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은 지역 성과아니라 치과계 공동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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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12/13 치학신문

“연구원은 지역 성과아니라 치과계 공동 자산”
시론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그래서 국립치의학연구원은 왜 필요한가?”, “도대체 거기서 뭐를 하는 곳인가?” 연구원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치과의사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진료실에서 하루하루 환자를 마주하는 우리에게 연구원은 당장 체감되지 않는 존재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치과 의료의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치과 진료는 이미 디지털 진단, AI 판독, 디지털 보철, 신소재 재료 시대로 들어섰다. 개별 개원의나 단일 대학의 연구 역량만으로는 이 거대한 변화를 표준화하고 검증하며 제도에 반영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다.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신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며, 그것이 보험과 제도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곧 우리의 진료가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국가 구강보건 정책에서도 연구원의 존재는 결정적이다. 예방 중심의 보험 정책, 초고령사회에 따른 노인과 장애인 구강 관리,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는 더 이상 선언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이 생산하는 과학적 근거는 치과계의 요구를 국가 정책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솔직히 말해 연구원 설립이 우리들 치과의사 개개인의 진료 수입을 곧바로 늘려주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체감되는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치과의사의 소명은 오늘 내 앞의 환자에만 머물러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감당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치과의사들은 더 불안정한 제도와 환경 속에서 출발하게 된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다.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설립 공모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는 특정 지역의 승패를 가르는 일이 아니다. 공정한 절차와 선의의 경쟁 속에서, 연구원이 어디에 자리 잡든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치과계 전체의 책무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지역의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 치과계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작은 관심과 참여는 당장은 의미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다음 세대의 진료 환경과 대한민국 치과계의 미래를 바꾼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다. 치과인 모두가 이 길에 함께 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