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와 달리 삭히진 않고 꼬리독 치명적 가죽은 내구성 좋아
조 재 오
경희치대 외래교수
가오리는 연골어류 가오리상목 물고기의 총칭으로 전 세계에 350여 종이 분포하며 간재미 등으로도 불리운다. 한문으로는加火魚, 鱝, 鰩로 표기되며 영어로는 Ray. Skate. Devilfish, Stingray등으로 불리는 해수관상어이다. 학명은 Batoidea Compagno, 1973 이다.
가오리의 새끼를 따로 지칭하는 우리말 표현으로 '간자미'가 있다. 정확하게는 가오리 새끼만 간재미인 것이 아니라, 홍어 새끼도 간재미. 갱개미이다. 지역에 따라 이름이 갈리기는 하지만 어종 불문하고 작은 새끼는 간재미로, 후에 자라서 어종의 특징을 쉽게 구분하게 되면 제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즉 새끼 때는 생긴 것도 맛도 비슷하기에 굳이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모양이 좀 다른 홍어만 구분하고, 나머지 가오리 여러 종은 다 가오리로 부른다.
가오리라 불리게 된 기원은 알 수가 없으며 가오리는 한자가 아닌 순우리말에 해당하는 단어이다. 8세기에 작성된 경주 월지 목간에서 '加火魚(*가브리)‘라는 표기로 처음 등장하며, 이후 ㅂ이 ㅸ을 거쳐 ㅗ로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가오리는 대부분이 바다 밑바닥에서 생활하나 매가오리나 쥐가오리 등의 일부 종은 헤엄치며 생활한다. 낮은 바닥 생활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서 지금처럼 납작한 모양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따라서 가오리를 잡으려면 바다 밑바닥까지 쓸어 담는 저인망을 사용한다고 한다.
몸의 밑에 있는 입에는 넙적하고 튼튼한 이빨이 있는데 이로 달팽이, 조개, 굴, 갑각류 및 물고기 등을 먹으며 쥐가오리는 플랑크톤을 먹는다. 골격이 질기고 탄력있는 연골로 되어 있으며, 아가미로 통하는 아가미구멍이 가슴지느러미 아래에 있다. 몸은 대개 접시 모양으로 납작하며, 날개 같은 커다란 가슴지느러미가 있다.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암컷의 몸 안에서 알이 수정되며 새끼를 낳는다.
가오리는 특유의 기이한 생김새로 헤엄치는 것을 밑에서 촬영한 모양을 보면 마치 바닷속을 날아다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선원들에겐 바다의 악마나 마귀로 여겨지며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가오리는 꼬리에 무시무시한 독침이 있지만 대부분의 가오리는 성질이 난폭하지 않고 온순한 편이다.
가오리는 생식기가 두개나 되는 매우 희귀한 생물인데, 상어와 같은 연골어류의 특성상 다른 어류와 달리 총배설강이 아니라 따로 두개의 생식기가 있다. 가오리의 주된 포획 시기가 하필 교미시기와 맞아 떨어져서 교미하다가 애매한 모양새로 두 마리가 동시에 낚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탕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가오리는 알을 바로 낳는 대신 체내에서 부화시킨 뒤 새끼를 낳는 난태생 종이 많다.
인류가 가오리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구체적으로 그 기원을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활발하게 이용되어 왔다. 서양 권에서는 식용으로 굽거나 튀기거나 찌고 소스를 곁들여서 먹는 단순한 조리법이 주를 이루었지만, 동양에서는 가오리의 고기를 이용하여 회, 건조, 무침, 부침, 볶음, 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여 먹었으며, 가오리 고기의 효능 및 조리법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가오리를 일컫는 단어도 가불어(加不魚), 가올어(加兀魚), 가화어(加火魚), 해요어(海鷂魚) 등 매우 다양했다.
우리나라의 문헌에서도 다양한 기록이 있어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전분(鱄鱝)을 가올어라 하고, “공(䱋)과 서로 비슷하지만 맛이 이것만 못하고, 꼬리 끝에 독기가 심한 가시가 있어 사람을 쏘며, 그 꼬리를 잘라 나무뿌리에 꽂아두면 시들지 않는 나무가 없다.”라고 하였다.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청가오리라는 것이 기재되어 있는데, “가오리류 중 가장 큰 것으로 길이가 1척 반, 넓이가 2장(丈)으로서 말 한 마리에 실을 만하며, 또 등이 짙은 청색으로서 맛이 좋다.”라고 하였다. 이외에도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도 가오리의 조리방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
가오리는 홍어와는 달리 삭혀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삭힐 때 홍어만큼 강한 맛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가오리는 홍어와 유사한 종이지만 홍어만큼 귀하지 않아 종종 홍어의 대체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몇몇 가오리 종은 홍어와 외형상 매우 유사하므로 홍어 대용으로 대체하기 용이 하다.
식자재용도 외에도 가오리 가죽은 오톨도톨한 질감과 질기고 튼튼한 내구성으로 가오리 가죽 지갑은 고급으로 여겨 고가에 거래되며 가오리의 가죽은 검도의 호구와 도검의 칼자루와 칼집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오리는 꼬리에 독가시가 있어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2006년 호주의 해양 동물 취급 전문가인 스티브 어윈(Steve Irwin)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도중에 짧은 꼬리가오리의 꼬리에 달린 독가시에 심장 부근을 쏘여 사망했는데, 그는 당시 야생 해양 동물의 최고의 전문가로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인물로, 이 사건은 온순하고 큰 물고기라고만 생각했던 가오리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색가오리류 모든 어종들의 공통사항으로 꼬리에 치명적 독이 있으며 몇몇 종은 이에도 독성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전기가오리는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5~200볼트의 전압으로 50mA 가량의 순간적인 강한 전류를 흘려보내 천적과 사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해와 일본근해에서 전기가오리의 한 종류인 '시끈가오리(Japanese sleeper ray, Narke japonica)'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오리를 이용한 요리로는 전, 찜. 무침 ,구이. 탕 등으로 홍어의 역한 냄새(?)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하며, 부담안가는 착한 가격으로 ‘꿩대신 닭 격’으로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새콤달콤한 무침은 가오리 특유의 연골의 씹히는 맛이 가오리의 감칠맛을 한층 더해준다.
http://www.chihak.co.kr/news/2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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