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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3/13  치학신문
인간의 눈
릴레이수필

생명에 대한 집착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눈동자

 

소가 웃으며 올라가고 돼지가 울상지으며 떨어지는 만평

 

 


 李 在 浩

 

 대구·이호치과

 

 

 

 

 

 

 옛 친구를 따라 포장도 안 된 시골길을 한참을 달렸다. 동네도 아닌 외딴집들이 서너 채 드문드문 있는 게 조금은 이상했다. 집은 허름하지만 제법 넓은 대지에 여러 대의 자가용들이 주차해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식당 같은데 이름도 없다.
 옛 친구는 제법 익숙한 몸짓으로 주인과 대화했다.
 비린내가 풍기는 체취. 술을 마신 것 같지는 않은데 붉게 충혈된 눈동자를 가진 뚱뚱한 남자가 입을 헤 벌리면서 우리를 환대했다.
 “좋은 놈 들어 왔어요?”
 “어리고 통통한 놈이 어제 들어 왔습니다. 보실래요?”
 뚱뚱해서 약간 비틀대는 듯한 몸짓으로 우리를 뒤채로 인도했다. 여기저기 쇠 철망으로 만든 우리가 보였다. 우리 앞에 쇠 목줄에 묶인 동물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뒷다리는 살이 뭉개지고 피가 엉켜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이 작은 생명체. 오소리라고 했다. 경계도 하지 않고 저항도 하지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 눈동자. 필자는 움찔했다. 저 맑은 눈동자, 노을이 지는 먼 산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생명에 대한 집착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텅 빈 눈동자.
 “칠팔 개월쯤 되었을 것입니다. 정력에는 그만이지요. 칠십 노인도 이 한 마리이면……”
 주인은 낄낄대며 웃었다.
 울컥 치미는 분노.
 친구를 재촉해서 식당 문을 나왔다. 모처럼 대접하려는 마음을 몰라준다는 친구의 투덜댐도, 덜컹거리는 바퀴소리도 멀게만 울렸다.
 따스한 봄바람이 유혹했는지 모른다. 혹은 붉은 진달래꽃이 교태를 부렸는지 모른다. 오소리는 두려워하면서도 유혹을 못 이겨 집을 나왔을 것이다.
 올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잔인한 사냥도구였다. 한 번 걸리면 다리가 잘라질듯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쇳줄에 도망갈 방법은 없다.
 ‘엄마, 엄마 살려줘’ 하고 외쳤을 것이다. 어미가 왔는지 모르지만 왔다고 해도 안타까운 맴만 돌았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봄밤을 울렸을 것이다.
 어릴 때 우리 집은 도살장 부근에 있었다. 한 번은 암소 한 마리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데 송아지가 ‘음매 음매’ 울면서 따라가고 있었다. 주인인 듯한 사람이 송아지를 떼어 놓으려고 했지만 송아지는 한사코 어미 소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문득 마주친 어미 소의 눈동자. 그 눈동자는 오랫동안 포말처럼 문득문득 떠올랐다.
 국수 집 탁자 위에 있는 신문 만평에는 소가 웃으면서 하늘로 올라가고 돼지가 울상을 지으면서 땅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소고기 값이 오르고 돼지고기 값이 내린 모양이다. 이것이 인간의 눈이다.
 수해를 입은 농민이 자식처럼 키우던 소를 모조리 잃었다고 울먹인다. 자식같이 키웠어도 결국 잡아먹거나 팔거나 할 것이다. 제발 자식 같다는 말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옛날에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커다란 우주선이 지구로 왔다. 지구인들 보다 수백만 년을 앞선 이 외계인들은 지구를 점령하고 인간을 가축으로 사육하기 시작한다. 사육되는 인간은 종이 울리면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사육되던 인간 중 하나가 삭아진 책을 발견하고 자기 조상들의 위대함을 알고 외계인과 싸운다는 줄거리다.
 코끼리는 초식동물이다. 덩치 큰 동물들은 거의 초식동물이다. 인간도 초기에는 초식동물이었다. 그때는 눈동자가 맑았을 것이다.
 필자는 고기를 먹는다. ‘어느 고기가 맛있고 어느 고기는 맛없다’ 하면서 고기를 먹는다. 한 때 얼마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다. 식당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면 먹고 싶은 유혹에 괴로웠다. 내 핏속에 물려받은 육식동물의 발톱이 도사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금쯤 그 오소리는 충혈된 눈을 가진 식당 주인의 자랑처럼 정력 찾는 어느 누군가가 먹고 있을 것이다.
 멍하니 노을을 보던 그 눈동자. 텅 빈 눈동자.
 도솔천에는 그런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도솔천으로 가거라. 이 욕계는 너의 눈동자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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