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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1/29  치학신문
쇼 팽
릴레이수필

목숨 걸고 더듬더듬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모습 인상적

 

쇼팽은 곡을 통해서 연주자의 감정을 듣는 이에게 전달

 

 

 

 염 지 훈

 

 포시즌치과 원장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쇼팽은 곡을 통해서 연주자의 감정을 듣는 이에게 전달2002년 개봉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2차 대전 중 유태계 폴라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주인공인 스필만이 목숨을 걸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때 연주한 곡이 쇼팽의 <Ballade No.1 In G Minor, Op.23>입니다. 처절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이 곡을 더듬더듬 연주해 나가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본 것이 17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곡을 선택하라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곡을 꼽습니다.
 프레데리크 쇼팽은 폴란드가 낳은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에서 1810년 출생하였고 20대 때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였습니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초기, 악명 높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리스트가 쇼팽의 천재성을 발견하면서 그는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쇼팽의 피아노 연주는 프랑스 사교계에 알려지게 되며 훌륭한 피아니스트로서 환영을 받습니다. 그렇게 그는 피아노 음악의 시인이자 황제로 떠오르게 됩니다. 작품들마다 화려한 기교 속에 아름다운 선율의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쇼팽은 24개의 연습곡, 24개의 전주곡, 4개의 발라드, 3개의 피아노 소나타와 2개의 피아노 협주곡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쇼팽은 평생 피아노 곡만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협주곡에서 들을 수 없는 피아노만의 세련된 기교와 피아노만이 낼 수 있는 감성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필자가 앞에서 발라드 No.1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Nocturne이 아닐까 합니다. 쇼팽의 곡들을 잘 모르시더라도 <Nocturne Op.9 No.2>는 들었을 때 한번쯤은 들어봤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많이 힘들 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누군가 필자를 위로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잔잔하면서도 정화되는 기분이 듭니다.
 쇼팽의 곡 중에 녹턴만큼이나 많이 알려진 곡이 즉흥환상곡입니다. 즉흥환상곡 <Fant-aisie-impromptu in C sharp minor, Op. 66>는 쇼팽이 쓴 4개의 즉흥곡 중에 하나로 즉흥곡 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인 분위기가 돋보여서 즉흥환상곡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곡을 들어보면 첫 음부터 비장함을 가슴속에 꽂아 넣는 느낌이 듭니다. 초반에 강렬한 음들이 춤을 추다가 곧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부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4개의 즉흥곡 중에 가장 먼저 작곡하였지만 쇼팽이 죽은 후에나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쇼팽은 이 곡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해서 자신만의 작품으로 간직하고 싶어 했고 늘 자신의 악보 사이에 끼고 다니며 세상에 내어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찍 작곡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유작이 되었습니다.
 쇼팽의 음악은 그 만의 독특함이 있습니다.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쓸쓸하고 감성적으로 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맥박이 빨라지면서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토벤의 열정이나 모차르트의 편안함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이 느껴집니다. 피아니스트들의 말에 따르면 쇼팽의 곡들은 대단히 예민해서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단순히 악보를 따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곡을 통해서 연주자의 감정을 듣는 이에게 전달합니다. 거장 피아니스트인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1887∼1982)은 생전에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쇼팽을 연주할 때면 내가 사람들의 가슴에 직접 말하고 있음을 느낀다.” 쇼팽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면 찬사가 절로 나옵니다.
 쇼팽은 가장 유명한 폴란드 인이면서 폴란드인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위인입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공항은 2001년 3월 쇼팽을 기리기 위해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으로 개명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바르샤바에서는 5년마다 한번씩 쇼팽을 기리기 위해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합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오직 쇼팽의 곡으로만 실력을 겨루며 차이코프스키국제음악 콩쿠르(러시아), 퀸엘리자베스국제음악 콩쿠르(벨기에)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뽑힙니다. 2015년 제17회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조성진이 21살의 나이로 1위를 차지하여 우승하였습니다. 조성진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의 곡을 연주할 때 보면 열정적으로 연주하면서도 표정은 감정에 북받쳐 모든 것을 쏟아내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냥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쇼팽이 곡에 묻어놓은 감정을 피아노를 통해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입니다. 감정 소모가 상당히 클 것으로 추측됩니다.
 가을을 넘어 겨울로 가고 있습니다. 쇼팽의 곡들과 잘 어울리는 날씨입니다. 쇼팽의 곡들을 찾아서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제가 언급한 곡들 이외에도 너무나도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피아노 리사이틀이나 클래식 공연들도 많습니다. 쇼팽의 곡들을 들으면서 차분하게 올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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