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를 지적할때도 직원 마음에 상처를 안내도록 노력해야
환자에겐 정확한 진료 직원과는 공감어린 소통 중요 깨달아
정 석 환
감탄치과 원장
저는 제 자신을 “논리적인 사람”,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치면 “T(사고형)”에 가깝다고 믿어왔습니다. 숫자와 근거를 중시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지요. 개원을 준비할 때 그렸던 제 모습도 그랬습니다. 진료실에서 문제가 생기면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근거한 해결책만 쿨하게 제시하는 치과의사 말입니다. 그러나 막상 문을 연 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제 마음을 자주 흔들어 놓았습니다.
• 논리형이라 믿었는데, 현실은 아니였다
얼마 전 일어난 사건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환자의 크라운 제작을 위해 떠둔 본(인상채)이 다른 환자 이름으로 라벨링되어 기공소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하필 유니트 체어에 누워 있는 바로 그 환자 앞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로는 침착해야 한다고 되뇌었지만, 심장은 쿵쾅대고 입안이 바싹 말라갔습니다. 속으로는 ‘도대체 누가 이걸 잘못 붙인 거지?’라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간신히 누르고 있었습니다. 평소 “팩트로만 말하자”라고 다짐했던 저 역시, 그 순간만큼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습니다.
결국 환자에게는 기공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부드럽게 양해를 구했고, 스탭과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제 목소리 톤은 평소와 달랐고, 저 스스로 놀랄 정도로 날카로운 말투가 튀어나왔습니다. 진료실 한켠에는 어색한 공기가 잠시 감돌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믿었던 제 모습은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내가 생각한 T스러운 모습과 실제 내 모습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 사실에 입각한 지적이 왜 중요한가
치과 진료실에서 실수는 환자 신뢰와 직결됩니다. 작은 기구라도 잘못 쓰이면 환자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고, 예약을 잘못 잡아도 불만이 곧바로 터집니다. 그래서 잘못이 확인되면 바로잡아야 하죠. 이때 “말 한마디”가 직원에겐 배움이 되기도,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MBTI에서 흔히 말하듯, “T(사고형)”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직설적으로 말하고, “F(감정형)”는 상대 기분을 살피며 조심스레 돌려 말한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엔 “난 T니까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영을 해보니 그렇게 간단치 않았습니다. 팩트를 말하더라도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충치를 제거할 때도 핸드피스와 페달을 미세하게 조절하듯, 사실을 지적할 때도 상대의 감정을 다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버로 제거해야 할 대상은 충치이지, 제 말 한마디로 직원의 마음에 상처를 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 실수를 덮어둘 수는 없지만
“환자 앞에서 실수를 티 내지 않는 게 프로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환자에게는 우리 팀 전체가 하나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실수를 덮어둘 수는 없습니다. 덮어둔 실수는 언젠가 더 큰 문제로 돌아와 환자와의 신뢰에 금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결국 답은 “사실대로 지적하되, 감정은 걷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말할 때 다음 네 가지를 가급적 실천해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①잠깐 멈추기
화가 치밀 때일수록 잠시 숨을 고릅니다. 몇 초라도 멈추면 감정의 불씨가 조금은 꺾이더군요.
②사실만 전달하기
“당신 때문에 망쳤다” 대신 “무슨 일이 벌어졌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집중해 말합니다. 예컨대 “기구 준비가 제때 되지 않아서 환자 치료가 지연됐어요”처럼 상황에만 초점을 둡니다.
③개선책 함께 찾기
잘못을 짚었으면 곧바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합니다. “다음부터는 이중 체크를 해서 실수를 줄이면 어떨까요?”처럼요.
④개인 비난 금지
잘못된 행위와 사람 자체는 분리합니다. “OO씨, 왜 그랬어요?”가 아니라 “이번에 이런 문제가 있었어요”라고 말하면, 서로 감정의 상처 없이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위와 같이,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전하다 보니 대화가 이전보다 부드러워졌다는 걸 체감합니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 제 감정이 완전히 배제되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원칙을 깜빡 잊고, 한숨부터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대화 후 찜찜함이 줄어든 건 분명합니다.
• 감정과 사실 사이의 균형 잡기
치과를 개원하고 운영하다 보면 “논리와 감정 사이의 줄타기”를 매일 실감합니다. 환자를 위해서는 냉정하게 사실을 직시해야 하고, 직원들을 위해서는 따뜻한 배려심도 챙겨야 하니까요. 개원 초반인 저는 아직 그 사이의 균형점을 배우는 중입니다.
어쩌면 저는 완벽한 T도, 완벽한 F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좋은 치과 경영자는 팩트로 말하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신뢰는 정직하고 정확한 진료에서 오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의 신뢰는 공감 어린 소통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예전에, 제 한마디로 마음을 다쳤던 직원이 미소를 되찾은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지요. “팩트에 진심을 더하면 신뢰가 된다.” 오늘도 진료실에서 실수가 생기면 마음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사실을 이야기하자.’ 결국 “사실에 근거해 말하는 용기”와 “상대를 생각하는 따뜻함”이 함께할 때, 환자도 스탭도 편안한 치과가 되지 않을까요?!
http://www.chihak.co.kr/news/19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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