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식감 담백한 맛 어떤양념도 잘받아 여러 요리에 활용
조 재 오
경희치대 외래교수
대나무는 벼과(Poaceae) 대나무 족(Bambuseae)에 속하는 다년생 상록 초본으로 학명은 Bambusoideae Luerss. 1893 이다. 영어로는 Bamboo, 중국어로는 竹子zhúzi라고 한다. 이름에 '나무'라는 낱말이 들어가서 나무(목본식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나무가 아니라 풀(초본식물)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대나무는 동아시아, 인도,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미국 동남부,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에 분포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온대 기후와 냉대 기후를 가르는 식물이기도 하다. 보통 대나무의 자생 북방한계선은 섭씨 -3도로 알려졌는데 쾨펜(Wladimir Peter Köppen)의 기후 구분 기준상 온대기후와 냉대기후의 기준점에 있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따뜻한 남부 지방에 군락지가 많이 분포하며, 대한민국에서 이론상으로 대나무의 자생이 가능한 곳은 충청 중남부이남(+강원 영동 남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왕대속, 이대속, 조릿대속, 해장숙속 등 4속 14종류가 분포한다.
그러나 대나무가 '추위에 약한지' 여부는 종마다 다르다. 왕대는 중부 지방에서 월동이 가능하며 예전부터 화살의 재료로 쓰였던 시누대는 추운 지역에서 더 잘 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명천군에 커다란 군락을 형성하여 자란다고 알려져 있고, 조선 세조 7년(1461) 함경도·평안도·황해도에 화살의 재료인 시죽(矢竹)의 뿌리를 캐서 심게 하고, 함부로 벌채하지 못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나무는 지금은 그 수요가 줄었지만 식기, 무기 등의 재료로 많이 쓰던 재료의 하나다. 담양에서는 대나무 통 속에 밥과 기타 곡물 등을 넣어 찐 대통밥의 향토음식이 있고 죽도, 죽창 등의 무기로도 만든다. 가공하여 한약재로 쓰고 죽통주(竹筒酒)도 만들며 대나무 잎으로 죽엽청이라는 술도 만들고 대나무 진을 짜서 죽력고라는 술도 담근다. 대나무 통에 소금을 넣고 아홉 번 구워서 죽염도 만든다. 그리고 종이가 보편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에서는 대나무를 세로로 쪼갠 뒤 그 조각을 엮어서 죽간을 만들고 그 위에 기록하였다.
필자가 광주조선대에 몸담고 있을 시절,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에 자주 갔었다. 담양에는 전국 유일의 죽물박물관과 죽물 오일장이 서서 대나무로 만든 여러가지 죽세곰품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대나무 테마 공원인 죽록원(竹綠苑)이 있어 대나무 숲을 걸을 때면 새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봄철이면 죽순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죽순을 이용한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대나무에 달리는 열매를 죽실(竹實)이라고 하며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죽실을 식량 및 양조용으로 썻다는 기록이 있다. 맛은 벼과 식물의 열매답게 수수와 비슷하다고 한다.
죽순은 영어로는 Bamboo shoots, Bamboo sprouts, 중국어로는 竹笋 (zhú sǔn), 일본어로는 竹の子, 筍(타케노코)로 불리우며 대나무의 뿌리가 구근화 후 지상으로 돋아난 순을 말한다.
고전 수필인 고려시대 이인로의 월등사죽루죽기(月燈寺竹樓竹記)에서 죽순에 대해 기록하였고 조선시대의 문헌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에도 죽순밥·죽순정과·죽순나물 등 다양한 죽순조리법이 수록되어 있다. 실로 죽순은 최소 800년 전부터 확실히 검증된 식자재이다.
대나무의 종류에 따라 죽순의 맛과 질감은 상당히 다르다. 각 종마다 성장 속도, 섬유질 함량, 수분 함량, 독성 성분(예: 청산배당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맹종죽 (孟宗竹, Phyllostachys edulis)은 가장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며 연하고 부드럽다, 솜대 (Pseudosasa japonica)는 약간 쌉쌀하며 향이 강하고 아삭하고 섬유질이 많다, 조릿대 (Sasa borealis, Sasa veitchii 등)는 맛이 진한 향과 쌉싸름하며, 왕대 (Phyllostachys bambusoides)는 담백하고 약간 단맛 있고, 왜대나무 (Phyllostachys nigra)는 쌉쌀하고 약간 떫은맛을 가지고 있어 요리할 때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곤 한다.
또한 죽순은 부위에 따라 주로 사용되는 요리가 다르다. 원뿔 모양의 머리 부분은 연하고 부드러워 크게 썰어 팔보채 같은 요리에 쓰이고, 나머지 밑동 부분은 억세긴 하지만 잘게 썰면 그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라 짬뽕 같은 간단한 식사거리에 쓰인다.
기본적으로 죽순은 그 자체는 거의 무미인 식재료이지만, 신선한 죽순은 매우 희미한 옥수수 맛이 난다. 죽순은 특유의 식감이 뛰어나며 어떤 양념이든 잘 받기 때문에 어떻게 해먹어도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린 죽순은 많은 맛성분이 어울려서 독특한 맛과 촉감을 지니지만, 완전히 자란 것은 맛이 거의 없고 대나무를 씹는 듯하다. 죽순의 날것에는 다량의 옥살산과 청산배당체가 함유되어 있으나 열에 약하므로 익히면 사라진다.
죽순(竹筍, 대나무의 어린순)은 아삭한 식감과 담백한 맛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대표적인 요리로는 죽순 숙회 ,죽순나물, 죽순볶음, 죽순 장아찌, 죽순초무침, 죽순 김치, 죽순국. 탕, 죽순전, 죽순밥 등과 중화풍 죽순 요리로는 팔보채, 고추잡채 등으로 예로부터 격조 높은 음식으로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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