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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5/24  치학신문
시사칼럼 '막말 세상'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치과 진료를 하다가 보면 환자의 조그만 입안이 점차 크게 느껴지고 치아도 크게 보이게 된다. 이런 수준이 되면 치과의사로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치료받고 있는 환자도 점차 편안하게 느끼겠지 라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실제 환자들의 감정은 아무리 치과의사가 잘 치료한다 해도 대다수는 마스크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린 악마나 도깨비가 자신의 입안을 마구 찌르고 파내고 깎아내고, 자신은 심신의 고문을 참아내고 있는 것이라 느낀단다. 그만큼 사람은 입장에 따라서 같은 사물이나 행위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다른 것이다.
 같은 행위나 개념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사용되는 언어에 대해서도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이 말을 전하고 전해 듣는 주위사람에 따라서 그 감이 다르다. 학문적으로는 동일 용어에는 동일 개념으로 파악하기 위해 용어의 정의를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각자가 알아서 그 뜻을 파악하고 의미를 느끼다 보니 같은 말을 하더러도 서로 간에 오해도 생기고 이로 인해 언쟁과 싸움도 생긴다. 특히 각 지방의 사투리나 욕설 같은 말은 자칫 다른 지역에서는 커다란 오해의 소지도 있어 무심코 썼다가는 큰 문제를 일으키니 조심해야 하는데, 누가 이를 사전에 알려주거나 망신을 경험해 보지 않고는 미리 습득하기도 힘들다. 물건을 싸는 천 조각을 뜻한다는 용어도 지역에 따라 의미가 다르단다. 출석하지 않고 몰래 빠진다는 서울지방의 비속어 용어인 땡땡이 행위를 나타내는 말도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전혀 다른 용어로 쓰인다고 한다. 언젠가 중국 연변에 가서 조선족 구강의사 강연 후, 그들이 필자에게 “학장질을 하고 있느냐”라고 물어 와서 ‘내가 무슨 못된 보직을 맡고 있나’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서로 다른 용어는 지역 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서도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특히 근래에는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젊은 층으로부터 용어의 패턴도 바뀌고 한글 맞춤법도 엉망이 되어 가는데 그런대로 이해도 되고 느낌도 통하니 신기하다. 수년전에는 청소년과 젊은 층들 위주로 “헐”이니 “즐” 또는 “졸라”라는 비속 용어도 유행 했었다. 필자는 대학에서 수강 신청하려던 교양학부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수강 과목을 의논하면서 “신승철이꺼 해봐 졸라 재밌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처음에는 그 말이 좋은 뜻인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욕설을 줄인 말 이었다는데 후일 “졸라맨”이란 어느 만화 주인공도 나왔다. 욕설과 폄하하는 동작들도 개발되어 퍼지기도 했고, 휴대폰 채팅 글로서 맞춤법 무시한 줄임말이나 부호 등이 범람하기도 했다. “ㅋㅋㅋㅋ” 라든지 “ㅎㅎㅎㅎ” “ㄱㅅ” “^^~~^^” 등, 그런데 당시에 필자가 그 말을 배운 적도 없었는데 도 그 뜻과 감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러한 못된 언어들이나 행위 동작들은 후일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자연히 덜 쓰이게 되고 점차 사회에서 잊혀 진다. 그런데 어떤 계기가 되어 이 말을 쓴 것이 사회 문제화 되거나, 일부 사람들이 맹렬히 비난하는 등 관심을 가지게 되면 다시 옛 추억을 살리듯 과거의 유행이 다시 번져 나가게 됨을 본다. 특히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많이 끼치는 정치인들이나 연예계의 유명인들이 그러한 막말 수준의 언행을 하면 영향력 있게 퍼져나가고, 이것으로 분쟁까지 하게 되면 사라져가던 막말 용어들이 다시금 관심과 의미를 확인해 보면서 재 확산의 불씨를 키우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과거엔 무슨 말인지도 관심 없었던 달님 오빠인지 달은 신발 밑창인지 하는 말부터, 의학용어로만 알았던 사이코패스니 한센병이 근래엔 정치적 용어가 될 줄은 몰랐다. 도둑놈이니 단두대라는 용어도 나왔고 심지어는 북한마저 승냥이니 삽살개라는 말로 조롱한단다. 막말엔 무관심과 무 대응이 그 말을 잊게 하는 약이다. 그런데 필자도 진정성 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습관으로 집사람으로부터 자주 핀잔을 들어왔는데, 집안에 들어가니 막 초등삐리가 된 손녀애가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기에 “넌 어른께 인사도 안 하냐?”고 말하기가 무섭게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안녕하세요”를 내뱉고 계속 화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얄밉다. 차라리 막말이라도 서로 관심을 보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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