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살생선 대표주자로 얼음 녹을 무렵 맛 최고
조재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도미는 생선의 일종으로 어류 전체를 통칭할 때는 도미라고 하지만, 물고기 이름에 사용할 때는 참돔, 붉돔, 혹돔, 옥돔, 돌돔, 감성돔, 자리돔, 벵에돔 등 ‘돔’이라고 줄여서 쓴다. 도미는 겨울잠을 자다 얼음이 녹고 물이 따뜻해지면 깨어나 알을 낳는다. 이 무렵 도미가 가장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 산란기가 끝난 뒤엔 몸이 여위어 ‘5월 도미는 소가죽 씹는 것만 못하다’, ‘오뉴월 도미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나왔다.
도미는 흰살생선의 대표주자로 생선의 왕으로도 불린다. 특히 한국,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반면 서구에선 한 등급 낮은 생선으로 간주된다. 영국인들은 ‘유대인들이 먹는 잡어’, 미국인들은 ‘낚시하기 좋은 생선’ 정도로 여긴다.
각 민족마다 좋아하는 생선이 있다. 이는 생선이 잡히는 지역의 해류와 자연환경에 따라서 동일한 생선이라도 맛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리라. 같은 생선이라도 미국 서부의 태평양에서 잡히는 것과 동부의 대서양에서 잡히는 것과는 그 맛이 완전히 다름을 필자는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생신이나 회갑 등 경삿날에 꼭 도미를 올렸는데, 도미의 수명이 생선치곤 무척 긴 30~40년이나 되어서 ‘장수하라’는 기원의 뜻을 담고 있다.
도미는 찌고 볶고 삶고 생으로도 먹을 수 있어 여하한 방법으로 요리해도 맛있다.
일본에서는 최고의 회로 특히 인기가 높다. 한국에서는 붕어빵으로 불리는 빵이 일본에서는 “다이야키(たいやき)”라 하여 이 생선 모양의 빵, 즉 도미빵으로 불린다. 일본 속담으로는 ‘썩어도 도미’라는 말이 있고 또한 스모에서 우승한 요코즈나(よこづな)에게 일등급의 물 좋은 도미를 선물하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으로 도미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광주 조선치대에 근무할 시절 일본에서 온 요시다 치과기계회사 야마나카 사장을 포함하여 조선치대 교수 일동이 고흥군 금산도에서 바다낚시를 즐긴 일이 있었다. 도미와 몇 가지 생선을 잡았는데 다음날 근무도 있고 또 너무 늦게 출발하여 광주에 도착한 시간이 꽤나 늦어서 저녁도 못 먹고 자기가 잡은 생선을 들고 뿔뿔이 헤어졌다. 늦은 저녁시간에 야마나카 사장을 모시고 자주 가는 식당에 잡은 도미를 가지고 가서 회를 쳐서 대접을 하니 그리 좋아하더라는 조 학장님의 말씀을 듣고 역시 일본사람들의 도미 사랑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광주에 근무하던 시절 고흥군 금산, 소록도, 완도, 함평 등의 바닷가에 바다낚시를 하러 수도 없이 다녀왔었다. 특히 고흥군 땅 끝인 도농과 소록도와 금산도 사이는 도미 point로 알려져서 여러 차례 다녀왔었다.
오래전 박치기 왕 김일이 일본에서 귀국하여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면담하였다고 한다. 뭐 도와줄 일이 없냐고 하니 이 분이 자기고향 금산에 전기를 들어오게 해달라고 해서 소록도에서 금산과 사이에 있는 무인도에 철탑을 세워 전기를 연결하였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당시는 해저 cable 같은 기술이 없었음).
강태공들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생선으로 여겨 도미를 잡으면 환호한다. 바다낚시대회에서의 수상은 어종에 불문하고 도미를 가지고 결정한다. 타 어종은 아무리 큰 고기를 낚더라도 등외로 쳐서 그야 말로 손맛을 보는데 불과하다. 한번은 치대교수 낚시대회에서 필자가 한 자가 넘는 감성돔을 잡아서 상품으로 당시는 제법 비싸던 다이와 7000번 낚시 reel을 탔는데, 그 날 저녁 낚시를 같이 했던 교수들에게 우승 턱(?)을 내느라고 그 가격의 몇 배나 되는 거금(?)을 써서 몇 달간 용돈을 내핍하고 지냈던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을 경기도 김포에서 보냈기에 바다 생선은 별로 접할 기회가 없어 먹어본 생선이 기껏해야 고등어나 아지 자반과 드물게는 굴비를 맛보았고 더구나 회를 먹을 기회가 적어서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가끔 먹어본 조선일보사 뒷골목의 아나고(붕장어)회가 회 중에서는 최고인줄 알았었다.
군에 입대하여 국군대전병원시절 조치원에 처음 생긴 일식집에서 비로소 도미 회 맛을 보고 그 맛에 탄복하여 치과부 장교들과 수도 없이 갔었고 당시 국군 대전병원 원장이던 김영균 대령과 군의관 회식도 여러 차례 하였다. 도미가 들어오는 날은 주방장이 전화하여 치과부 장교 등이 모두 집합하여 향연(?)을 즐겼었고, 그 맛에 길들여져서 도미를 이용한 회, 찜, 탕, 머리구이 등 다양한 요리의 맛을 지금껏 즐기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남해안 바닷가 지방 사람들은 도미 미역국을 최고로 치고 있다. 시원하고 담백한 그 맛은 별로 양념을 하지 않아도 뽀얗게 울어나는 국물 맛을 일품으로 쳐서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별미이다.
http://www.chihak.co.kr/news/9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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