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치료 비서 ”신비“ 근관파일 디지털 룰러에 기대
익숙함과 당연함의 이별은 불편하고 고통이 따른다
하상윤
안산·하상윤치과원장
1990년에 치과의사가 되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치과의사 면허증을 따고 첫환자를 진료하였을 때와 처음 개원하였을 때의 설래임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새로운 도전을 하려니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선다.
이제 은퇴를 준비할 나이 아니냐, 나이가 있어서 잘못되면 회복이 어려운데,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수십년 한 사람도 힘든데 되겠어? 등등 주변에서 부정적인 조언도 많았다. 또한 표현은 안하지만 위와 같이 생각한 사람도 많았으리라.
양산 제품을 판매한지 5개월 정도가 넘었다. 초반에 지인들에게 판매한 기간을 빼면 본격적인 판매는 이제 한두 달 정도 되는 것 같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새로운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게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새로운게 무조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건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이 없었다면 인류문명의 발전도 없었으리라. 근관파일 디지털 룰러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던건 딱 50세가 되던 2014년이다. 당시 노안 때문인지 아날로그 룰러의 눈금이 침침해지면서 디지털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 룰러는 디지털 룰러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아날로그 룰러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당시 왜 그런 생각을 갖고 특허 출원까지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격언이 있듯이 필요성에 의해서 그런 행동이 나왔을까? 물론 그 부분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겠지만, 그 당시 서강대 철학과 교수이신 최진석 교수의 책과 강연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거 같다.
고정된 이념과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1초도 정지하지 않는 이 세상을, 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내가 주체적으로 그 사건의 담당자로서 그 사건을 끌고 가는힘, 즉 주체력에 대한 얘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내 힘으로 내가 하고 싶은걸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열정이 생겼다고나 할까? 열정은 비움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노자의 기본사상 중에 무위라는 말이 있다. 무위도식이란 고사성어 같이 아무 것도 안한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이나 욕심이 오히려 세상을 혼란시킨다고 여기고 자연 그대로를 최고의 경지로 본다. 한마디로 비우고 비워서 인위를 가하지 않는 것이다. 무위의 경지에는 모든걸 자연스럽게 바라볼 것이다. 아울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열린 마음과 유연하고도 긍적적인 생각, 또한 당연함을 당연시 하지 않는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필자는 기존 아날로그 룰러의 당연함에 저항하고 룰러의 디지털의 시대를 갈구했다.
하지만 막상 양산 제품까지 출시하고 기존 아날로그 룰러를 변화시키려니 쉽지는 않은거 같다. 프로토 타입 제작 중에 동료 치과의사 중에 한 명이 돈 안될거 같으니까 만들지 말라고까지 했지만, 개개인의 관점의 차이라 생각하고 계속 전진했던거 같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룰러의 필요성에 대한 방향은 맞다고 확신한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기차에 비해 적은 인원이 승차하고 값은 훨씬 더 비싼 자동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헨리 포드는 확신을 갖고 포기하지 않아 오늘날 자동차라는 장르의 개척자로 추앙받고 있다. 또한 2007년도에 아이폰이라는 스마트 폰이 처음 등장하였지만 3년이 지난 2010년도에도 10명중 1명 비율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였다. 10년이 지난 요즘에는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익숙함과 당연함과의 이별은 불편하고 고통이 따른다. 초등학교 시절에 새학년에 올라가 만나게되는 낯선 친구나, 환경, 새로운 선생님이 싫었던 감정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현재의 필자는 새로운 변화나 낯설음을 오히려 즐기고 있으니 그동안 많은 내공이 쌓인 듯하다.
신경 치료 비서 ”신비“라는 이 근관파일 디지털 룰러가 향후 많은 치과의사들에게 사랑을 받을지 아니면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라는 이슈와 화제만 남긴채 사라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물이 없으면 말라죽는 식물같이 수동적인 제품이 아니라, 목마르면 물을 찾는 동물같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제품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근관 파일 디지털 룰러가 당장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안으로 인해 눈금 보기 어려운 분들에게 일차적으로 어필 할 것이다(실제적으로 주문하는 원장님들의 연배가 필자와 비슷함). 이런 불편함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태도, 즉 테크닉에 센시티브 하지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과학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어떤 분께는 무엇보다 필요한 기기이지만 어떤 분께는 필요치 않을 수 있다는걸 필자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 세상은 상대적이며, 항상 변하기 때문에 지금 필요치 않다고 영원히 필요치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편하다고 피드백 주시는 원장님들께는 고맙기 그지없다. 아직은 시장에 없는 제품이다 보니 세계로의 길도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제품도 새로운 제품이고 비즈니스도 처음이다 보니, 앞으로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한다.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감출 수 없다.
앞으로 필자에게 필요한건 비우는것! 이순신 장군의 ‘必死則生 必生則死’이란 고사성어가 필자에게 지혜와 힘을 줄거같다.
http://www.chihak.co.kr/news/1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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