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육회는 냄새도 없고 씹을 것 없이 입안서 살살 녹아”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노루는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하며 히말라야 이북과 북극권 이남 지역에 한정 서식한다. 한반도에서는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한라산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서식한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과 그 근처의 만수동산에는 등산로 주변에도 적지 않은 수가 목격될 정도로 많은 수가 서식한다. 한때 멸종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꾸준한 복원 노력으로 인해 현재는 개체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2013년 7월 1일부로 제주자치도에 다시 노루 수렵 허가가 내려지자 많은 노루가 수렵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군생활을 하던 서부전선의 비무장지대에서도 많은 수의 노루가 있어 야간에 군용차량에 부딪치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서 사병들의 입을 즐겁게(?) 하곤 했었다.
노루고기는 육질이 연하고 감칠맛이 있어 구이나 육포로 만들어 먹으며, 한방에서는 노루의 피를 장혈이라 하여 허약한 사람에게 기를 보강해 주는 약재로 쓴다. 뼈는 곰국으로 먹으며, 노루뿔 또한 장각이라 하여 임질의 치료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서는 “노루 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허약하면서 야윈 것을 보하고 오장을 튼실하게 하며, 기력을 더해주고 혈맥을 조화롭게 해준다. 이 고기는 전부 사람에게 유익하니 들짐승 중에는 제일이다”고 나와 있다.
역대 조선의 임금님들조차 노루에 대한 식탐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식탐이 남달랐던 연산군이 하도 좋아하여 노루의 꼬리나 혀 한 개의 값이 무려 무명 20~30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반정으로 연산군 뒤를 이어 왕에 오른 중종은 각 지방의 진상품목과 수량을 절감해 주었지만 신하들의 빗발치는 개정 요청에도 ‘조상에의 예의, 대비에의 효도’ 등을 내세워서 한사코 진상을 계속하도록 했다. 조선 13대 명종의 《시정기》에도 “이 고기를 좋아하고 특히 꼬리를 즐겨 드신다”고 나와 있다. 영조도 고령인 79세 때 “반찬 중에서 사슴 꼬리만 손을 댈 수 있다”라고 했을 만큼 그 맛을 탐했다고 한다. 점잖은 선비로 알려진 정약용의 시문이나 허균이 쓴 《도문대작에도 이 동물의 꼬리에 대해서 언급할 정도이니 일반 사대부는 일러 무삼하리요! 이상은 《왕의 밥상(함규진 저)》에 나온 내용이다.
필자가 광주 조선 치대에 몸담고 있을 시절 어느 해 한겨울 가끔씩 산토끼 구이를 먹으러 가던 나주 남평 광남식당에서 노루가 한 마리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세상에!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병원업무가 끝나자마자 구강외과 식구들에 끼어 남평의 식당을 찾았었다. 당시 지금은 작고하신 조열필 교수님을 모시고 김학원 교수, 문행규 선생, 배웅 선생 등도 동행하였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노루고기를 가까이 해본 일이 없었다.
별 볼일 없는 허름한 토담집 안방에 상을 펴고 다리를 포개고 앉아서 노루 고기 육회와 노루 불고기를 먹었었는데 난생 처음 먹어보는 노루 육회는 보기와 달리 냄새도 없고 씹을 것도 없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서 순식간에 접시가 바닥을 보았고 더 먹고 싶어도 노루 한 마리에 육회로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얼마 안 된다는 주인의 아쉬운 말에 입맛을 다시며……. 다음은 노루 불고기로 이어졌는데 이 맛 또한 육회에 못지않아서 과연 조선의 여러 임금들이 이 노루 고기의 맛을 잊지 못해서 백성들의 진상을 기대(?) 했음직한 심정을 이해할 만하였다.
노루는 아시아에 서식하는 사슴과 노루속의 한 종으로, 유럽노루와 구분해서 시베리아노루라고도 한다. 유럽노루(Capreolus capreolus)의 아종으로 생각되었으나, 현재는 별도의 종으로 취급한다.
노루는 사슴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뿔이 수컷에게만 있으며 짧고 세 개의 가지가 있다. 두각의 가짓수로 나이를 나타내는데, 대체로 1~2년생은 가지가 한 개, 3~4년생은 가지가 두 개, 5년생 이상은 가지가 세 개 이상이다. 몸빛은 여름에는 황갈색 또는 적갈색을 띠고, 겨울에는 점토색을 나타내는데 겨울철에는 엉덩이에 큰 흰색 반점이 있다. 노루는 “껑껑”하고 울부짖는데, 마치 개가 짖는 소리와 비슷하다. 세력권을 알릴 때에는 나뭇가지에 뿔을 비비거나, 배설물로 영역을 알리며, 이 행동은 특히 번식기에 두드러진다.
