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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1/17  치학신문
시사칼럼 '다툼의 여지'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 중 하나로 ‘다툼의 여지’라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이나 일이라도 사람과 진영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며칠 전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구강 보건과 관련된 홍보용 매체 제작 응모에서 뽑힌 우수 작품 시상식장에서, 시상 전 모인 학생들에게 “모두들 축하 한다”는 말을 했더니 “혹시 표창장이라고 써 있는 건 아니겠죠?”라고 물어 온다. 그래서 연단에 가서 보았더니 다행히도 “표창장”이란 문구가 아닌 “상장”으로 되어있었다. 학생들은 표창장을 받기는 싫고 상장으로 표기된 걸 받고 싶단다. ‘표창장’이라면 마치 위조된 것을 연상하기 때문이라며 비웃는다. 행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 필자가 과거에 받았던 대통령상을 확인해 보니 ‘표창장’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누가 표창장의 이미지를 더럽혔는지 훗날 다툼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집사람이 시골 산속에 있는 우리의 농가 주택을 좀 수리하는데 돈이 좀 모자란다고 500만원만 부쳐달란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매달 연금 나오면 모두 집사람이 다 갖고 살아가는 필자에게 갑자기 무슨 돈이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겠나. 하기야 주에 하루이틀 아르바이트로 치과 일을 하여도 필자의 용돈에 불과 한 액수일 텐데 말이다. 보내 줄 돈이 없다니까 집사람의 푸념이 시작된다. 다 같은 교수인데 어느 국립대 교수 분은 아내가 말만하니 5천만원을 은행 현금인출기로 여러 번 나누어서 부쳤고 그것도 두 번씩이나 1억을 부쳐 주면서도 그 정도는 난 모르는 일이라고 대범하게 말하는데, 당신은 사립대학 교수라서 그런지 5백만원도 못 부쳐주는 쫀쫀한 교수였냐며 비난한다. 아내가 말만 하면 대범하게 돈을 부쳐주지 못하는 신세도 한스럽지만 그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데는 다툼의 여지도 있을 성 싶다.
 어느 방송에서는 ‘마피아도 여자와 가족은 안 건드린다’는 말도 한다. 그 돈 보내서 받은 교수 부인이 구속되니, 입 가벼운 소리 좋아하는 분이, 수사한 검찰을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돈 부친 그 교수는 마피아란 말인가. 대부라는 마피아 영화를 보면 깡패 조직뿐 아니라 그들의 식구가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을 막 떠나는 가족의 자동차를 폭발시켜 모두 죽이는 광경도 기억한다. 그런데 왜 마피아는 여자와 애들은 안 건드린다고 말하는지 우리 작가들 말에는 다툼의 여지가 많은 것 같다. 하기야 알 카포네가 주연한 대부라는 이태리 마피아 영화는 미국인들이 제작하고 배우들이 모두 영어를 쓰는 등 미국 판으로, 이태리인들의 감정적인 불만도 많았단다. 특히 세계 영화 시장을 휩쓴 미국 할리우드 판 영화사에서는 고대 로마 사극들, 이집트, 또는 성서를 다룬 영화들을 모두 영어 판으로 만들어 영화 시장을 독점하였다. 벤허, 십계, 클레오파트라 등 고전물뿐 아니라 나중에는 징기스칸이나 러시아 배경의 전쟁과 평화나 닥터 지바고도 모두 영어를 쓰는 영화로 만들었다. 이에 반항하듯 이태리 영화감독인 세르지오 네오레는 아예 미국 서부극을 이태리에서 제작해 보겠다고 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했단다. 당시엔 당연히 미국 서부극은 미국 할리우드가 최고였던 시절이라, 하이눈, 역마차, 기병대 등 고전적 미국판 서부극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젊은 이태리 감독의 제안에 아무도 응해 주는 할리우드 배우가 없었는데 할 수 없이 당시 삼류 조역배우였던 크린트이스트우드를 겨우 교섭하여 스페인서 촬영한 영화가 이태리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였단다. 너무나 폭발적인 인기로 제2탄 제3탄 등 이태리 서부극 시리즈가 나오고 그 배우는 일약 할리우드 톱스타가 되었다. 다툼의 여지가 역발상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근래에 어느 야당 정치인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한 정권교체는 없다, 향후 50년은 여당이 더 집권해야 할 것”이라 말한 것을 비꼬아서 “2년 후에 큰 선거가 있을 텐데 그분은 그럼 2년 내에 돌아가시려고 그러시나”라고 농담했다가 비난받고 있단다. 나도 가끔 치과에서 보철 한 후 “이것 얼마나 써요? 평생 가요?” 묻는 환자에게 “일찍만 돌아가신다면 평생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 농담하곤 했는데, 다툼의 여지가 있어 앞으로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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