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우리는 시공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런데 미시 세계에는 양자역학이 적용되고 거시세계에는 일반상대성 원리가 적용된다고 한다.
우리가 분명 하나의 세계에 있거늘, 미시 세계와 거시세계를 다루는 과학 원리가 서로 다르다니 얼마나 엄청난 모순인가. 두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은 없을까? 미지의 교차점은 미시 세계와 거시세계가, 몸과 마음이, 꿈과 현실이, 과학과 인문학이, 시공 4차원과 시공 5차원이 만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미시 세계에서 전자가 이중 슬릿을 통과할 때, 우리가 관찰하면 입자로 행동하고 안 보면 파동처럼 행동한다. 또 몸과 마음은 본래 하나이면서도 꿈에서는 따로 있어서 하나도 아니면서 둘도 아니듯이(不一而不二), 너와 내가 태초엔 하나였지만 지금은 서로 다르게 있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우선적인 기준’으로 ‘4차원의 시공간’ 개념을 설정했다. 그런데 이 시공이라는 ‘우선적인 기준’ 보다 ‘더 근본적인 기준’은 없을까, 그리고 시공 5차원은 어떠할까 상상해본다. 4차원 시공이 사라지는 무념무상의 순간, 5차원 시공의 길목이 보일지도 모른다.
미시 세계를 규명하는 양자역학에서, 원자핵 크기를 농구공 크기라고 가정한다면 원자핵 주변의 전자는 핵에서 약 34km 정도 떨어져 있는 셈이며 사이 공간은 전부 비어있다. 원자의 세계는 입자보다 차라리 비인 공간이 대부분이다.
원자 폭탄이 터지는 힘을 상상해보면 극소 세계에 담겨있는 에너지는 엄청나다. 미시 세계로 갈수록 단위 크기에 함축된 에너지는 거대하고, 우주로 팽창한 거시세계로 갈수록 단위 체적에 함유된 에너지는 옅어진다.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이 확인한 물질은 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혀 알지 못할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이다.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는 밝혀졌지만, 공간은 에너지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고, 아직 미시 세계와 거대 우주를 관통하는 통일된 원리는 멀고도 요원하다.
‘입자이면서 파동’인 양자가 우리가 안 볼 때는 파동이 되어 두 구멍을 통과하고, 관측자가 보면 입자가 되어 한 구멍만 통과한다고 한다. 그런데 ‘입자이거나 파동인 것’이 오직 ‘입자이거나 파동인 것’이라서 ‘평면’의 두 구멍이나 한 구멍을 통과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새 상상의 핵심을 「공간」에 두어보자. 두 구멍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공간이 종이처럼 구겨지고 겹쳐 있어서, 관찰하면 ‘곡면’ 두 겹의 연결된 두 구멍이 하나가 되기 때문에 ‘입자이거나 파동인 것’이 두 ‘곡면’의 두 구멍을 동시에 통과한 것이라고 상정해보자. 양자의 이중성을 허용했듯, 「공간의 이중성(4차원 공간, 시공간으론 5차원)」도 허용해보자. 입자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장」이 변하는 것이다. 4차원 시공이 문득 건너뛰어 5차원 시공이 되는 것이다.
상상이겠지만, 관찰하면 두 ‘곡면’의 두 구멍이 서로 속으로 연결되어 두 구멍 중 ‘한 구멍만 작동하도록’ 공간이 ‘구겨지고 겹쳐지는 것’이고(3차원에서 순간 4차원 공간으로 변한다), 안 보면 ‘두 구멍이 모두 작동하도록’ 기존 3차원 공간의 ‘평면’인 채로 ‘펼쳐있는 것’이다. 관찰에 따라 시공간이 변한다.볼 땐 시공에 새로운 1차원이 더해져 구겨져 겹치고, 안 보면 시공이 기존처럼 바르게 펴진다. 보는 이에게만?
1차원 시간 축인 과거, 현재, 미래가 사라지고 3차원 공간 축인 가로, 세로, 높이가 사라지는 순간, 즉 4차원 시공간이 사라지는 물아일체의 순간, 직선 x y z 축이 아닌, 곡선이나 점선으로 표시될 수도 있는 제4의 공간 축을 가진 5차원 시공간 좌표가 열린다. 기존 3차원 공간의 ‘평면’이 한없이 구겨지고 겹쳐지며 4차원 공간인 웜홀로 빨려가고 순간 이동해서 블랙홀 같은 특이점과 연결된다.
호킹이 실시간과 허시간 차원을 제안했듯, 다른 공간 차원으로 가는 길목에 혹 인문학적 가치축(眞善美)의 별도 차원은 없을까도 공상해본다.
http://www.chihak.co.kr/news/16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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