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환
서울·NY치과
2020년 1월 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2023년을 눈앞에 둔 지금….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시대를 구분할 만큼 전혀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바뀐 일상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비대면 문화, ‘언택트 시대’의 도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발생했다. 덕분에 배달업이 엄청나게 성장하였고, 원격수업이 발전하는 등 새로운 영역의 시장이 급부상하였다.
이는 치과계에도 새로운 방식의 진료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온라인 진료를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에도 계속 허용하기로 하였다. 미국 및 캐나다 역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소통하는 이른바 ‘텔레덴티스트리’(teledentistry)관련 지침을 새로 발표했고 현재 여러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구강상태를 진단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대면으로 교정장치 또는 이갈이장치를 제작해 주겠다며 홍보에 이를 활용하는 치과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비대면 구강관리 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가, 치협이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 사업이 백지화되기도 하였다.
일단 현행 의료법에서는 원격의료를 ‘의료인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통신 기술을 이용해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의료인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또한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진단 및 구강관리 시스템 역시 진정한 ‘텔레덴티스트리’ 라 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게다가 이러한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병원 홍보는 엄연한 의료광고법 위반이다. 이러한 연유로 현시점에서 치협의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 반대 입장은 타당한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다가올 ‘언택트 시대’에 비대면 문화는 계속해서 사회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치과계라 해서 이 영향을 피해 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침습적인 치료가 대부분인 현재의 치과에서 비대면 치료 및 ‘텔레덴티스트리’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비대면 치료 및 ‘텔레덴티스트리’의 도입은 자칫 잘못하면 큰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비대면 치료와 관련된 사안은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http://www.chihak.co.kr/news/17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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