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 풍부”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양미리(Hypoptychus dybowskii, 영어: Korean sandlance)는 페르카목 둑중개아목에 속하는 조기어류의 일종으로, 양미리과(Hypoptychidae)와 양미리속(Hypoptychus)의 유일종이다. 학명은 Hypoptychus dybowskii Steindachner1880이다.
일본과 사할린 섬(러시아) 연안의 바닷물에서 발견되며, 대한민국과 중국에서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는 10~20cm까지 자란다.
양미리는 이름부터 유별나다. ‘양’과 ‘미리’의 합성어로 양(洋)은 바다, 미리는 용처럼 생긴 미꾸라지를 일컫는다. 이를테면 ‘바다 미꾸라지’인 셈이다. 등이 푸르고 배는 은백색이며 주둥이가 뾰족해 미꾸라지보다 꽁치에 더 가깝다.
동해안에서 양미리라고 부르는 생선의 정확한 이름은 까나리다. 서해안의 까나리와 동해안의 양미리는 같은 생선이다. 양미리나 앵미리는 까나리의 강원도 방언이다. 서해안에선 주로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고 동해안에선 겨울에 성숙한 까나리를 잡아 굽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졸여서 먹는다. 남해안에서도 큰 까나리를 양미리, 어린 새끼를 ‘휜 멸치’ 즉, 곡멸, 말리는 도중 모양이 휘어져서)이라 부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엔 공멸이라 기록돼 있다. 멸치와 비슷한 생선으로 여긴 것이다. 말린 까나리는 건멸치 대신 쓰기도 한다. 양미리라는 생선은 따로 있다. ‘진짜’ 양미리는 까나리보다 크기가 작고 초여름에 알을 낳는다.
동해의 겨울 양미리는 한국ㆍ일본ㆍ사할린ㆍ오호츠크 해 등에서 잡히는 한류성 바다 생선으로 몸길이는 10∼20㎝다. 일반적으로 동해에서 잡히는 것은 길이가 20㎝ 이상으로 10~15㎝인 서ㆍ남해안산보다 크다. 이 때문에 동해 양미리는 서ㆍ남해 까나리와 다른 어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에선 강원도 고성ㆍ주문진ㆍ속초ㆍ삼척 등이 양미리의 주산지이다. 이중 고성ㆍ주문진산은 12월에 주로 잡히고 씨알이 자잘한 편이다. 삼척산은 1월이 절정이며 씨알이 굵다. ‘양미리 축제’가 열리는 속초는 ‘양미리 부두’가 따로 있을 만큼 양미리 잡이가 성행한다.
동해 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초봄 사이다.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연안에 바싹 붙어 알을 낳는데 이때를 맞춰 그물로 거둔다. 양미리는 평소 굵은 모래 속에 몸을 감추고 살며 여름에 수온이 높을 때는 모래 속에 파묻혀 여름잠을 잔다. 영문명(sand lance, ‘모래 작살’이란 뜻)에 모래가 포함된 것은 양미리의 생태에서 유래된 것이다. 양미리는 동트기 전에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모래에서 물 위로 한 번씩 튀어 오르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간파한 어민들이 미리 바닥에 깔아놓은 그물 사이에 그대로 꽂힌다. 어선이 그물을 부두에 내려놓으면 쪼그리고 앉아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아낙네의 모습은 겨울철 동해안의 진경이다. 이런 작업을 동해안에선 ‘양미리 딴다’, ‘양미리 베낀다’라고 한다. ‘양미리 따기’의 노하우는 그물 사이에 촘촘히 박힌 양미리를 생선 자체에 손상을 주지 않고 빼내는 것이다.
양미리는 고등어ㆍ꽁치ㆍ정어리 등 다른 등 푸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풍부하다. 또한 멸치 못지않게 칼슘이 풍부한데다(선어 100g당 371㎎, 멸치는 509㎎, 전어 210㎎, 우유 105㎎) 멸치ㆍ전어처럼 뼈째 먹기 때문에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 어린이 성장발육에 효과적이며 단백질(100g당 17.6g)ㆍ철분(빈혈 예방) 또한 풍부하다.
양미리는 다른 등 푸른 생선과는 달리 맛은 담백한 편이며 맛의 절정기는 산란기를 맞은 한겨울 철이다. 특히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양미리에 굵은 소금을 뿌린 뒤 내장을 꺼내지 않고 즉석에서 구워먹는 소금구이의 맛은 별미다. 이즈음 잡은 암컷의 몸엔 ‘살 반 알 반’이라 할 만큼 알이 가득하여 구우면 입안에서 풀어지고 말린 것을 찌개에 넣거나 조리면 약간 쫀득한 식감이 난다. 수컷엔 하얀 정액 덩어리(이리)가 들어 있어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양미리는 생으로 굽지 않으면 꾸덕꾸덕 말린 것을 먹기 좋게 토막 낸 뒤 양념간장에 조리면 입맛을 잃은 노인이나 어린이의 보양식으로, 애주가의 술안주용으로도 제격이다. 칼국수ㆍ회ㆍ찌개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으며 ‘바다 미꾸라지’라는 별명답게 갈아서 추어탕처럼 끓여 먹기도 하는 서민의 생선이다.
이미 수차례 언급한바 있지만 필자는 초등학교 교장이시던 선친을 따라 어린 시절을 경기도 김포(지금 김포시)에서 보냈었다. 당시 한국 전쟁이 끝나고 너나없이 보릿고개를 넘기기에 숨 가쁜 시절이기도 했지만, 당시 정부에서 초등학교 교원들에게 황공하게도 비록 바람에 날리(?)는 쌀이긴 해도 안남미(베트남쌀)라도 배급을 주어 배고픔은 면했었지만, 밥반찬으로 생선을 먹는다는 것은 보통 호사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광주리장사가 이고 다니던 자반고등어의 짜디짠 한 토막도 황공하였고, 조기철에야 등짐장수의 조기를 구경할 정도였었으니……
한겨울이 되면 빠지지 않고 나타났던 짚에 꿰인 꾸덕꾸덕하게 말린 양미리 두룹……. 손가락 마디 크기로 토막내어 양념간장에 졸인 알밴 양미리 졸임은 어린 시절 필자의 기억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http://www.chihak.co.kr/news/14012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