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We are the world” 떠올라
긴 터널의 한 가운데이고 출구가 어디인지 확인했을 뿐
염 지 훈
포시즌치과원장
구강외과전문의
코로나, 코로나, 이 말이 정말 지겹도록 따라 다닌 2020년이 끝나고 2021년입니다. 2020년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정신적으로도 가장 우울했던 한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제 전 세계가 백신으로 인해 이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이 모든 나라에 평등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선진국들이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백신 국가주의’가 아니라 국제적 협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일부 국가가 자국 인구 대비 훨씬 많은 백신을 구매했거나 그럴 계획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백신 여유분을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원하는 국제 백신 보급 프로그램 ‘코백스’에 기부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부 선진국들은 인구의 세 배에 달하는 물량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70개 개발도상국에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국민은 10%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결국은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추세입니다. 생명의 가치가 경제 논리에 의해 차별화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도 여유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의 국가, 나의 가족 이외에는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선진국만 이 위기를 극복한다고 해서 이 위기가 극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방치된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반복적으로 일으켜 백신이 무효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몰하게 된다면 전 세계는 다시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결국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백신 확보 경쟁 기사들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의 가사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참 씁쓸한 일입니다.
36년전, 1984년에 에티오피아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합니다. 불안정한 정치 체제와 유례없는 가뭄으로 에티오피아 남부와 북부 지방이 대단히 살인적인 기근 사태에 놓입니다. 당시 보도된 국제 뉴스를 인용하면 아프리카 5억의 인구 중 2억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으며, 매일 수백 명이 죽어가며 가장 심각한 에티오피아에서는 50여만 명이 사망, 6백여만 명이 아사 직전에 놓여있다고 했습니다. 위기에서 허덕이던 에티오피아의 모습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됩니다. 영국 가수들이 주축이 되어 에티오피아 난민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 그룹 ‘Band Aid’를 결성합니다. 이 프로젝트 그룹에는 밥 겔도프 주도하에 구성되었는데, 당시 탑 클래스에 속하는 대단한 가수들이 참가하게 됩니다. 폴영, 필 콜린스, 듀란듀란의 존 테일러, 닉 로즈, 조지 마이클, 로제 테일러, 스팅, 폴 메카트니, 컬쳐클럽의 보이 조지, 데이빗 보위 등 4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하여 84년 크리스마스 즘에 “Do they know it’s Christmas?”라는 싱글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자선행사를 추진하게 됩니다.
영국 내의 이런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미국의 아티스트들은 마찬가지로 ‘USA for Africa’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탄생시킵니다. 여기서 말하는 USA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United States of America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United Support of Artists의 약자입니다. 이 계획을 먼저 생각해 낸 사람이 퀸시 존스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노래의 작곡을 의뢰받은 마이클 잭슨은 곧 그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라이오넬 리치와 작업에 착수합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낸 곡을 들은 퀸시 존스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노래는 미국 내에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40여명의 스타들에게 각각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되어 보내졌고 스타들은 모두 그 싱글 녹음에 참석하기로 합니다.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하루에 한 장소로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마이클 잭슨의 주도하에 추진됩니다. 1985년 1월 28일, 스티비 원더, 신디 로퍼, 다이애나 로스,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케니 로저스, 브루스 스프링스턴, 스티브 페리, 티나 터너, 밥 딜런 등이 포함된 스타들이 함께 노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들이 각자의 파트를 나눠 부른 노래가 바로 “We Are The World”입니다. 퀸시 존스는 녹음을 시작하기 전에 농담 삼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각자 자존심 따위는 문밖에 내려놓고 들어오세요.”
그 당시 필자는 초등학교 학생이었지만 TV나 라디오에서 이 곡을 정말 지겹도록 들은 기억이 납니다. 대단한 가수들이 각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모두가 하나 되어 위기에 처한 지구 반대편의 아프리카를 돕고자 자발적으로 참가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 비현실적인 녹음 모습에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리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고난을 극복하며 살아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기근이나 자연재해도 그렇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어쩌면 코로나와 같은 맥락인 흑사병, 에이즈, 에볼라 등등.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많은 도전과 극복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바이러스뿐 아니라 한 지역의 정치적 불안과 내전 같은 국지적인 문제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전세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영향이 국경을 넘는 데는 정말 짧은 시간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라는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에는 일 년 후에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각국이 백신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초기 단계입니다. 선진국이든 아니든 아직까지는 여유가 없습니다. 아직도 긴 터널의 한 가운데이고 단지 출구가 어디인지 확인했을 뿐입니다. 우리의 삶이 다시 안정되기 시작한다면 “We Are The World”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좋겠습니다. 36년 전 그 따뜻했던 겨울을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http://www.chihak.co.kr/news/14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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