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엔 공비들 침입 잦아 중앙초교 나와 호남명문 서중 합격
김 영 수
서울대명예교수
무등산 공비의 야간 습격
어느날 밤 총소리가 요란하고 주위가 소란스럽더니 대문을 열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주인 아주머니가 문을 잠그고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 밖에서 누군가가 문고리를 낚아챘지만 우리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도우려 “그방엔 아무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주위는 조용해졌다. 나중에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그들은 무등산 공비인데 돈도 아니고 쌀을 달라고 하고는 잽싸게 달아 난단다. 한두번 경험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밖에서는 계속 총소리가 났다. 그 근처에는 학교가 하나 있었고 국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그 근처를 가 보았다. 정문에는 흙을 담은 가마니로 둘려쌓여 있었고 초소에는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반대편 축대옆 도랑에는 뭔가 가마니로 덮힌 것이 보였다.
그곳은 아침마다 총신에 “나의 생명이다”라고 하얀 페인트로 쓰여진 M-1 소총을 들고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하여 싸우는 우리는 화랑 20연대······.”라고 군가를 부르며 행군하는 군인들이 지나가는 길목이었다. 미처 후퇴하지 못한 인민군들이 당시는 급한 대로 산에 들어가 공비가 돼 가끔 출몰했다. 전선이 좀 안정된 후 대대적인 지리산 등 산악지대에선 공비 토벌 작전이 시행되기도 했다. 해방 후에도 남한에서 활약했던 유명한 이현상이란 자가 인민군 고급장교가되 그지역 빨치산 총 지휘를 하고 있었다.
3월12일 중공군이 서울에서 진입, 퇴각을 반복하고 중부전선에서 전투가 치열한 가운데 4.14일 맥아더 사령관이 해임되는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전반적인 전세는 서울북방 지역에서의 소강상태가 이어져 갔다.
나는 4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여서 공부하는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고 가까이 있는 서석국민학교에 편입을 상의했으나 피난민으로 꽉차서 자리가 없다고 거절 당했다. 그 무렵, 영남지방에선 피난 아동의 국민학교 임시편입을 지시하는 공고가 있었다(2.12). 서석국교가 그지역에선 유명국교였던 모양이다. 나중에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한 어느 후보님도 호남표를 의식해서인지 전란시에 서석국민학교에 다녔다고 유세연설 할 때 언급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에 일본인 학교였던 시내 중심가에 있는 작은 중앙초등학교를 찾아 편입하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지금껏 327차에 이르는 명문 광주 중앙초등학교 6회 동창회 월예회에 나가고 있다.
중앙초등학교 편입
그래서 다시 찾아간 곳이 중앙 초등학교다. 다행이 내 나이와 학년과 학기가 맞아 5학년에 편입되었다. 내가 공부를 어려워 하니까 나를 방과후에 담임 김흥권선생님집으로 오게해 요즘 말하는 과외를 해준 것이다. 나는 소학교, 인민학교, 국민학교를 거치면서 별로 배운 것이 없어 남한 공부에 어려움이 컸다. 어느 시험에 “하나씨”가 무슨 뜻이냐는 문제가 있었다. 내가 호남사투리를 어찌 알 수 있었겠나.
이 무렵 김법린 문교부장관은 중등학교 입학시험을 전국국가고사로 실시한다는 성명이 있었다.
아직 전선은 공격과 방어가 치열한데 4.11일경 우리가 구세주처럼 여겼던 맥아더 원수가 해임 되었다. 공산군의 공격과 우리의 반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소강상태라는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다. 그당시 내가 교실로 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강당쪽으로가 밧줄이 쳐있어 여긴 뭐하는 곳인가 잠깐 들여다 보았더니 강당엔 국군부상병이 가득 차있었다. 주로 사람들 눈에 띄지않게 야간에 후송해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당시전투가 얼마나 치열했었는지 추측이 가능하다. 유명했던 철의 삼각지대 전투가 있었던 시기였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제1회 국가고사를 치루고 그때 받은 점수로 호남의 명문 서중에 응시하여 합격하게 되었다.
http://www.chihak.co.kr/news/19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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