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성인병 예방 효과적 뇌세포 노화 억제 기억력 향상 도움동양 음식에 매우 자주 사용하는 식용유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자주 쓰이는 전통적이면서 대표적인 식물성 기름이며 유럽에서 사용되는 올리브유와 비슷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들기름과 함께 동아시아 요리에서도 자주 이용되며 주원료인 참깨를 볶은 후 압착하여 만든다.
참기름은 참깨 특유의 독특하고 고소한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에 단 몇 방울만 첨가하여도 음식의 풍미를 돋우며 음식에 독특한 고소한 맛과 향이 밴다. 한국에서는 주로 국, 찌개, 나물, 비빔밥 등 각종 음식에 넣어서 입맛을 돋우는 데 쓴다. 그러나 불과 몇 방울만으로도 음식의 맛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재료 특성을 살리고 싶은 경우는 잘 넣지 않기도 하며 특히 재료가 귀하거나 비싼 경우에는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참기름의 원료인 참깨는 아주 오래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하여 이미 BC 6000년경 아프리카 동부의 나일강 상류와 서부의 나이저(Niger)강 유역에서 야생으로 자라던 참깨를 원주민이 재배하기 시작했다. 참깨는 저장성과 맛까지 좋아서 빠른 시간 안에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의 고대 문명까지 퍼졌다.
국내에 참깨가 들어온 것은 BC 3000~1200년경 사이로 추정된다. 그 후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전파되었는데 일본에서 출토된 참깨 유적이 BC 1200년경의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참기름을 먹기 시작한 것은 삼국 시대쯤으로 추정된다.
조선 시대에 참기름은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쓰여서, <향약구급방>에는 악창과 종기의 치료에 참기름이 이용되었으며 그 외 피부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쓰여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도 탕액편에 참기름은 대장을 이롭게 하고 창종과 악창에 바르면 효능이 있다고 했다. 참기름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식재료이자 약재였다.
예부터 민가에서는 깨를 깨끗이 씻은 후 볶아서 절구에 찧어 체에 곱게 쳐낸 다음 이를 다시 주머니에 담아 솥에 놓고 김을 쬐어 기름떡을 만들었다. 이 기름떡은 다시 기름틀에 넣고 짜내 참기름을 만들었다. 현대에 들어와 대량생산되는 참기름은 생산 방식에 따라 크게 압착식과 초임계 추출식 두 가지로 구분되며, 압착식은 볶은 참깨에 압력을 가해 착유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참기름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고 풍부한 향을 살리기 위해 브랜드에 따라 저온압착, 냉압착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진 참기름의 주요 성분 중 세사민은 콜레스테롤과 토코페롤의 대사를 조절하고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다. 덕분에 참기름은 기름류 중에서 산화 안전성이 높다. 또 강한 항산화 효과 덕분에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뇌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참기름은 한국 요리에서 맛과 향을 끌어올리는 양념으로 많이 쓰인다. 참기름은 흰죽, 비빔밥 등 주식부터 나물, 잡채, 구이, 찜, 볶음 등 찬류와 주악, 부꾸미, 약밥 등 다식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참기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물류다. 제철 채소를 데쳐 마늘, 소금과 함께 참기름을 넣어 무치면 영양과 맛 모두 좋은 나물이 완성된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가 풍부한 채소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모든 재료가 갖추어져 완성된 요리 위에 마지막으로 첨가되는 참기름 한 방울에 따라 그야말로 요리의 품격이 좌우된다.
그런데 참기름에서, 강력한 1군 발암물질인 벤조피렌(benzopyrene)이 가끔 검출되곤 한다. 사실 참기름은 삼겹살, 마블링 소고기와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식품 중 하나다.
우리나라 참기름 소비량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국에서는 참기름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며 기피하기도 하며 별로 먹지 않고, 어떤 외국인은 참기름에 지독한 스컹크 냄새가 난다고 기피 대상으로 삼을 정도다. 필자가 교환교수로 미국에 체류할 때에도 Mart에서 접하는 참기름은 볶지 않은 참깨에서 짠 단지 식용유일 뿐이었다.
원래 참깨에는 벤조피렌이 없으나 참깨를 볶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참깨를 볶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벤조피렌의 생성량은 많아진다. 따라서 참기름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참깨를 무리하게 볶으면 색깔이 검어지고 유해물질이 많아지고 심하면 쓴맛도 난다. 국내의 참기름의 벤조피렌 기준치는 2ppb(2㎍/kg)이며 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참기름이 가끔 단속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한국 외에 유일하게 일본 등 동남아에서 참기름을 소량 먹고는 있다. 이들은 보통 살짝 볶아 혹은 생으로 기름을 짜기 때문에 벤조피렌의 염려는 없으나 고소한 맛이 덜해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우리 식생활에 뿌리깊이 스며있는 참기름에 대한 인식은 아무리 발암물질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해도 쉽사리 끊을 수 없는 바탕을 차지하고 있다.
http://www.chihak.co.kr/news/1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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