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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1/12  치학신문
어머님 생각-초심을 유지하는 회장님이기를 바라며
릴레이수필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 습관적인 음식과는 천지 차이


어머님이 사랑하는 자식과 함께 나누고 싶으신 마음

 

 


 박 병 기


 광주 대덕치과원장

 

 

 

 

 

 

 

 衣食住(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이다. 그중 食(식)이 없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食(밥: 식, 먹다…)자는 人(사람:인)과 良(좋을:량)자로 이루어졌다.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이 먹는 것이다.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계절 따라 다양한 제철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을 보게 된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오기 전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길가에서 수확한 햇옥수수를 쪄서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50대 중반인 배우자는 유난히 옥수수를 좋아한다. 정말 맛있게 먹는다. 결혼 27년 동안 배우자가 옥수수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필자도 참 무심하다.
 배우자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어머님이 해주신 미역에 양념을 발라 구워주신 것이다. 어머님이 건강할 때 부탁드려도 옛날과 같은 미역이 없다고 하신다. 이제는 그런 부탁을 드릴 수도 없지만…. 음식의 맛은 역시 재료인가 보다. ‘미역구이’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없다. 단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참 맛이 없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배가 고파 먹기보다 식사 때 맞추어 먹기에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먹는다. 중용 4장 ‘사람들이 먹고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구나’ 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50년 전 초등학생 시절 소풍은 아이스케키(꼬챙이를 끼워 만든 얼음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를 설레게 하였다. 평소에는 먹을 수 없는 아이스케키와 사이다를 소풍 때 먹을 수 있었다. 그때 당시 아이스크림을 아이스케키라고 불렀다. 가정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여름에 먹는 얼음과자는 참 맛있었다. 얼음과자는 말 그대로 물에 설탕과 식용 색소를 첨가하여 냉동시킨 것이다.
 어머니께서 마시지 못하고 먹지 못하신지 20여일이 지났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시기에 집근처 가정의학과의원 간호사가 집으로 와 수액을 놓아준다. 몸에 필요한 영양과 수분은 혈관을 통해 주입되는 수액으로 보충한다. 목이 말라 물을 달라하여 드리면 그 이상을 토하시며 고통스러워한다. 유일하게 특정 아이스크림만을 입안에 넣는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대었을 때 엄마의 모습은 어린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때의 모습이다. ‘맛있다’는 한마디, 세상의 모든 것을 갖는 표정이다. 한 모금의 물과 음식을 먹고 싶으신 욕망, 그것은 내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먹는 음식과는 천지 차이일 것이다. “병기야 정말 맛있다. 너도 한입 먹어봐”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라고 하신다. 한 입 깨물어 먹는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 놓으라 한다. 냉동실에는 아이스크림이 가득하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자고 하여도 한사코 가지 않으신다. 식음을 전폐하신지 한 달여 올해 추석 바로 전에 세상과 인연을 마무리 하셨다. 30여년을 살았던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던 소망이 이루어졌다. 아버님과 형제들은 어머님 뜻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스케키를 한입 깨물어 먹을 때마다 그 맛에 대한 황홀함 보다 점점 작아지는 모양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어린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된 필자는 앞에 놓여 있는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어머님이 혼자 먹기 안타까워 아들에게 권할 때의 맛을 알지 못한다.
 2021년 이상훈 회장의 사퇴와 그 뒤 보궐선거를 통해 박태근 회장이 선출되었다. 광주에서 개업하고 있는 필자는 개표 참관이 되어 2번의 개표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보궐선거에 출마한 세분 중 박태근 후보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박태근 후보는 어머님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대며 사랑하는 자식과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였다. 다른 두 분의 후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회원에 대한 어머님 같은 사랑이 있기에 힘든 회장을 하고자 출마하셨을 것이다. 세분 모두 회무를 하시며 회원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여 주시면 좋겠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아 안타깝다.
 임기가 시작되면 회원들은 회장님에게 출마 당시 지녔던 회원들에 대한 봉사의 마음을 유지하기 바란다.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사람들이 먹고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구나) 필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박태근 회장님이 아이스케키를 먹고 싶어 하던 초등학생 시절의 마음으로 임기 마지막까지 회원들과 함께하여 주기를 바란다.
 생존해 계시던 분이 세상과 인연을 마치는 것을 순수 우리말 표현은 ‘죽다’ ‘돌아가셨다’ 한자로는 ‘사망’(死亡 :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이나 臨終(임종: 목숨이 끊어져 죽음에 이름)이라고 표현한다. 무심코 사용하는 ‘사망’(死亡)이라는 단어의 死(죽을:사)라는 한자는 &(뼈만 남을 : 알) 과 匕(비수:비) 로 구성되어 있다. 즉 匕(비수)는 전쟁에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다. 무방비 상태에 있는 상대를 원한이나 다른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죽이는 것이다. 칼(刀 칼:도)과 비수는 목적이 다른 무기이다. 비수에 의해 암살당한 사람이 뼈만 남을 때까지 발견이 되지 않은 비참한 객사( 客死 객지에서 죽음)이다. 죽음을 뜻하는 한자에는 임종(臨終)이 있다. 종(終 마칠:종)이라는 글자는 (실:사)와 冬(겨울: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생명처럼 가느다란 실은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기에 항상 위태롭다. 그 가느다란 실이 계절의 마지막인 겨울까지 유지되어 끊어진다는 것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이 준 생명을 끝까지 유지한 죽음이다. 임종이라는 또 다른 뜻이 부모가 운명할 때 그 자리를 지키며 모심이라고 한다. 어머님의 죽음을 맞이하며 무심코 사용하였던 ‘사망’(死亡)이라는 단어 대신 이제는 임종(臨終)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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