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개선하려는 치과계의 자정작용이 현저히 모자란다
집단지성 발휘하도록 사회적 윤리의식 갖출 교육 필요해
강 익 제
NY치과 원장
환자 한 분이 치과에 오시면서 생후 3개월쯤 되어 보이는 아주 작은 ‘말티즈’를 데리고 오셨다. 직원들은 이쁘다고 난리고 필자 역시 집에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귀엽기는 하지만 그래도 강아지를 싫어하거나 알러지가 있는 분도 있을 수 있기에 병원입구에다 묶어두고 오시라고 했다. 환자분께서는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이 암에 걸려서 몇 개월동안 동물병원에서 2,000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냈지만 얼마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그 상실감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이번에는 새로 말티즈를 데리고 왔다고 하였다.
치과의사로 안타까운 점은 정작 본인의 치아에는 2백만~3백만원이면 될 것을 몇 년째 미루기만 하시면서 반려견에게 그렇게 큰 돈을 우선적으로 쓰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집 반려견 역시 눈밑에 염증이 생기더니 어느 순간에 터지면서 진물이 나와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그런데 단단한 음식을 먹다가 이빨이 부러지면서 뿌리에 염증이 생겼고 그 염증이 눈밑 피부를 뚫고 나온거 같다고 한다. 하루 입원비를 포함하여 전신마취 후 발치가 필요하고 진료비는 약 70만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진료비가 비싸다고 이야기했더니 요새 강아지 보험도 나온다고 가입을 권유한다. 그러길래 한번 알아봤더니 필자의 암보험료 보다 비싼 매달 6만7천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되고 이것 역시 치과분야는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매복 사랑니 복잡발치에 이것저것 다 넣어도 5만원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 출혈, 극심한 통증, 부종 등이 생기면 환자의 컴플레인은 고스란히 의사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행여 감각마비, 감염에 따른 입원, 환자 사망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강아지 발치비용에 비해 5만원이라는 비용은 거의 봉사수준의 진료비라고 여겨진다. 나는 환자에게 매복 사랑니는 턱뼈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는 술식과 비견된다고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지만 막상 진료비가 5만원만 나와도 단순발치와 비교해서 그전에는 2만원이면 할 걸 왜 이렇게 비싸냐는 볼멘소리만 듣게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동물에 대한 복지나 의료혜택이 늘어나는 반면 우리 치과계는 어떨까? 실제 일본의 경우 치과의사의 사회적 지위는 수의사보다 더 낮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일본의 전철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 치과계 모두가 숙고해봐야 할 문제이다. 의과의 경우 의료윤리학회가 따로 있고, 다양한 주제로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며 관련 논문이나 책도 굉장히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는 반면 치과의 경우 의료윤리에 대한 것은 졸업 이후는커녕 학부에서조차 듣기 쉽지 않다.
오로지 가격에 대한 마케팅만 이루어지는 듯하다. 이 저렴한 가격에 대한 이미지를 상쇄해보려고 양심적인 이라든지, 합리적이라든지, 환자를 위한다든지와 같은 미사여구를 쓰는 것은 결국 치과 진료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돈만 아는 치과의사로 전락하거나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킨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것 역시 의료 윤리적인 관점에서 동료 의사들은 물론 환자들에게 그리고 의료시스템 전반에 걸쳐 어떤 폐해가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임상에 대한 고민과 연구없이 과도한 경쟁으로만 내몰리고 있지, 이를 개선해보려는 치과계의 자정작용은 현저히 모자라다고도 볼 수 있다.
치과의사 수가 많아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정원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치과위생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입학생의 20%가 졸업을 하지않고, 졸업생의 80~85%만 국가고시에 합격한다고 하니 지금의 구인난과 치과위생사들의 위상과 인기는 치과의사라면 충분히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의과의 45%만이 개원을 하지만 치과는 85% 이상이 개원을 한다. 정원을 줄일 수 없다면 적어도 개원이라는 경쟁사회에 나서기 전에 윤리 교육이라도 강화하는 것이 어떨까? 개인의 도덕적 관념만으로 덤핑과 마케팅이 난무하는 치과계를 뚫고 나가기는 어렵다.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도록 사회적 윤리의식을 갖출 수 있는 윤리 교육이 우리 치과계에도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뉴스에 나오는 치과의사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들이나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으로 많은 치과의사들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후배들이 “내가 10년만 하고 이 바닥을 떠야지.”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10년만 하겠다는 마음에 그동안 덤핑을 치고 돈을 좇는건지, 아니면 치과가 너무 힘들어서 10년만 하고 다른 일을 하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나는 어떤 치과의사가 될 것인가, 나는 왜 개원을 했고 나의 치과를 어떻게 운영하고 싶은가 라는 초심을 지키고 키워나가면 좋은 치과의사, 행복한 원장이 되지않을까? 나는 18년째, 지금도 내 치과에 출근하는게 너무 즐겁다.
http://www.chihak.co.kr/news/17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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