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한명씩 불러 졸업장과 꽃다발 주는 모습 특별
이 승 룡
서울·뿌리샘치과의원
여행 마지막인 5월17일 아침이 되었다. 12시40분 LA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라 샌디에이고 아침 7시15분경 처와 딸과 함께 짐을 꾸려서 렌트카로 LA를 향해 출발했다. 고속도로에는 차량들이 즐비했다. 이곳은 월요일이라 자가용을 이용해 LA까지 출퇴근하는 차량이 많아서 제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할지 의구심이 들었으나 넓은 고속도로라 막힘이 없어 2시간 정도만에 도착하였다. 딸은 차량을 반납하고 처와 나는 출국수속을 밟은 후 수하물을 부치고 여유롭게 남은 시간에 아침식사 대용으로 싸가지고 온 음식을 먹었다. 딸 아이는 다시 동부로 가야해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면세점이 있는 선물코너에서 직원들에게 줄 적당한 선물을 고르면서 고민을 했다. 어떤 것을 살까도 고민이었지만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과정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부분을 좀 더 친절하게 안내하지 못한 백인 중년여성의 인종차별 같은 눈길과 제스처에 약간 짜증이 났다. 세계 공통어인 영어회화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고 기내에 탑승 후 그동안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리고 머물렀던 행적을 돌이키며 눈을 감고 회상을 하였다. 장시간의 여행 말미에는 항상 피곤함이 자리잡고 편안한 안식처가 그리운 법이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6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하여보니, 생각지도 않은 아들이 마중 나와 한층 반가움이 더했다.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공항철도를 이용해 무사히 귀가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일거리가 하나 주어져 있었다. 그것은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재차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다음날 클리닉에 가서 검사를 받고 절차는 마무리되었다. 다행인지는 모르나 이번 딸의 졸업식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 거리두기가 완화된 결과였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귀국 후 격리기간이 존재했기에 진료를 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행기를 연재하면서 과거 일들이 떠올라 몇 자 더 적어본다.
지금은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가정이 많이 줄었지만 2000~2010년 사이에 자녀 유학붐이 조성되었을 때 그 트렌드에 편승하개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고교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이어진 딸의 졸업에 한 가정의 아빠로서 책임을 다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종지부를 찍고나니 15년의 세월 앞에 만감이 교차한다.
어렸을 때 딸아이에게 취미삼아 피아노 과외를 시켰다. 약간의 재능이 있다는 피아노 선생님의 말씀으로 지속된 피아노 교육은, 본격적인 유학으로 이어져 중도하차 할 수 없는 머나먼 길이 되었다. 딸은 유학 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미국에서 만족한 삶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금전적인 지출은 많았으나 결과에 만족한다. 아직 딸이 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하지만 조력자로서 늘 응원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 모두들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딸이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니 더 이상 첨언할 이유가 없어졌다. 다른 얘기를 하나 하자면 쎄시봉의 가수 윤형주의 삶도 원래 의과대학을 다녔지만 음악적인 재능을 살려 결국 가수로서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되었다. 본인의 삶을 조명할 때 만족한 삶이라고 한다. 그 또한 딸이 둘 있는데 첫째 딸이 미국 NYU음악원에 작곡을, 둘째 딸은 이탈리아 베르디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첫째 사위는 의사이며 작곡에 재능을, 둘째 사위는 역시 성악가로 음악적인 가정을 이루었다. 2000년 초반 카네기홀의 대관 조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연주와 모범적인 가정을 가꾸며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가수 윤형주의 인생을 보니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나는 진료를 하면서 내가 만족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의무감으로 일을 하는지 성찰해 본다. 은퇴한 고교친구들이 새로운 구직을 찾아서 기웃거리는 이 때에, 전문직을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라고 반문 해본다.
그리고 이번 여행으로 일주일 이상 진료를 못했지만 필자의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려준 환자에게 감사 드리면서….
http://www.chihak.co.kr/news/1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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