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보험 내면의 허점 개선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
정 승 원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치과
소위 “문재인 케어”라는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치과보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노인틀니 및 치과임플란트 본인부담금이 50%에서 30%로 감소하였고, 18세 이하 치아홈메우기 본인부담금이 30%에서 10%로 감소하였으며, 12세 이하 아동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 구순구개열 치아교정 및 악정형치료의 건강보험이 적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비급여 항목들의 보험 확대, 본인부담률 감소 및 기존 급여 항목들이 급여기준 확대 등은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치과보험 보장성 강화는 관행 수가보다 너무 낮게 측정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국민의 건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보험 항목을 확대해 나가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현재 치과보험의 허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것 또한 치과의료 소비자 및 치과의사에게도 필수적입니다.
(1) 먼저 요양기관별 수가 및 본인부담금 차이의 문제가 있습니다. 치과의사는 치과의원, 치과병원뿐 아니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서도 근무하고 있는데 치과의료 수가는 요양기관 별로 너무 복잡하고 다르게 책정이 되어 있습니다. 건강보험 환자의 발치(완전매복치) 수가를 예를 들면, 치과병원, 치과의원,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순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본인부담금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치과병원, 치과의원 순으로 높으며, 상급종합병원과 치과의원은 약 2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수가 및 본인부담금 차이는 치과의료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부담금이 30%로 변경된 치과임플란트 수가 및 본인부담금은 어떨까요? 치과임플란트 상대가치점수는 요양기관 별로 차등을 두고 있으며, 치과임플란트의 수가는 환산지수의 차이에 의해 치과병원, 치과의원,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순으로 높습니다. 치과임플란트는 모든 요양기관에서의 본인부담률이 같기 때문에 본인부담금 또한 같은 순서로 높습니다. 즉, 환자는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 치과의원에서보다 저렴하게 치과임플란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료전달체계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요양기관별 수가 및 본인부담금의 차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2) 건강보험에는 “산정기준”이란 것이 있습니다. 산정 기준에 따라 정해진 수가가 그대로 인정되기도 하고, 때로는 절반, 때로는 실제 행위는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산정 기준 때문에 사실상 무료로 해주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 “산정기준”이 치과건강보험에는 “구강당 산정”으로 규제하는 항목들이 상당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구강 내 다수 부위에 골융기 등이 존재하여 골융기절제술(차-73)을 시행하는 경우 1일 1회 산정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에 하나 이상의 골융기절제술을 시행하는데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제대로 치과의사가 행한 행위에 대한 정해진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한 번에 할 수 있는 행위를 여러 번에 나누어서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즉 요양기관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한 번에 많은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건강보험상으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고, 산정 기준을 따라 칼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분할하여 행위를 한 요양기관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한 이러한 규제로 인해 요양기관은 물론이고 오히려 환자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3) 또한 의과의 건강보험이 행위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반해서, 치과보험에는 특이하게 진단명을 기준으로 규정되어 있는 항목들이 다수 있습니다. 법랑아세포종적출술(차-55), 치근낭적출술(차-56)과 같은 행위명은 치과 보험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으로, 상악골·하악골양성종양(낭종포함)절제술(차-80, 차-87)이란 항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분리되어 있어 혼선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법랑아세포종적출술 수가가 하악골양성종양절제술보다 낮기 ㅤㄸㅒㅤ문에, 하악골의 종양을 절제하고 하악골양성종양절제술을 처방했는데 조직검사 결과 법랑아세포종이 확진되었다는 이유로 삭감이 되기도 합니다. 진단명은 수술 후에 조직학적으로 확인이 되는 것입니다. 진단명을 포함하고 있는 이와 같은 행위명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4) 봉합사도 허점입니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7-92호(2017.7.1. 시행)에 의거하여 봉합사에 대한 자료가 미구축되어 봉합사 비용을 별도 산정 할 수 업는 치과 처치 및 수술 항목에는 발치술(단순매복치, 부분매복치, 완전매복치, 난발치, 차-41), 악골수염수술(차-53), 법랑아세포종적출술(차-55), 치근낭적출술(차-56), 치근단절제술(차-59), 구강상악동누공폐쇄술(차-62), 치조골골절관혈적정복술(차-72), 악골내고정용 금속제거술(차-97)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봉합사를 별도 산정할 수 있는 항목과 그렇지 못한 항목의 구분에 있어서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 어떤 항목은 봉합사를 별도 산정할 수 있게 하고, 어떤 항목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해, 복지부나 심평원은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항목들은 구강점막의 절개 그리고 봉합을 꼭 필요로 하는 수술입니다. 봉합사 별도 산정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치과건강보험은 수급자인 국민들의 이익뿐 아니라, 공급자인 요양기관 역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서로 간에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치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치과보험의 허점을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정책 또한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http://www.chihak.co.kr/news/1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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