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룡
前 치문회 회장
지난 4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최대 5년간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본 회의를 통과했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고 치협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규탄, 총궐기에도 아랑곳없이 재적의원 17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1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되었다. 개정안은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고 집행 유예시에도 기간 만료 이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제한된다. 다만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 는 예외로 인정했다. 면허가 취소되었다가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또 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 취소와 함께 10년간 재교부할 수 없도록 했다.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 의료행위에만 예외로 인정했고 그 밖에 다른 일반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적용한다는 이번 의료법의 개정안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과 예시로 주의를 해야 할 부분과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가령 도로에서 의사가 의도치 않게 사고로 사망사건이 나오게 되면 합의하더라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의사의 직업 특성상 환자와의 접촉이 잦기 때문에 이 점을 악용해서 진료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성폭행 당했다고 고소하는 행위도 있었다. 이 경우 성범죄 유죄판결을 받아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면 면허 취소가 된다. 집에 들어온 도둑을 폭행했다가 과잉방어로 처벌받을 수 있고, 민식이법으로 30km/hr 이하로 달리다가 상해 1주를 입힌 운전자에게도 동승자와 대화하느라 주의가 소홀했다고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왔다. 금고형은 적극적인 범죄 의사가 없더라도 부주의만으로도 쉽게 나올 수 있다. 병원 경영이 안되어 직원 임금체불 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며, 집시법, 국보법, 병역법 등 진료와 상관없는 법 위반으로도 충분히 금고형이 가능하다. 수년전 술자리에서 “이럴거면 북한에서 살겠다”라고 칭얼거렸다가 대통령을 욕했다고 교도소에 가는 경우도 있었고 2012년 북한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기 위해 리트윗을 한 사건에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적이 있었다. 만약 이 사건이 의사에게 일어났다면 유죄선고 받는 즉시 의사면허가 취소되고 개원했던 의원은 폐업으로 패가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금고를 받으면 면허를 취소시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최소 침해성 법 원칙에도 위반하는 법안이다. 결국 이 법이 통과된 이후 치의의 삶은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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