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興 雨
인천 이흥우치과원장·哲博
우리는 우주에 살고 있다. 하늘의 별과 땅 위의 나를 본다. 우주와 나는 지금 여기, 현실과 상상 속에 있다. 천체 물리학자 알렉산더 빌렌킨에 따르면, 요동치는 진공(無)에서 우주와 반우주가 생겼고 그중에 우리 우주도 있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대략 138억 년 동안 현 우주가 팽창했고 지금부터 46억 년 전에 지구가, 35억 년 전에 생명이 생기고, 13만 년 전에 현생인류가 등장했다. 우리는 시공간에 있다. 빅뱅으로 우주가 만들어져, 우리는 시간과 공간으로 불리는 지금 여기에 만져지는 몸으로 있고, 물질대사로 생겨난 에너지로 의식 현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시공은 실제 우리 눈앞에 있지만, 숫자 1, 2, 3처럼 우리 생각, 상상 속에 개념으로도 있다. 시공은 물질이 아니라 만질 수 없지만 분명 내 생각 속에 있고, 그 개념이라는 것도 에너지를 소모해 만들기 때문에 질량-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에너지와 치환될 수도 있는 의식 현상이며, 질량은 없고 에너지만 있는 빛이 존재하듯 질량은 없어도 눈앞에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우주를 부르기 전에 우주 시공은 없었다? 시인 김춘수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니 우주가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 반신반의하지만, 내가 우주라고 불러서도 우주가 있고, 안 불러도 본래 무언가 확실히 있다. 우리는 살면서 꿈과 현실, 둘 다를 경험하고 있다. 이렇다면 우린 장자처럼 꿈인가 현실인가를 묻던지, 아니면 꿈과 현실 사이에 무언가 모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두 사이 간격을 잇는 다중우주론의 벌레 구멍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상상의 세계를 찰나에 다녀왔던 그런 동굴이라고 불러야 한다.
내가 죽으나 누가 죽으나 상관없이, 이때나 저 때나 주관적인 우주들의 총량과 객관적인 우주 총량의 합은 서로 간섭함이 없이 항상 그대로 같다. 내가 죽어 내 주관적 세계가 몽땅 사라져도, 우주의 총 질량은 전혀 변함이 없고, 온 세상의 객관적 세계는 그대로 돌아간다. 동시에 반대로, 아침에 눈을 뜨는 내가 있어야만, 마치 나만의 커튼을 젖히니 세상이 새로 열리듯, 내 앞에 온 세상이 주관적으로 다시 펼쳐진다. 두 개가 아무 충돌 없이 그대로 가능하다는 것은 엄청난 기적이다. 나는 살면서 동시에 죽어가며 꿈과 현실, 두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살고 있다.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양자역학에서, 양자는 입자이면서도 파동처럼 행동하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관측되기 전까지는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듯. 우주는 팽창과 수축으로 변화하고, 지구에선 생물의 진화를 겪으며, 인간이란 동물은 기껏 100년을 살다가 죽어가는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윤동주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겠다고 읊었다.
장자가 한낮에 단잠을 자다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밭을 훨훨 날아다니다, 문득 깨서 되묻는다. “아,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지금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우주 초기의 불규칙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허 시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던 과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금 우리가 실제 시간에서 펼쳐진다고 믿는 우리 우주는 어쩌면 허 시간 영역의 우주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상은 간혹 현실로 재현된다. 불과 2년 전에도, 아인슈타인이 예견했던 블랙홀을 과학자들은 망원경 사진으로 실제로 관측해 냈다.
현실과 꿈이라는 두 레일의 기찻길이 어느 때는 하나의 레일이 되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역에서, 어느 때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천상병의 ’귀천‘ 역을 지나다, 어둑해진 하늘 멀리 깜빡이는 별에 끌려, ‘아. 저 별의 원소가 바로 나의 원소야’ 잠꼬대를 하다 문득 잠에서 깨어난다. 지금 여기는 꿈인가 현실인가?
이흥우:1953년 서울 출생, 인천에서 초중고교를 다니고, 서울치대와 동대학원 치의학박사(구강외과전공), 현재까지 인천에서 이흥우치과의원 개원 중, 인천시치과의사회대의원총회의장 역임, 인하대와 숭실대 동대학원 철학박사(미학전공), 지역에서 해반갤러리와 (사)해반문화 창립을 주도하여 30여 년 수백 회의 전시, 공연, 포럼, 답사, 교육강좌 등 문화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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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꿈과 현실
2. 생물학적 진화, 몸과 마음- ‘우주 속의 나’와 ‘내 속의 우주’
3. 나는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가, 나의 의미와 본질은?
4. 감각, 감정, 생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본질은 욕망인가, 가치인가?
5. 어떻게 살 것인가, 지상의 느낌을 흠뻑 담아서
이흥우의 철학에세이 ‘우리는 누구인가’를 11회에 걸쳐 소주제별로 연재한 후, 그 후
소소한 일상의 에세이를 역량이 되는 데까지 이어갈 예정입니다.
http://www.chihak.co.kr/news/1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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