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코로나19의 공포로 나라에서도 모든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라는 포고를 내렸다. 치과의사처럼 자주 마스크 쓰고 일하던 사람도 답답한데 이 일에 익숙지 않은 일반 국민들이야 일상에서 마스크 쓰고 생활하기가 얼마나 귀찮고 답답할까. 간혹 마스크 안쓴채 가게나 식당에 들어갔다가 주인이나 종업원으로부터 혼난 사람도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에 마스크 안 쓰거나 턱에 걸치고 들어갔다가 야단맞고 싸움까지 하여 법적 처벌이 되기도 한다. 마스크가 뭔지 이렇게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답답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편리할 때도 있다. 밖에도 잘 못 나가고 집구석에만 있으니 집사람의 잔소리가 점점 더 짜증날 때도 있다. 쫑알대는 집사람 입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한마디 해 준다. “마스크 써!” 참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고 다소 기분을 풀기도 한다. 마스크 쓰고도 잔소리가 이어져도 훨씬 강도가 약하고 직설적이지 못하여 크게 와 닿지도 않고 소나타 음악을 듣는 정도로 뭉갤 수 있겠다.
시내에 나가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특히 여자들은 얼굴을 반은 가리고 눈 만 보인다. 코와 볼, 입이며 턱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마와 눈만 보이니 그것이 이국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중동 여인네들이 눈망울만 보이고 나머지 얼굴은 히잡인지 차도르인지 망사 같은 천으로 다 가려서 오히려 신비한 모습을 상상하듯이 말이다. 모두 마스크 쓰니 예쁘게 생겼거나 못생겼거나, 젊거나 나이 든 여인이나 별 차이가 없고 외적으로는 평등해 보인다. 이래서 사회적 생활과 미적 추구개념을 한번 바꿀 계기도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모든 여인네들에게 망사 마스크라도 쓰고 다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남자들에게는 작은 모자라도 의무적으로 쓰게 한다면 필자처럼 윗머리 뒷머리 빠진 남자들은 가릴 수도 있어 행복지수나 만족감이 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쓸데없는 공상도 해본다. 모두가 마스크를 장기간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한 피폐한 후유증이다.
의료계가 금년 초 중국 우한을 비롯한 외국으로부터 코로나의 전파에 초기 대응을 강조했지만, 짜오 중국하며 자장면 파티나 하다가, 창궐한 후, 의료진의 헌신적 희생으로 겨우 막았더니 7월 말에는 코로나 방역의 세계적 모범국이 되었다며 방정맞게 국민들에게 돈 쓰기를 권장하며, 여행가고 극장가고 음식점 가라며 공휴일도 늘려주다가, 다시 확산되니 이 책임과 핑계를 광화문 집회 탓으로 몰아간다. 물론 사람 많이 모인 그 집회나 교회가 전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왜 사람들이 그 집회를 하게 되었는지 이유는 물론 다른 문제도 덮어버리기에는 코로나만큼 좋은 것이 없어 보이고, 거슬리는 집회도 미리 겁나게 단속할 명분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의사들이 타국에 비해 모자란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이참에 운동하던 분들의 사화 단체나 특정지역 단체장 추천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공공의대 두 개를 설립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진작부터 해 왔단다. 공산권 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저질 의대교육 같기도 한데, 졸업 후 일정기간 정부가 정한 의무복무도 하고 북한이 재난위기 상황일 때는 파견도 보낼 법안도 기획한단다. 길가에 반대피켓 들고 일인 시위하는 어느 병원 인턴에게 “피켓 글 표현이 너무 약한데, 그 정도 말로 시민들이 호응하겠냐?”라고 핀잔해 주었다. 차라리 정부도 의사들과 싸우지 말고 북한에 공공의대 두 개를 설립해주고 남한 측 사회단체들이 추천한 자식들을 입학 허가 부탁을 드리는 것이 어떨까. 그들이 수년간 북한의대 다니며 살아보고, 좋으면 거기서 의사하든지, 굳이 남한에서 의사하겠다면 탈북하여 국내 의사면허시험을 보게 한다면 아마도 국내 의사들도 크게 반대 안 할 것 같다. 간호사의 노고를 치하하며 의사집단과 대적시키고, 아이유 팬클럽까지 항의했던 대통령의 꼼수를 보니 다음엔 공공치대 공공약대 공공법대로 확대되어, 우리 치과계에도 마스크 쓰고 투쟁할 기회가 올 것 같아 걱정된다. 필자야 은퇴했지만 후일 손자들을 의,치대 보내려면 자식이 사회단체 가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http://www.chihak.co.kr/news/1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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