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된 철학보다 기술적 방법론만 익히는 것 아쉬워
대학 교과과정중 1학기정도 보험 커리큘럼 도입 필요
김 성 훈
치협 보험이사
밝은웃음치과 원장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사견임을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2009년 봄에 개원을 했습니다. 이 시기는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치과계에 큰 힘(?)이 되어준 임플란트라는 활력소가 점점 레드오션화하기 시작했고 경영환경은 힘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초짜원장이었던 영향도 있기에 생각만큼 늘지 않는 환자 수, 주변 치과와의 불가피한 경쟁 등 녹록치 않은 개원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해야만 했고, 필자가 찾은 길은 건강보험 공부였습니다. 매달 보험청구를 하고나면 2~3주 후에 이런저런 사유로 삭감통보를 받았습니다. 몇가지 삭감사례를 꼽아보자면, 간단하게는 초진/재진 설정 착오도 있었고, 좀 더 흔하게는 며칠에 걸쳐 계속되는 치료과정 중에 발생한 것으로, 청구프로그램이 단순히 물고 들어온 이전 진료일의 상병명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처치내역과 어울리지 않게 되어 전산 상에서 자동 삭감처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삭감내역이 있는 심결통보서를 받아들고선 왜 삭감되었을까 고민을 했고, 각종 보험청구 관련 교육을 쫓아 다니며 배웠습니다. 개원 첫 해인 2009년도에 필자는 청구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모 업체의 보험청구 세미나에 데스크 실장을 보내면서, 같이 가서 함께 교육받았었습니다. 당시 강의하던 강사도, 함께 교육받던 다른 교육생들도 모두들 신기한 듯 쳐다 봤었죠.
2010년대 초중반까지 주변의 비슷한 ‘신규’ 치과의사들을 보면, 임플란트세미나, 보철세미나, 교정세미나 등을 열심히 들으러 다니는 것이 트렌드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던 것이 2010년대 후반부터 점점 많은 수의 치과의사들이 건강보험 청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보험이 살 길이다”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자의 2009년 경험에서와 같이, 원장이 보험청구 교육을 들으러 온다는 것은 동물원 원숭이 마냥 신기한 구경거리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가 생긴 것이죠. 지금은 보험에 대하여 공부하는 치과의사들도 꽤 많아졌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두가지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 째는 왜 개개인이 필요성을 느끼고 난 뒤에 개별적인 노력을 기울여 보험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고 두 번째는 대개 하루짜리 세미나 형식을 빌어 보험공부를 하다보니 건강보험에서의 치과 분야에 적용되어 있는 철학을 알기보다는 기술적인 방법론만 익히고 마는 것으로 제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치석제거와 지각과민처치는 동일일에 청구할 수 없다는 규정 등에 대해서 보험세미나 혹은 보험청구책을 통해 외워서 알고 있을 뿐, 왜 그러한 규정이 생겼으며 그 기본맥락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필자의 개원 초창기의 경험담인데 소위 치석이 병풍을 이룬 환자가 잇몸에서 피가 난다는 주소로 내원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치료해 준다고 치주소파술을 시행한 후 그렇게 청구를 했고, 당연하게도 삭감되었습니다. 게다가 환자에게는 분명 환불받으라는 우편물이 갔었을 것입니다. 창피한 사실이지만, 당시 필자는 과다한 치료비를 받았으니 환불 받으라며 서식이 우편으로 환자에게 가는 것도 몰랐고, 더욱 웃긴 것은 내가 치과의사이고 내 판단이 그러한데 왜 삭감하냐며 심평원 지원에 전화를 걸어 한참을 따졌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지의 소치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일화였습니다.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 치석제거 혹은 치근활택술이 먼저 시행되어야 하고, 일정한 시간 경과 후에 치주소파술을 청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어느 정도 치과에 관한 이론적 소양이 갖춰진 후인 본과 4학년 1학기 정도의 시점에서 1쿼터 혹은 1학기 동안 건강보험에 관한 커리큘럼을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이 수업을 통하여 하루짜리 세미나 등에서 배우는 식으로 보험청구의 술기를 단순히 익히는 것이 아니라, 국민구강건강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건강보험의 치과 부분의 철학을 배우고 익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나 현재와 같은 당연지정제 하에서는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및 심사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각 질병분류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유기적으로 조직된 상병코드, 상병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알고 개원가에 나올 수 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리 되면 최소한 필자의 초창기 일화와 같은 어이없는 실수는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연 필자의 이러한 생각이 언제 어떤 형태로 현실화 될지, 아니면 일개 개인의 바램으로 끝날지 알 수 없으나 개원가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http://www.chihak.co.kr/news/1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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