않다고 한다.
갑오징어에는 해면질과 백악질로 되어 있는 갑오징어뼈라는 내골격이 있다. 이것은 칼슘 성분이 많아 카나리아, 앵무새 등 애완용 조류의 먹이나 치약의 원료로 쓰인다. 또는, 뼈를 갈아 상처에 바르는 약으로 쓰기도 한다. 뼈와 몸통 사이의 공간에 물을 빨아들이고 내뿜는 힘으로 이동한다. 물을 내뿜어 모래 속에 숨어 있는 게를 드러내 놓기도 하고 적을 피해 숨기 위해서 먹물을 뿌려 물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
섬지역 민가에서는 참갑오징어를 손질하고 나온 뼈를 ‘늘’ 또는 ‘깜능’이라 하여 말려두었다가 체하거나 배가 아플 때 가루를 내어 식초나 물에 타 먹는다. 머리에 상처가 나면 바닷물에 오래 밀려다녀서 누렇게 변색된 뼈를 주워 가루를 내 지혈하는 데 사용한다.옛 문헌에 따르면 우리말로 오적어·오적이·오직이 등으로 불렀다. 갑오징어는 오즉, 묵어, 흑어 남어, 살오징어는 유어, 고록어라고 하였다. 고문헌에도 갑오징어에 대한 기록이 있어 오징어는 약재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자산어보≫에서는 “오징어의 뼈는 곧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살이 나게 한다. 뼈는 또한 말의 상처와 당나귀의 등창을 다스린다. 오징어 뼈가 아니면 고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특히 ≪동의보감≫에서는 오징어의 뼈·먹물·살을 이용하여 여성질환, 불임, 피부병, 안과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널리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오징어류는 일생에 단 한번만의 번식으로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 생을 마감한다. 따라서 오징어류의 수명은 부화로부터 교접 산란을 마칠 때까지이다. 오징어의 생활사 중에서 생식주기의 반복은 없고 단 1회로 끝난다.
갑오징어 요리로는 갑오징어 회, 회무침. 물회, 숙회, 갑오징어 양념구이, 갑오징어두루치기 등으로 우리 서민의 입맛에 깊이 자리 잡고 있으나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건 숙회다. 갑오징어가 갖고 있는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봄철 갑오징어는 살짝 데쳐 기름장에 찍어먹으면 달짝지근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기가 막히다. 갑오징어는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 단백질 함량은 높고 또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도 좋다. 특히 회는 씹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식감이 연하며 단맛은 타 어류의 회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칠맛이 있으며 쫄깃한 숙회맛 또한 일품으로 식도락가의 미각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주말 가락동 농수산 시장의 수산물 부에 갔더니 좌판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먹물을 뒤집어 쓴 갑오징어를 보고 한 무더기를 사가지고 와서 손질하여 회로 숙회로 무침으로 다양하게 가장의 솜씨(?)를 발휘하여 가족에게 봉사하였다. 잠깐의 손질로 온 가족의 입을 즐겁게 하니 이 또한 不亦說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