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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1/17  치학신문
시사칼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또다시 새로운 해가 뜬다. 기쁘고 즐거웠던 일보다 어둡고 힘들었던 지난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 한해를 멀리 보낸다. 지난해 어느 분이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나라 경제가 보기 드문 힘든 한해였고, 생소한 법과 제도도 만들어졌으며, 사회적으로도 내로남불, 즉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묘수이고 남이하면 꼼수라는 생각과 아이디어들로 양분된 국민들이 하루를 멀다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시위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남의 편을 단죄할 때는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대어 모욕감에 자살하는 사람도 나오게 만들었지만, 자기편 사람이 단죄를 받을 땐, 인권을 앞세워 칼날을 무디게 한다. 모두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었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말해놓고는 실제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 수사 기관을, 갖은 권력과 수단을 가동시켜 비난하고 방해한다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피아간 구별도 못하냐’는 말도 유행한다. 말 다르고 속 다른 분들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1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옛날 중국 고사에 진나라에 개혁주의자 재상 상양(常楊)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약해진 왕권을 강화하고 국력을 튼튼히 하기 위하여, 사회 모든 분야에 강권을 발휘하는 엄한 법규를 제정하였다. 이에 반대하거나 위반되는 자가 발견되면 가차 없이 감옥에 보내거나 처형했다. 권불십년이라, 십여 년 뒤, 왕이 죽고 태자가 왕위를 즉위하였는데, 많은 대신들이 강성인 상양을 비난 모함하여 결국 그는 실각하였으며, 급기야는 변장을 하고 도주를 하였다. 어느 주막에 들렀을 때 주인이 말하기를 “상양이 정한 법에 따라 신분증 없는 자는 재워 줄 수도 없고, 관에 신고토록 되어있다”며 그를 신고하여 체포되었고 이에 처형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그가 만든 악법에 의해, 처음에는 권세를 누렸지만 그것으로 자승자박 되었다던 어리석은 일화이기도 하다. 지난 한해, 현재의 권세에 젖어 몇 년 후일에는 자승자박되는 일은 없을는지 모르겠다.
 뉴스에는 성탄 무렵 어느 마트에서 불쌍한 아저씨가 물건을 훔치다 걸렸는데 훔친 내용물이 우유, 빵 사과 등 먹고 살아야 할 음식들이라, 경찰은 체포하지 않고 풀어주면서 현대판 장발잔 이라며 언론에 소개되었고, 대통령도 서민 복지제도를 강조하며 도움을 주었는데, 경찰은 한발 더 나가, ‘만약 우리에게도 기소권이 있다면 더 많은 장발잔을 기소중지 시킬 수 있다’며 이를 정치적 문제화 하는 쇼를 보였는데, 어느 다른 언론사는 취재를 통하여, 이 불쌍한 분이 매달 150만원씩 생활비 지원도 받아서 그걸 도박에 다 쓰고, 그날 훔친 물건 중 소주도 두병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모두가 없던 일로 해버리는 사상 초유의 장발잔 사태도 빚었다.
 세상이 정신이 없으니 필자도 정신줄을 놓았다. 자동차 키를 들고서 밖으로 나가려다가 잠시 다시 들어 와서, 시골집에서 가져온 빨랫감을 세탁기에 던지고는 급히 아파트 주차장으로 달려갔는데 그만 자동차 키를 잃어버려서 한참을 찾다가 못 찾고, 결국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까지 했는데, 3일 동안 주웠다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보조키로만 사용키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사람이 세탁기 안에서 자동차 키를 주웠다고 소리쳤다. “간혹 핸드폰을 세탁기에 넣거나 텔레비전 리모컨을 냉장고에 넣는 사람 이야기는 들었는데, 자동차 키를 세탁기에 넣은 것은 사람들이 아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것”이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짓들이 무섭다. 차라리 늘 경험하던 일만 있었음 좋겠다. 나라도 그렇게 되도록 해주었음 고맙겠다.
 그래도 치과의사들이 많이 모인 년 말 행사엘 갔다. 둥근 테이블에 양식 세트가 차려져 있는데 우선 가까이 있는 빵을 집었더니 옆에 앉은 숙녀분이 그 빵은 자기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좌빵 우물” 원칙이란다. 이 원칙도 처음 들어 본다. 그래도 작은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을 때에는 제일 먼저 빵을 잡은 자에 따라 그 테이블에선 그 원칙이 모두 바뀔 수도 있단다. 모두들 ‘경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라’ 인사한다. 경자는 어떤 여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원색적인 욕설을 해대는지, 아마 2220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할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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