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보다 나트륨 함량 높아 국물은 많이 마시지 말자”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한국의 국수 중 하나로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 메뉴 124개에 대한 외국어 표준 표기안을 마련하면서 칼국수의 외국어 표기 중 영어로는 Noodle Soup 또는 Kalguksu로 표시된다.
조선시대에 국수는 궁중이나 양반들이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이었다. 일반 서민들은 평소에는 국수를 먹지 못했으며,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야 잔치국수를 먹었으며 장수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 이유는 고려 시대까지 밀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 중국 화북지방에서 수입하였기 때문이며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야 서민 음식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1934년 발간된 ‘간편조선요리제법’에 칼로 썰어 만드는 국수의 조리법이 나와 있는데, 끓는 물에 삶아 내어 냉수에 헹구고 다시 맑은 장국을 붓고 고명을 얹어서 먹는 음식이 소개되고 있지만, 국수를 헹구지 않는 지금의 칼국수 조리법과는 다르다. 한국 전쟁 시에 미국에서 밀가루가 구호식량으로 한국에 대량 들어왔다. 이를 이용해 부엌에서 간단히 칼로 밀가루를 잘라서 국수를 해먹을 수 있는 칼국수가 전국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칼국수는 반죽을 펼쳐내 부엌칼로 썰어 면을 뽑기 때문에 칼국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 이름 덕분에 한때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기겁하는 원인 중 하나(칼이 들어있는 국수)라는 우스갯소리도 돌기도 했다. 비슷한 예로 중국 요리 중에는 도삭면(칼로 썰어 만드는 국수)이 있다.
시중 대부분의 칼국수집은 반죽을 다소 두껍게 펼치고 칼로 썰기 때문에 단면이 네모 모양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써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반죽을 최대한 얇게 펼쳐서 반대편이 비쳐 보일 정도로 하늘하늘하게 써는 놀라운 기술을 보이기도 한다. 주로 해물을 넣은 남도식 칼국수는 면을 두껍게 썰고, 경기도식 사골 국물, 닭고기 국물인 경우는 면을 얇게 써는 편으로 구분하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안동시를 비롯한 경상북도 지방에서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서 반죽한다.
잔치국수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바, 우동, 라멘처럼 면을 따로 데쳐내어 국물에 말아주는 것이 아니라, 국물에 면을 처음부터 넣고 삶기 때문에 면 속의 전분이 국물 속으로 풀어져 국물이 걸쭉하게 된다. 밖에서 파는 칼국수가 대부분 이런 형태고, 집에서 만들 때 걸쭉한 국물이 별로라면 면을 먼저 따로 삶고 국물과 합쳐도 무방하다. ‘안동건진국수’가 면을 따로 삶아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점 때문에 칼국수의 정식 영문 명칭을 아예 Noodle Soup라고 정할 정도이며 면 자체의 식감은 좀 찰기가 없는 편이다. 또한 면을 건져서 국물에 말아주는 면 요리와 달리 국수 자체의 나트륨(소금) 성분이 면을 삶아내고 버리는 물이나 면을 헹궈내는 물에 녹아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보기보다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적당히 먹고 국물은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칼국수’라는 이름에서는 면의 종류만 나타나서 그런지 몰라도 국물의 양상은 지역별로 꽤 다르다. 멸치 육수 칼국수(부산 경남 지역), 바지락과 해물을 사용하여 시원한 맛을 내는 칼국수(전라도), 멸치 육수에 고기(주로 닭고기)를 넣어 깊은 맛을 내는 칼국수(경기도) 등이 있다. 서울에서는 쇠고기 고명과 육수를 사용하며, 좀 더 고급스럽게는 사골 육수로 국물을 내기도 한다. 사골만으로 국물을 하면 밍밍하지만, 재료를 더 넣고 향을 강하게 내면 맛은 더 좋아진다.
칼국수의 종류로는 닭칼국수, 비빔칼국수. 안동국시, 장칼국수, 칼짜장, 매생이 칼국수, 육개장 칼국수, 칼제비( 칼국수+수제비), 칼만둣국, 들깨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팥칼국수등 지방에 따라 칼국수의 국물을 만들거나 고명을 첨가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이용되고 있다.
어느 일요일 저녁 지금은 작고하신 경희치대 이상철 교수님이 사모님하고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시려고 교수님이 사시던 압구정 현대아파트 앞의 상가 2층에 자리한 어느 칼국수집에 가셨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시려니 평소와는 달리 주위 분위기가 약간 다르더란다. 별 생각 없이 자리를 잡으시려는데 잠시 후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김영삼 대통령과 마주쳐서, 교수님은 얼김에(?) 김영삼 대통령과 악수를 하셨다고 한다. 필자가 영광스러운 그 손을 씻지마시라고 하며 웃던 기억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칼국수를 좋아해서 즐겨먹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한때 청와대의 주력 메뉴로 자리매김했던 바 있는데, 영양 균형상 좋은 음식은 아니기 때문에 당시 청와대 요리사는 부재료로 어떻게든 영양 균형을 맞추려고 고생을 했다고 한다. 덕분에 민주자유당 국회의원들은 물론 특별히 초대받은 유명 인사나 심지어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APEC 참석을 위해 온 해외의 귀빈들까지, 청와대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와대표’ 칼국수를 맛보아야 했다. 사실 김영삼 대통령이 칼국수를 정말로 좋아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청렴하고 검소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견해도 있다.
필자는 가끔씩 집에서 온갖 재소를 넣어 ‘소고기 샤브샤브’를 먹고 배가 부를 때쯤이면 그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 먹곤 하는데 푸짐하고 깔끔한 맛을 가족들이 즐기곤 한다. 내자가 칼국수를 뽑는 기계를 준비했을 정도이다.
http://www.chihak.co.kr/news/1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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