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해 고된 일하시며 공부할 환경 만들어주신 어머니
쑥쓰러워도 임종하시기전 사랑한다 말씀드리며 송별 해드려
김민겸
서울시치과의사회前회장
서울·김민겸치과 원장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이다. 그리고 납골당에 모신지 꼭 두 달 반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집사람이 끓인 미역국에 밥을 지어 어머니 영전에 올렸다. 목 끝에서 뜨거운 것이 차올랐으나 국에 밥을 말아 삼켜 버렸다.
전도사였던 누나도 사진을 보내니 잘했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약사셨는데 내가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 약국을 여셨다. 교편을 잡으셨던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내 과외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약국 경영은 한 달에 딱 이틀만 쉬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 넘어 까지 열어야하는 고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 나는 철이 없었는지 아니면 사춘기였는지 어머니의 고생은 아랑곳 않고 친구들과 장난치고 노느라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고1이 끝날 무렵 학부모 면접에서, 담임선생님이 어머니께 나는 잘하면 인서울이나 수도권 공대 정도 갈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다고 했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우셨고 나는 아주 크게 혼이 났다.
그 날 밤 처음으로 나는 ‘원하는 학과를 성적이 모자라 갈 수 없다면 정말 슬픈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제 정신 차리고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이후 2년간 내 평생 유일하게 열심히 공부를 하였고 원하던 학과에 간신히 입학할 수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어머니는 약하게 치매를 앓으셨는데 신기하게도 기억하기 싫은 것만 선별적으로 잊으셨다.
암 진단 얼마 후 이틀간 검진 받고 퇴원한 며칠 뒤,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말하자 “왜? 내가 어디 아프니? 의사가 뭐래?” 하셨다. 내가 조심스럽게 “어머니 오래 못사신데요.” 하자,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나이 아흔 넘었지? 오래 살았다. 정말 오래 살았어.” 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막연히 환생이나 영생을 믿었던 것 같다.
몇 년 전 말티스 나나가 심장병으로 죽었을 때 ‘다음 생에는 튼튼한 라이온이나 독수리 아니면 예쁜 아가씨로 태어나렴’ 하고 빌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가 다른 동물이나 혹은 어린아이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오십년 전 일흔 넷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천국에서 다시 만나 우리를 기다리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떠나시기 몇 달 전 어느 커피숍에서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 덕분에 평생 어려움 없이 잘 살았어요. 고마워요.”라고. 어머니는 의외로 빙긋 웃기만 하셨다.
위독하시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뛰어간 병원에서 쑥스러워 하지 못했던 말을 어머니 귀에 대고 하였다. “사랑해요. 고마웠어요.”
어머니는 들으셨을까? 돌아가시기 10분 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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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생전 즐거웠던 한때를 보낸 순간 |
http://www.chihak.co.kr/news/2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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