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윤
덕영치과병원장
본지 명예회장
누군가에게 삶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추구라고 대답할 것이다. 행복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단 몇 가지 개념으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사랑, 멘토, 친구, 판단력, 일, 좋은 환경 등 여섯 가지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는 바로 사랑이다. 성경을 봐도 으뜸은 사랑이다.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기는 태 중에서부터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면서 안정감을 갖는다. 갓난아기도 엄마가 옆에 있으면 방긋방긋 웃고, 잠시라도 엄마가 떠나면 불안해하고 운다. 원래 애들은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고 엄마의 사랑에서 인격이 형성되어 간다. 엄마의 사랑을 통해서 건강도 유지되고 안식처도 찾는다.엄마의 사랑에서 모든 게 시작되어 그 다음으로 차츰 아버지의 사랑, 형제자매, 조부모와 같은 가족의 사랑으로 확대된다. 어릴 때는 엄마와 가족의 사랑이 전부였다가 조금 자라서 미운오리새끼(ugly duckling stage) 나이가 되면 아이에게 전부였던 부모로부터 조금 이탈하게 되면서 작은 독립을 시도해 본다. 그때는 행동이 좀 미울 수도 있고 반항할 수도 있다. 치과 용어로 혼성 치열기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유치에서 영구치로 이가 교환되는 시기이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또래 친구들도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빠나 누나와 같은 연상을 좋아하거나 혹은 학교 선생님을 짝사랑하기도 하는 calf love 시기가 온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가면 같은 또래끼리 소통하고 파티하고 어울리는 puppy love(풋사랑) 시기가 온다. 강아지가 보통 한 배에 대여섯 마리가 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잘 논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후 성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성숙해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그러면서 완전한 인격체가 되어 간다. 사람의 성장 과정 중 어느 한 과정이라도 사랑이 없으면 그 삶은 잘못될 수 있다.버틀란트 러셀도 생에 대한 경외심, 생명의 소중함을 언급했지만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꼽았다. 혹자는 휴머니즘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석가는 자비라고도 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멘토이다. 아직 경험이 없고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를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스승, 이끌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할 때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면서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친구 멘토르에게 맡긴데서 유래되었다. 이끌어주고 가르쳐 주는 지도자, 스승과 비슷한 개념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는데 멘토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멘티라고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는다. 성장 단계 단계마다 좋은 멘토가 있어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여 삶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조언을 해줄 멘토를 갖고 있지 못하면 심한 갈등과 방황을 겪기도 하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내 삶을 돌이켜 보면 이렇다 할 멘토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 할머니의 선한 영향력을 많이 받았지만 그건 맨 처음에 언급한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그 후에 나를 잘 이끌어주고 지도해 준 몇몇 멘토가 있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 한국 임플란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홍기 박사, 로타리 선배인 임창곤 전 총재 등이다. 그들 덕분에 나는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고, 임플란트의 뛰어난 기술을 익힐 수 있었으며, 봉사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훌륭한 멘토들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여전히 나의 멘토로 남아있다.
<언어학박사 jaeyoon3700@hanmail.net>
http://www.chihak.co.kr/news/15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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