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치대 교수
대한치과감염학회장
일제 강점기시절 윤봉길의사 선생님은 도시락 모양의 사제 폭탄을 불법제조하여 상하이에서 열린 일본의 어느 경축행사장에 투척함으로써 항일의 의지를 보였고 민족의 영웅이 되셨다. 그 후 도시락 폭탄하면 윤봉길의사를 연상하리만큼 우리의 뇌리 속에 깊이 박혀있다.
연말 회식자리에 가면 소주나 양주 한 잔을 맥주가 담긴 잔 속에 빠뜨려서 마시는 객기있는 무리들의 소위 폭탄주라는 군부 잔재의 주도가 유행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여러 맥주잔을 나란히 붙여놓고 그 맥주잔 사이의 위에 양주잔들을 나란히 얹어놓고 한 쪽에서 충격을 가하면 도미노처럼 폭탄이 각 맥주잔에 정확히 빠져 들어가는 다연발식 자주포 또는 발칸포식 폭탄주도까지 생기기도 했다. 하나의 맥주잔에 각 하나씩 양주잔이 정확히 들어가는데 그 명중률이 높은걸 보면 우리 민족은 역시 활쏘기나 사격에 재능이 있는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근래에는 또 다른 형태의 폭탄이 개발되어 언론에서 유행한다. 바로 보온병 폭탄이다. 80미리, 105미리 등 몇 가지 크기가 있는 모양인데, 천인공노할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어느 정치인에 의해 밝혀졌단다. 국민 모두가 긴장, 불안, 초조하고 격분, 격앙된 시점에서 신선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바꾸어 주긴 했지만 좀 너무했다. 어느 정치 동료는 불탄 소주병을 보고 그렇다면 이건 폭탄주라고 비꼬아 말하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 학생들은 매일 도시락 폭탄과 보온병 폭탄 모양을 싸들고 등교했었는데 그게 위험해 보였는지 학교 급식제도가 생겨서 요사이에는 학생들은 그런 걸 들고 다니지 않고 가끔 치과원장님들이 집식구가 싸준 것을 치과원장실에서 혼자 드시는 분이 늘고 있단다. 평소에 집안에 잘못한 게 많은 원장님들은 조심스레 열어보아야 할 것이다.
젊은 애들 미팅할 때도 마음에 안 맞는 상대방이 있으면 폭탄이라는 표현을 쓴단다.
그 사람을 미리 데리고 나가주는 역할을 맡은 친구를 폭탄제거반이라 한단다.
말을 할 때 폭탄 발언을 하는 친구들도 가끔 있다. 구라발이 센 어느 연예인도 폭탄발언으로 유명하단다. 필자도 신혼시절, 아니 결혼 3년 무렵. 당시 후배 군의관이 서울 근교로 발령이 났는데 당분간 머무를 곳이 없기에 마침 아파트 내 여분의 빈방이 있었기에 그곳에서 편하게 쓰라고 했는데, 나랑 집사람은 새로운 식구를 맞아 재미있게 보내지만 이웃에 사시는 장모님은 괜히 걱정을 하셨다. 평소에 잘 안 오시던 분이 아침·저녁으로 거의 매일 오셔서 별 할 일도 없는 집안일을 하신다. 그런데 몇 주 뒤 어느 일요일, 늦은 아침을 함께 먹으며 그 친구가 당시 유행하던 폭탄발언을 했다. “형, 형, 요사이 유행하는 말이 있는데 결혼하고 3년 내에 마누라가 죽으면 오복 중 하나래.” 나랑, 집사람은 키득대며 웃었는데 거실 끝자락에 앉아 나물을 다듬던 장모님이 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 걸 눈치 못채고 등 뒤로 식탁에 앉아있던 그 친구는 연발 폭탄발언을 하고 말았다. “형, 그런데 더 재미있는 얘기가 있어, 3년 내에 마누라가 안 죽으면 칠거지악의 하나래.” 이쯤 되니 장모님이 안 나설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그날 저녁 다른 동네로 방을 구해 나가고 말았다. 평소에 농담 한마디 안하던 그 친구가 모처럼 재미있게 해 본 유행어가 그만 폭탄이 된 것이다.
요사이 그 분은 어느 유명 치과병원의 책임을 맡는 지위에 올랐지만 간혹 만날 때마다 30년 전 어설펐던 폭탄 발언이 생각나곤 한다. 그런데 100여대를 맞고 50여대 밖에 못 때린 우리의 폭탄투척 실정과 그 중 열댓발만 그래도 적진지 근처까지 맞추었다는 우리의 포사격 명중률에 국민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올림픽에도 폭탄투하나 포격 종목을 넣었으면 더욱 잘하려나.
http://www.chihak.co.kr/news/2995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