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우면 쫄깃 담백하며 식감이 바삭하고 퍽퍽하지 않아”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명예교수
메추라기는 이명 메추리로도 불리며 꿩과(Phasianidae) 메추라기속(Coturnix) 메추라기(C. japonica) 종에 속하는 사육조류로서 학명은 Coturnix japonica Temminck & Schlegel, 1849이다. ‘메추리’와 ‘메추라기’는 동의어로 사전에 올라 있으며 둘 다 맞는 표현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초간본)(1481)에 이미 메추라기 순에 대한 기록이 있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순육이 오장을 보강하고 힘줄과 뼈를 튼튼히 한다. 우유로 달여 먹으면 정수(精髓)가 풍부해지고 양념해서 구워 먹으면 정력을 굳건히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오장육부를 보양하고 증기를 북돋아 주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는 좋은 약재”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오래된 요리서에서 메추라기 요리에 관한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메추라기가 알 생산 위주로 사육되고 있으며, 고기의 양이 적어 식용으로는 그리 큰 인기가 없으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즐겨온 전통음식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는 만찬에서 ‘륙륙날개탕’이라는 요리가 등장하였는데 이 요리가 실제로는 ‘메추라기 완자탕’이었다.
가축용 닭이나 칠면조와는 달리 메추라기는 가축으로 키우는 새임에도 불구하고 날 수 있다. 야생 메추라기는 겨울철에 한반도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이다.
메추라기의 울음소리는 닭보다는 적은 편으로 몸집에 걸맞게 훨씬 짧고 간결하게 운다. 몸길이는 20cm정도로, 대체로 갈색을 띤다. 날개길이는 9~10cm, 꼬리길이는 3cm 정도이다. 몸은 병아리와 유사한데 꽁지가 짧다. 몸빛은 황갈색에 갈색과 검은색의 가느다란 얼룩무늬가 있는데, 목 부분이 수컷은 붉은 밤색, 암컷은 갈색을 띤 황백색이다. 이러한 깃털 덕분에 덤불 아래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는 일본 메추라기(japanese quail), 미니 메추라기, 관 메추라기. 갬벨 메추라기, 텍사스 메추라기(texas A&M quail). 콜린 메추라기(bob white quail), 산 메추라기(mountain quail) 등 다양한 메추라기의 종류가 사육되고 있다. 생김새가 둥글둥글하고 귀여워서인지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들도 많아 흔히 ‘미니메추라기’라고 불리는 ‘버튼 케일(button quail) 종이 애완 메추라기로 많이 선호된다.
예부터 메추라기는 겸손과 청렴의 선비를 상징했는데, 메추라기의 얼룩덜룩한 깃털이 수수한 누더기 옷을 입은 선비의 모습과 같다고 여겼다고 한다.
1950년대 말에 대한민국에서는 메추라기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누군가가 메추라기 알이 계란보다 훨씬 높은 영양 성분을 갖고 있다고 소문을 퍼트려 사람들이 너도나도 메추라기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메추라기는 몸집이 작고 상대적으로 사료를 적게 먹어서 키우기가 쉬워 공급이 과다하게 된 것이었다. 실제 메추라기 알은 같은 양의 달걀 대비 비타민 B2를 1.7배, B12는 5.2배, 철분 1.7배, 엽산 2.1배 비율로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공급하는 사료의 양 대비 생산되는 고기와 알의 전환 비율이 닭보다 훨씬 우수하고 고기의 단백질 비율 등 식량으로서는 더 우수하다. 또 질병이나 관리 등 사육에도 닭보다 손이 덜 가기 때문에 닭보다도 육성이 경제적이다. 메추라기는 영계보다도 작은 크기 때문에 살이 적어 대량 유통되는 인기 육류는 아니나 다른 사육조류에 비해 맛은 뛰어나다. 구이집이나 포장마차 등에서는 참새구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뼈째 먹을 수 있다. 또한 중국 요리, 베트남 요리에는 메추라기 석쇠 구이도 있고 일본 요리 중에서도 메추라기 구이를 제법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메추라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존재한다고 한다.
필자가 군에 입대하여 서부전선 00사단에 근무할 당시 그 부대 위수지역이던 봉일천에 영화배우 오현경이 운영하는 메추라기 농장과 그 고기를 요리하는 식당이 있었다. 인기 탤런트가 운영하는 메추라기 요리 집이라고 입소문이 나서 식당은 상당이 번성했었다고 한다. 가끔 일정이 없을 때는 배우 오현경이 매장에 들르곤 하였는데 술이 거나하게 오른 손님들이 시시때도 없이 오현경 보고 “야. 000야 ! 한번 웃겨봐”하고 오현경 본인보다 나이 어린 손님들이 버릇없이 놀려 대었다고 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비유로 ‘장난스럽게 던진 어린이들의 돌 때문에 애꿎은 개구리는 죽는다’고나 할까? 돈이 아무리 좋아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가면서 수모(?)를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었다. 결국 얼마 안가서 문제의 식당은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전해 왔다.
메추라기 구이는 닭이나 오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쫄깃하고, 담백하며 식감이 바삭하고 닭이나 오리와 달리 퍽퍽한 부분이 없는 것도 장점이며, 연골, 뼈, 껍질을 거부감 없이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식감도 좋다. 따라서 어느 종류의 주류에도 안주로서는 적합(?)하여 주당들에게는 친숙한 요리이다. 거기에 값 또한 착하기 그지없으니 금상첨화이다.
http://www.chihak.co.kr/news/1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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