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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9/25  치학신문
현실 무시한 의료기관 규제 너무 과중
사회적 이슈 바탕 모자이크 입법은 진료환경 침해 우려

의료형법 분야 의료소송 해마다 늘어 관계법령 정비해야

 

정부의 규제개혁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야는 행정규제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해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각종 고시와 훈령들이 300건 이상 될 정도로 각종 규제가 쏟아져 나왔다. 규제를 위한 과잉조치가 아닐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규제만능주의 정책으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엄청난 행정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업무부담과 행정력 낭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는 의료기관의 본연의 기능인 진료기능 침해 및 환자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의료기관은 매년 정기적으로 △감염관리를 위한 방문객 통제 △개인정보 보호 교육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자료 제출 고시 △결핵 예방 교육 △공기 질 관리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산업안전 보건교육 △수술실 출입관리 기록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안전관리 요원 △의료 폐기물 배출자 교육 △자율점검 신고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교육과 자료 제출은 물론 신고 등 행정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런 규제나 교육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연례의식 정도로 느낄 정도다.
 관련학회에 따르면 의료와 관련한 형사처벌이 다른 법과 비교해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총 2만 320건의 의료소송이 제기됐고, 이 가운데 형사소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또 과거에는 의료법에서 형사처벌 조항이 14개에 불과했으나, 40개로 늘더니 최근에는 60개에 이르고 있다. 의료형법 분야에서의 의료소송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관계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의료영역에서의 형사처벌이 과잉 경향을 보여 형사처벌 이전에 조정과 중재를 통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형사처벌은 최후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 의료법 및 (생명)의료관계법령은 충분한 제·개정 절차가 진행되기보다는 사회적 이슈와 시민의 요구, 의료인 등 이익단체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행해지는 ‘모자이크식 입법’으로 체계성과 정합성(整合性)이 부족해 학제 간 협업을 통해 관련법을 재정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에 서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구 의료법,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환자유인행위금지(의료법 제27조 제3항, 제88조)도 불법의 정도에 비해 과잉형사처벌 규정이라는 지적이다.
 또 치과의사가 직접 진찰하고 진단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규정한 의료법(제17조 제1항) 조항, 그리고 사회적 이슈가 돼 신설된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의료법 제4조 제6항) 위반은 과태료 대상, 의무위반으로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면허취소 사유가 되는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의료기관의 현실을 도외시한 의료법은 이미 2017년 6월부터 실시된 병원 종사자 명찰 패용 의무(의료법 제4조 제5항) 고시도 의료현장을 무시한 포퓰리즘적 졸속 입법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70만원의 과태료나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올 9월4일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비급여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설명(의료법 시행규칙 42조2, 2항)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회용 재사용 금지 관련 처벌 조항과 관련 의료인의 양심과 의료윤리에 맡겨야 할 의료인의 의무를 법제화하고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과잉 법제화로 보인다. 사회적인 관심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법령·훈령·고시 등으로 규제를 늘려 관료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일에 몰두하면서도 각종 규제로 인해 의료기관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나 몰라라 외면한다. 이러한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행정처분을 받고,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범범자가 된다. 환자를 진료하기보다 병원행정이 더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개원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과다한 행정업무로 환자를 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정신적·육체적 피로 또한 극에 달해 있다. 이쯤 되면 환자 진료보다 행정업무가 주가 되면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정부가 보건의료의 질을 높이겠다고 쏟아낸 각종 고시와 훈령들을 지키느라 환자 볼 시간이 줄어들어 오히려 환자진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심각하게 들어야 할 것이다.
 치과계는 실제 의료현장의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불합리한 규제에 재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위기라는 사회적 혼란을 틈타 의료계 의견을 무시하고, 의료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강행하는 법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규제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보건의료 관련 각종 법률이나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 때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논의를 통해 의료인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박종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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