노루의 통상적인 임신기간은 약 150일이다. 일반적으로 9~11월 사이에 교미를 해서 5~6월에 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암컷의 경우 사슴류 중에서 유일하게 4~5개월간의 착상지연 기간이 있다. 새끼는 생후 한 시간이면 걸어 다닐 수 있고 2~3일이 지나면 빠른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노루의 천적은 호랑이·표범·불곰·늑대·검독수리 등이다. 빠른 질주력으로 적의 추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지만, 적이 보이지 않으면 정지하여 주위를 살펴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잡히는 경우가 많다.
노루는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하며 히말라야 이북과 북극권 이남 지역에 한정 서식한다. 한반도에서는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한라산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서식한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과 그 근처의 만수동산에는 등산로 주변에도 적지 않은 수가 목격될 정도로 많은 수가 서식한다. 한때 멸종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꾸준한 복원 노력으로 인해 현재는 개체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2013년 7월 1일부로 제주자치도에 다시 노루 수렵 허가가 내려지자 많은 노루가 수렵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군생활을 하던 서부전선의 비무장지대에서도 많은 수의 노루가 있어 야간에 군용차량에 부딪치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서 사병들의 입을 즐겁게(?) 하곤 했었다.
노루고기는 육질이 연하고 감칠맛이 있어 구이나 육포로 만들어 먹으며, 한방에서는 노루의 피를 장혈(?血)이라 하여 허약한 사람에게 기를 보강해 주는 약재로 쓴다. 뼈는 곰국으로 먹으며, 노루뿔 또한 장각(?角)이라 하여 임질의 치료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서는 “노루 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허약(虛弱)하면서 야윈 것을 보(補)하고 오장(五臟)을 튼실하게 하며, 기력(氣力)을 더해주고 혈맥(血脈)을 조화롭게 해준다. 이 고기는 전부 사람에게 유익하니 들짐승 중에는 제일이다”고 나와 있다.
노루는 일찍이 사냥의 표적으로 많이 희생된 야생동물로 《삼국사기》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역대 조선의 임금님들조차 노루에 대한 식탐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식탐이 남달랐던 연산군이 하도 좋아하여 노루의 꼬리나 혀 한 개의 값이 무려 무명 20~30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반정으로 연산군 뒤를 이어 왕에 오른 중종은 각 지방의 진상품목과 수량을 절감해 주었지만 신하들의 빗발치는 개정 요청에도 ‘조상에의 예의, 대비에의 효도’ 등을 내세워서 한사코 진상을 계속하도록 했다. 조선 13대 명종의 《시정기》에도 “이 고기를 좋아하고 특히 꼬리를 즐겨 드신다”고 나와 있다. 영조도 고령인 79세 때 “반찬 중에서 사슴 꼬리만 손을 댈 수 있다”라고 했을 만큼 그 맛을 탐했다고 한다. 점잖은 선비로 알려진 정약용의 시문이나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이 동물의 꼬리에 대해서 언급할 정도이니 일반 사대부는 일러 무삼하리요! 이상은 《왕의 밥상(함규진 저)》에 나온 내용이다.
필자가 광주 조선 치대에 몸담고 있을 시절 어느 해 한겨울 가끔씩 산토끼 구이를 먹으러 가던 나주 남평 광남식당에서 노루가 한 마리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세상에!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병원업무가 끝나자마자 구강외과 식구들에 끼어 남평의 식당을 찾았었다. 당시 지금은 작고하신 조열필 교수님을 모시고 김학원 교수, 문행규 선생, 배웅 선생 등도 동행하였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노루고기를 가까이 해본 일이 없었다.
별 볼일 없는 허름한 토담집 안방에 상을 펴고 다리를 포개고 앉아서 노루 고기 육회와 노루 불고기를 먹었었는데 난생 처음 먹어보는 노루 육회는 보기와 달리 냄새도 없고 씹을 것도 없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서 순식간에 접시가 바닥을 보았고 더 먹고 싶어도 노루 한 마리에 육회로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얼마 안 된다는 주인의 아쉬운 말에 입맛을 다시며……. 다음은 노루 불고기로 이어졌는데 이 맛 또한 육회에 못지않아서 과연 조선의 여러 임금들이 이 노루 고기의 맛을 잊지 못해서 백성들의 진상을 기대(?) 했음직한 심정을 이해할 만하였다.
http://www.chihak.co.kr/news/1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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