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회 지음 수필제49집 249쪽 12,000원 지누출판 펴냄
의사수필동인 박달회의 49번째 수필집 <느린 걸음으로>가 발간됐다. 이번 수필집은 17인의 저자가 총 34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꽉 찬 이야기로 구성돼 특히 눈길을 끈다.
김숙희 박달회 회장은 ‘서문’을 통해, 박달 나이 49년, 꽃중년에 이른 오늘까지 긴 시간 동안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호기심과 따뜻함으로 바라보며 글을 써 온 회원들의 열성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저자는 곽미영 김숙희 박문일 박종훈 양은주 양훈식 유형준 이상구 이헌영 정준기 조재범 채종일 최종욱 한광수 홍순기 홍영준 홍지헌 등이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순간을 기록한다. 누군가는 10년 일기장에 써내려간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후배 의사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셨지만 이제는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6.25 한국전쟁으로 헤어졌던 어린 시절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갑작스러운 폐암 통보는 현직 의사에게도 감내하기 쉽지 않은 고통이다.
박달회 49집 <느린 걸음으로> 속에는 의사가 아닌 누군가의 ‘자식’으로, ‘친구’로, ‘환자’로 마주한 경험과 감정들이 담겨 있다.
17인의 저자들이 풀어낸 삶의 기록 <느린 걸음으로>를 통해, 올 한 해 바쁘고 지쳤던 삶의 순간들을 돌아보고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만 볼 수 있는 일기장에도 솔직하지 못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데 구글이 내 건강 상태와 일상을 꿰뚫고 있었다. 휴대폰의 구글 지도에 표시된 내 행선지와 다이어리에 입력된 일정, 앨범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들, 스마트 워치를 통해 내 심박수와 호흡, 스트레스까지 분석하여 그날의 기분까지 구글이 내 일기를 대신 다 써줄 것 같다. 그래도 여행에서 돌아오면 스마트폰에 입력한 여행 일정을 보면서 10년 일기장에 간단한 여행일기를 손글씨로 적는다.
이별의 순간을 직감하였다. 초라해질 병원의 모습도 떠올라 무척 괴로웠다. 열심히 나를 도와주었던 모든 직원들이 한없이 고맙기도 하고 충분히 보담을 못해 드린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였다. 일흔을 훨씬 넘긴 나이에 폐암수술을 받고, 적지 않은 규모의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불안하였다. 극과 극을 달린 이별과 재회의 길은 하늘이 만들어 준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느꼈다. 재회, 나의 삶에서 처음이었다. 하늘이 주신 재회의 기회라 믿고, 맑고 향기 나는 사람이 되어 더 많이 베풀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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