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풍토는 각 후보측 출정식에 서로 참석해 축하해주는 분위기
전쟁에서 그리고 선거에서 2등 없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이 승 룡
서울 뿌리생치과 원장
3년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나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회장단 선거가 있다. 보궐선거가 2년 전에 있었던 것 이외에는 올해 2023년도 어김없이 선거를 연초부터 맞이하게 되었다.
경기지부 선거가 2월8일에 그리고 서치선거가 2월21일, 대치선거는 3월7일이었다.
서치선거의 구도가 회장후보 1명에, 선출직 부회장 후보 2명으로 선거를 치르고 협회 선거는 부회장 3명을 선출직으로 하여 회장단 선거로 구성되어 출마하게 된다.
연초에는 선거에 나서려는 회장 후보들이 바이스를 구하러 탐색을 하고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인지도 높은 후보자들을 찾아 나선다. 바이스를 구성하지 못해 회장후보로 나서려고 했으나 뜻을 접는 후보도 있다. 필자는 이번에 서치선거에 기호 1번 윤정태 회장후보의 부회장 후보로 선거 한 달 전 설 연휴 전날인 1월20일 윤정태 회장후보와 교감을 통해 출마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오래전에 인연으로 뜻을 같이 하기로 하고 결정을 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평소에 했던 모든 일들이 선거 이후로 미루어지면서 한 달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라 옷차림 및 헤어스타일이 중요할게 분명해 보여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24일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염색을 하였다. 반백의 머리카락이 염색을 하고나니 훨씬 젊어 보였다. 그리고 1월25일에는 후보자들이 통일된 양복을 입어야 하므로 치과 인근 백화점에서 네이비 슈트(곤색 기본정장)를 한 벌 구매하였다. 그리고 1월26일에는 회장후보 및 다른 부회장후보와 만나 홍보용 책자에 싣게 될 사진 촬영을 위해 강남의 모 스튜디오에서 정장을 한 채 여러 컷의 사진을 찍었다. 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촬영하다보니 시간도 꽤 걸렸다. 그러나 사진 활영 시간 만큼은 기뻤다. 1월29일 일요일에는 회장후보와 함께 할 캠프 사무실을 방문하여 회의를 하였다. 본격적인 선거 유세 및 홍보는 2월7일부터 가능하지만 사실상 얼굴 알리기를 위한 행사 모임에는 있는대로 찾아다녀야 했다. 따라서 1월30일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있는 서치신협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출입구에서 조합원 및 축하객을 위해 인사 등 얼굴 알리기에 주력했다. 1월 마지막 날인 31일 치과의사문인회에서 필자의 회장직 마지막인 ‘치인문학’ 발간과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나름대로 행사를 이어갔다. 2월2일에는 협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였다. 기자들이 참석한 후 몇 가지 질문을 받고 식사하며 대화의 끈을 이어 갔다. 부회장 후보로서의 출마 배경을 설명하며 다짐을 하였다. 2월 3일에는 캠프 사무실에 기자 몇 분이 오셔 후보자 특집 코너를 마련할 계획으로 취재에 응하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3월4일에는 eDEX 전야제로 ‘호텔 레이크’에서 8개 지방대학 재경동문회연합회 행사 참석을 하여 함께 했다. 다음날 코엑스에서 개최한 이덱스 학술대회에 상대측 후보는 물론 대치선거 후보까지 뒤섞여 혼란한 가운데 홍보전이 시작되었다. 2월8일 역사적인 2.8독립선언이 있던 날에 선릉의 한 중식 집에서 윤정태후보 출정식에 각 지인들과 동창회 임원 및 치과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올랐다. 2월9일은 입후보자 정책토론회 1차가 서치신협 회관에서 기자들과 덴올방송국 협찬으로, 유튜브로 생중계되면서 1시간여 가량 진행되었으며 회장 후보간의 열띤 토론은 있었으나 부회장 후보는 인사말과 중간에 한 번 답변하는 걸로 끝이 났다. 2월10일에는 대치선거에 출마한 박태근 후보쪽 출정식이 있어서 우리쪽 후보들과 함께 축하해주는 자리로 함께 했다. 2월12일 일요일에는 코엑스에서 개원 컨퍼런스 개최로 오전에 일찍 현장에 나가 홍보물과 가슴띠를 두르고 ‘개원박람회’에 오는 선생들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펼쳤다. 이어 오전 11시경 서울 성모병원 마리아홀에서 개최된 턱관절 연수회 세미나에서는 역시 강연장 입구에서 상대후보 및 대치선거에 나서는 후보들과 뒤엉켜 홍보전을 벌이고 오후에는 마곡지구 오스템 본사 건물로 향했다. 그곳 덴올 방송국에서 서치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정책홍보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방송 출연에 잘 적응이 안된 후보들은 촬영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사히 잘 끝냈다. 2월13일에는, 연초에 보통 각 구의 정기총회가 있던 차에 노원구 정기총회에 양 후보쪽의 선거 유세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 상대 부회장후보와 함께 동반 연설을 하였다. 그날 늦은 저녁 치과계 풍토가 각 후보측 출정식에 서로 참석해주는 분위기라 대치선거의 김민겸 후보쪽 출정식에도 뒤늦게 합류하여 축하 인사를 보탰다. 2월16일에는 협회 회관에서 입후보자 합동 정책토론회 2차가 있어 지난 1차 때보다 좀 더 심도 있고 예민하게 진행이 되었고 나름 1차 때보다 잘 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2월17일에는 필자를 포함한 양측 부회장 후보 중 각 1명씩이 관악구 출신인데 관악구 정기총회가 있어 이 역시 함께 참석하여 각자 자기홍보 및 스피치에 서로 양보없이 진행했다. 지인들이 많다 보니 편안하기도 했지만 관악구에서 다른 후보측 2명이 모두 출마하다 보니 회원들이 우리를 보는 눈치가 역력했다. 18일 토요일은 선배님의 출판기념 및 은퇴식에 참석했다. 초청을 받았으니 당연히 참석을 했지만 300여명 가까운 치과계 인사와 동문들이 있어서 표 다지기에는 좋은 기회였다. 2월20일에는 캠프사무실에서 마지막 예상득표 파악 및 막바지 득표 전략을 마감하고 다음날 선거일의 소망을 담고 잠자리에 들었다.
2월21일 저녁 7시 협회 회관에서 드디어 개표를 하고 당선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간이 도래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개표하는 모니터로 향했다. 177표 차이로 낙선이었다. 당선인측에 축하 악수를 해주고 끝까지 머물고 있을 명분도 없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협회를 빠져 나와 인근 호프집에서 술로 기분을 달랬지만 허전함은 여전했다. 지인들과 승리한 후보측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와 위로를 해 주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어색함과 자존심 상하는 시간이라 곧이어 말없이 집으로 향해 왔다. 허망한 기분은 여전했다. 차라리 누군가와 함께 격투기라도 해서 패배하면 더 아쉬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쟁에서 그리고 선거에서 2등은 없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상대후보는 2번 낙선하고 세 번째 만에 승리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며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그 날의 아쉬움을 잊고자 생활하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그 동안 도와준 선거운동원 및 지지자, 지인들게 감사를 드린다.
http://www.chihak.co.kr/news/17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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