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동창 카톡방에선 아직도 정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심한 논쟁으로 마음 상하는 꼴을 여러 번 보아서 서로 자중한다. 그래서 생긴 부작용도 많다. 정치 문제도 아니고 단지 사실인지 거짓인지 밝히면 되는 간단한 문제인데도, 또 한두 번만 다른 자료를 비교해 확인하면 금방 밝혀질 문제인데도, 혹시 골치 아픈 정치 문제로 번질까 보아 아예 입을 닫는다. 중고등학교 6년의 죽마고우가 한 번 마주친 적도 없고 사돈의 8촌도 아니고 사탕 하나 받은 적 없는 못된 정치꾼들 때문에, 하고픈 말도 속 시원히 못 한다니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마치 정치인들이 2+3이 얼마냐는 문제로 싸우고 있다면, “앞반 아이들과 뒷반 아이들은 얼마라고 하더냐”고 눈치를 보는 꼴이니, 고등교육을 받은 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다.
우리는 누구 한쪽 편이 되어 살지 않는다. 우리에게 누구 편은 없다. 각자 자신의 편이고, 국민 개개인의 편이다. 국민을 위하는 정당이라면 어느 정당이라도 좋다. 사람마다 정의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매사 거짓이 아닌 ‘사실의 편’이 되어야 좋다.
현시대가 진영논리에 빠져 있어 이제 ‘사실의 편’으로 가야 한다는 윤석민 교수의 8월 21일 자 신문칼럼은 시의적절하다. 대다수가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면(같은 편이면 무조건 옳다?), 그건 세상사를 진영논리로만 보게 만든 정치인의 술수에 국민이 속은 것이다. 정치 영역이 경제나 교육, 문화, 종교 등의 영역보다 어찌 우선하겠는가. 기본적인 의식주나 공중도덕보다 어찌 정치가 더 중요한가. 우리는 이편이나 저편이 되어야 한다는 정치인의 프레임에 갇힌 것이고 언론도 거기 동조했다.
그러나 어찌 몇몇 인간의 술수가 자연의 법칙, 사실을 이기겠는가?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진영논리가 자연의 진실을 이기지는 못한다.
정치인은 자신이 국민을 대신하겠다며 유권자를 자신의 편으로 이끌려 한다. 그래서 이편, 저편,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고 선동하는 것이다. 먼저 내게 표를 주면 나중에 이런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법과 제도의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크고 서서히 나타나서 처음부터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교권 침해로 논란이 있는 아동복지법은 2012년, 아동학대처벌법은 2016년부터 시행되었고,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가 처음 제정해서 시작되었다. 불편은 개개인에게 돌아가지만, 정책 입안 책임의 꼬리표는 이미 없어지고 네 탓, 내 탓 공방만 남는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은 본래 함께 있는 것인데 자유만 강조하고 책임은 묻지 않으니, 당연히 이쪽 교권과 저쪽 학생의 권리가 충돌한다. 여기와 저기가 늘 함께 있는 것인데, 망각하여 한쪽만을 강조하니 균형을 잃어 여러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이 일어났다. 우리는 절대 어디 한 쪽에 있지 않다.
의원의 권위와 책임도 함께 있는데, 국민 위한다는 허풍만 내세우고 법 제정의 막중한 책임감은 내팽개쳐 사죄하는 이 하나 없으니 국민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국민이 현명하다면 무조건 휩쓸려서 이편, 저편이 되기보다는 매사 현안과 정책마다 호, 불호를 살펴서 결정하고, 사탕발림의 거짓과 선동에 속지 말고 실체를 보아야 한다.
세상엔 이편, 저편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개개인의 편이 있다. 굳이 말하면 국민 편만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그들 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 쪽으로 걸어와서 국민 각자 A, B, C 편이 되어야 한다. 물론 정치인은 불편하겠지만 A, B, C의 각자 다른 소망을 공동의 정책으로 만들어서, 의견의 차이가 있는 A, B, C가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대리인이고 봉사자가 아닌가.
그런데 정치인이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마치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이 ‘정책’과 ‘국민’과 ‘감언이설’을 팔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의원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허풍과 권위만 주장하지 말고, 법시행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에 책임감을 느껴야만 더 나은 정책과 수정법이 나오게 될 것이다. 국민보고 정치인 편이 되라 말고, 정치인이 먼저 국민 편이 되어라. 아니면 국민은 자격증을 거두어 다른 이에게 주어야 한다.
http://www.chihak.co.kr/news/17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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