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시간과 치료에 대한 설명이 환자의 불안감 해소할 키
치료보단 환자에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
정 석 환
감탄치과 원장
개원을 준비하던 초겨울의 냄새를 기억합니다. 인테리어 설계도면 위에 장비 목록을 적어 넣던 밤, 문득 펜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여기는 어떤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라, 어떤 기분이 시작되는 곳일 수는 없을까?” 이후로, 저의 차별화의 시작은 광고가 아니라 감정의 설계가 되었습니다.
환자가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의 망설임, 의자에 누울 때의 향기, 계산대 앞에서의 숨 고름까지… 환자가 병원에 들어올 때 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병원의 모든 장면을 회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치료는 기본이고, 기억은 선택입니다.” 저는 그 선택을 돕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대기실부터 바꾸었습니다. 소독약 냄새 대신 아로마 향이 흐르고, ‘접수’라는 단어 대신 ‘환영합니다’가 먼저 나오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환자들이 하루하루를 더 느낄 수 있게, 대기실에 창문을 제일 많이 두었습니다. 날카로운 치아 그림을 둥근 선으로 말아 올려 보다 친근한 로고를 제작했습니다. 안내표지에서도 딱딱한 단어 대신, 따듯한 표현을 심어 놓았습니다.“메이크업실” 대신 “맑은 손 공간”. 작은 문장이 표정을 바꿀거라 생각합니다.
환자응대는, 매일 아침 더 좋은 방법을 공유하며 시작합니다. 성함을 부르고, 눈을 맞추고, 오늘의 과정을 한 문장으로 예고합니다. 기다림이 길어질 때는 15분마다 상황을 알립니다.
사람은 모르는 시간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설명은 더 천천히, 더 쉽게 합니다. 신경치료는 ‘치아 안 통로를 청소는 일’, 치근활택술은 ‘잇몸을 비누칠해서 샤워하는 일’ 이라고 설명 드립니다. 치료 전 여러장의 구강사진, 치료 후 오늘의 결과사진을 같이 바라보며 공유합니다. 시간이 더 들지만, 이해가 들어가야 불안이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쉽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치과는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카페 같은 대기실도, 유니트 체어에 누워 드릴 소리가 켜지는 그 순간 하나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좋은 경험을 위한 규칙은 예외라는 변수를 만나 자주 흔들립니다.
응급 환자 한 분이면 진료실 동선이 무너지고, 예약일정이 흐트러지면 친절의 체력도 얇아집니다. 스텝 모두가 같은 친절을 반복하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어떤 날의 미소는 기술이 아니라 체력입니다.
결국,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줄일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설명의 시간을 줄이면 마음이 불안하고, 그대로 두면 다음 환자의 진료시간이 흔들립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오늘 하루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그날의 예약리스트를 다시 정리합니다. 아침 브리핑, 역할 배정, 환자응대 규칙 등을 둡니다. 환자분의 무리한 요구 앞에서는, 안전과 원칙을 근거로 정중히 멈춥니다. 친절과 굴종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팀의 마음이 닳아 없어지면 환자의 경험은 금세 불균일해집니다. 좋은 경험은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이고, 좋은 습관은 좋은 컨디션 일때 더 잘 유지된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오랫동안 치과를 미루던 분이 치료를 마치고 말했습니다. “원장님 정말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의 온도를 저는 압니다. 안도의 온도, 다시 올 수 있겠다는 온도입니다. 저는 이러한 온도를 또 느끼고자, 치아를 치료하지만 사람의 경험을 진료하려 노력합니다.
차별화는 화려함이 아니라 지속입니다. 오늘도 저는 표정을 닦고, 말의 속도를 줄이고, 팀의 동선을 매만집니다. 환자분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우리 치과가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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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감탄치과 안내데스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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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실은 창가자리에 의자를 두어 편안한 무드를 조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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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실’은 ‘맑은 손 공간’이라는 따뜻한 표현을 심었다. |
http://www.chihak.co.kr/news/20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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